고난과 함께 고난 속에서 성장하는 교회

고난과 함께 고난 속에서 성장하는 교회

[ 교단 ] 총회창립 1백년에 대한 한국교회사적인 평가

연규홍교수 webmaster@pckworld.com
2011년 12월 05일(월) 15:46

한국교회의 역사는 20세기 선교사에 있어서 기적이다. 종교개혁이후 세계 선교 역사에 있어 한국교회와 같이 놀라운 성장을 한 교회는 그 예가 없다. 복음이 수용된 지 30년도 안되어 총회를 창립하고 국외로 선교사를 파송할 정도로 한국교회는 성장과 성숙을 동시에 이루었다. 본고는 한국장로교회 총회 창립 1백주년을 맞이하여 한국교회의 특징인 성장과 그 성장의 한계를 민족사의 지평에서 평가하고자 한다.
 
한국교회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눅 4:18)을 전하려는 예수 그리스도의 메시아 소명을 이루는 역사적 조건에서 선교의 역사를 시작하였다. 특히 19세기 말 조선조 사의 봉건질서의 붕괴와 일본 제국주의의 침탈이란 상황은 한국교회를 고난과 함께 고난 속에서 성장하는 교회로 만들었다. 즉,한국교회의 성장은 반봉건 개화를 위한 근대화와 반식민 독립이란 자주화의 과제를 선교적 소명으로 받아들이고 고난의 십자가를 짊어진 것에서 비롯한 것이다.
 
교회는 하나님의 계시적 실재이다. 세상 안에 존재하지만 세상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상 안에 존재하기에 교회는 시대의 역사적 과제와 무관할 수 없다. 한국교회의 지난 1백년을 민족사와 함께,그리고 민중과 함께 고난 속에서 성장을 이루어 왔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였을까? 이것을 1945년 해방을 전후해서 두 시기로 나누어 살펴보자면 전반기 초기 한국교회는 유교적 봉건지배 계급으로부터 거부당하고 내쳐진 민중의 해방 열망을 수용하며 평등과 자유,인권과 정의의 근대적 의식을 불어 넣어주며 고난을 함께 하였다.
 
초기 한국교회의 구성원들은 자립적 중산층만이 아닌 가난한 자들이 중심이 된 민중계층이었다. 한국교회의 선교정책 중 최하층 민중계층을 향한 방침과 네비우스의 선교방법은 한국 상황에서 매우 유효하였다. 그리고 의료선교와 교육기관을 통한 기독교학교 설립은 대중적 호응을 받으며 교회성장을 촉진시켰다. 1907년 평양 대부흥운동도 이와 같은 시대적 모순과 민족적 고난이라는 맥락 속에서 한국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것이다. 일제 식민지 시대에 3.1 운동을 비롯한 민족운동과 한국교회의 사회문화운동도 식민지하의 고난이라는 역사적 배경을 제외하고 말할 수 없다.
 
후반기 해방 이후의 한국교회는 원치 않는 한반도의 분단과 미국과 소련에 의한 분할통치 상황을 고난의 현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가운데서 남한교회의 성장은 북한의 공산주의 정권을 거부하고 월남한 이들의 역할이 컸다. 6.25 전쟁을 거치며 한국사회는 일제의 식민지하에 착취로 인한 경제적 빈곤과 전쟁의 폐허 위에서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권위적 정치를 허용하였다. 한국교회는 이러한 상황에서 자유와 인권이 억압당하고 생존권이 박탈당하는 이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전해주며 고난 속에서 성장을 이루었다. 따라서 오늘 한국교회의 성장 배후에는 흔히 말하듯이 번영의 신학에 근거한 물량적 성장주의의 요인도 부정할 수 없지만 시대의 민족적 과제에 응답하는 교회의 사회참여와 그로 인한 고난의 요인도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고난은 한국교회를 성장하게 하고 성숙하게 하는 것이었다. 고난 속에서 한국교회는 일제의 식민지시대 근대화의 기수로 독립운동의 보루로서 역할을 하였다. 한국교회는 해방 이후 이승만 독재정권의 협력자 역할도 하였지만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민주화와 인권 통일운동에 앞장서기도 하였다. 특히 1960년대 이후 교회는 권위적인 정권의 경제성장주의 정책 하에서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며 고난당하는 이들에게 희망의 근거가 되었다.
 
이렇게 한국교회는 격동하는 한국의 근ㆍ현대사와 분리할 수 없이 결합되어 민족의 고난을 함께하며 신뢰와 사랑을 받으며 성장하였다. 따라서 한국교회의 지난 1백년의 성장은 '성령 부흥의 역사'만이 아닌 민족사의 고난과 함께 해온 하나님의 섭리와 은총을 통한 성장이었다. 하나님의 섭리의 역사는 특이해서 고난 속에서 세상에 있는 교회 공동체를 성장시키시고 성숙하게 하신다. 한 세기를 되돌아보면 한국교회의 성장은 스스로 이룬 것이 아니라 민족사의 고난 현장에 한국교회가 참여하도록 섭리하시는 하나님께서 이루신 것이다. 그러나 이제 한국교회는 성장의 꼭지점에 와 있다. 어떻게 오늘 한국교회는 지난 1세기의 성장을 지속하는 선교적 미래를 전망할 수 있을까?
 
먼저 한국교회의 성장의 한계를 말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민족사의 고난을 능동적으로 적극 수용하지 못하고 피동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상황을 한국교회가 주도하여 창조적 현실로 만들지 못하고 오히려 상황에 복음을 매몰시켜버렸다. 다시 말하면 한국교회는 역사현장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에 대한 신앙고백 없이 고난을 짊어짐으로 교회성장이 세속적 부(富)가 되고 종교 권력이 되었다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세계를 위한 교회'가 되지 못하고 '교회만을 위한 교회'로 성장의 빗장을 걸고 선교의 영역을 제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동안 민족사의 고난 속에서 십자가를 짊어지고 한국교회는 성장하였지만 그것이 구레네 시몬의 십자가였지,예수 그리스도께서 한국교회에 맡기신 제자직의 십자가는 아니었다. 

한국교회는 이제 21세기 지구화의 시대에 세계선교사역의 주역으로 나서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아직도 분단 현실을 살아가는 민족사의 고난과 함께 신자유주의라는 괴물이 횡행하는 지구화 시대의 구조적 빈곤과 억압 속에 사는 세계 3분의 2에 해당하는 국가들의 고난을 향해 섬김과 나눔을 실천해야 한다. 그것만이 오늘 한국교회가 직면한 성장의 퇴보와 세상으로부터의 배타와 냉대를 넘어 새롭게 교회성장의 길을 열어가는 것이다.
 
연규홍교수(한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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