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인들은 세상을 눈으로 사는 언어적 소수자,나는 그들 위한 메신저일 뿐"

"농인들은 세상을 눈으로 사는 언어적 소수자,나는 그들 위한 메신저일 뿐"

[ 인터뷰 ] 한국농문화연구원 김유미원장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1년 11월 22일(화) 17:53
"저는 '메신저'입니다."
 
   
▲ 손을 사용해 전세계 공통 수화인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하고 있는 김유미원장.
지난 21일 만난 한국농문화연구원 김유미원장(시온성교회)은 자신을 농인(Deaf person)을 위한 '메신저'라고 소개했다. 농인들의 권익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거나 농인들의 삶을 청인(hearing person)들에게 전달하는 일 보다도 그는 "하늘의 비밀,하나님의 사랑과 진리를 전달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했다.
 
영문과 진학을 포기하고 1988년 장신대 신학과에 입학한 그는 동기들과의 첫 만남을 마치 어제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여러분은 꿈을 갖고 이곳에 왔지만 저는 제 꿈을 버리고 왔습니다." 다음날 우연히 수화교실 포스터를 본 순간 그는 '이건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확신에 찼다. 그렇게 농(聾)사회에 첫걸음을 내딛은 그는 1990년부터 2007년까지 줄곧 농아인교회에서만 사역을 펼쳐왔다.
 
올해초 한국농문화연구원을 개원하고 한국수어학당,농인독서회 등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물질 문명과 복지체계는 발달했지만 실제 농인들의 삶에서 느끼는 만족감은 큰 변화가 없이 자기 실현의 길은 아직도 멀다는 것을 보며 고민하게 됐다"고 연구원을 개원하게된 배경을 설명했다. 김 원장은 "초기 한국 선교사들이 교회만 세운 것이 아니라 학교,병원을 통해 지도자를 양성한 것처럼 농인들의 자기 성찰을 지원하며 리더를 배출하는 일을 하고자 한다"며 "농인들은 세상을 귀가 아닌 눈으로 사는 소수민족이자 언어적 소수자이다. 병리적 관점의 청각장애인(deaf)이 아닌 문화적관점에서 농인(Deaf)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화가 정말 맘에 든다','그 배우 진짜 농인이지?','영화를 본 후 내 가슴에 불이 붙는 것 같았다','우리가 겪었던 고통을 잘 전달해줘서 속이 좀 풀렸다'…. 영화 '도가니'의 수화 선생님으로 배우들을 가르쳤던 그에게 영화에 대한 농인들의 반응을 물었더니 긍정적인 내용이 주를 이뤘다. 페이스북을 통해 영상으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 젊은 농인들은 '농인들을 너무 무기력하게 그린 것 같다'고도 했다고 한다. 특히 '이 아이는 듣지도 못하고 말하지도 못하는 아이입니다'라는 마지막 대사가 문제였다. "'수화'라는 그들의 언어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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