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인가? 나눔인가?

소유인가? 나눔인가?

[ 목양칼럼 ]

조건회목사
2011년 09월 01일(목) 10:01

에릭 프롬이라는 독일의 심리학자가 있다. 그는 인간의 존재양식을 세 가지로 말하고 있다.
첫째는 받으려고 하는 의지의 사람이다. 언제나 자신의 것을 챙기려는 것에 관심이 쏠려 있는 사람이다. 그야말로 이기적인 인간이다. 둘째는 공유하려는 의지의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그래도 더불어 살 줄 아는 공동체의식이 있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기브 앤 테이크(give & take)', 즉 줄 줄도 알고 받을 줄도 아는 공정거래형의 인간이다. 셋째는 희생하려는 의지의 사람이다. 다른 사람의 유익을 위하여 자신의 것을 과감히 희생할 줄 아는 이타적인 인간이다.

세 종류의 사람 중에서 누가 진정한 자유인일까? 누가 더 삶의 진정한 행복을 누리고 사는 사람이라고 보는가? 사실 아무리 많은 것을 가지고 있어도 나누어 줄줄 모르면 그가 진정한 가난한 자요, 어찌 보면 그는 거지같은 인생을 사는 것이다. 거지는 자기 먹을 것만 생각할 뿐 좀처럼 남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많든 적든 베풀면서 산다면 실은 그가 부자요, 그가 복된 사람이다. 꼭 많은 것을 남에게 주어서가 아니다.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다른 사람의 필요에 내가 쓰이고 있다는 그 자체에 만족이 있고 기쁨이 있고 행복이 있는 것이다.

잘 생각해 보자. 섬김을 받는 것과 섬기는 것, 주는 것과 받는 것 둘 중에 어느 것이 기쁨이 더 큰 것인가? 유치한 수준일 때는 받는 기쁨이 좋지만, 성숙하고 보면 받기보다는 주는 것이 더 기쁘고 좋은 법이다.

참된 그리스도인이라면 이같이 주는 기쁨 안에 살아간다. 자기를 희생하는 기쁨 안에 살아간다. 알다시피 우리 몸의 혈액에는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혈장이라 불리는 여러 성분들이 있다. 그 중에서 백혈구는 우리 몸에 어떤 이상한 침입자가 들어오면 얼른 그 침입자를 처리하는 일을 도맡아 한다. 백혈구가 그 침입자를 처치하는 모습을 보면 아주 큰 진리를 깨달을 수 있다. 굳이 지난 날 생물시간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백혈구하면 아주 강력한 어떤 방법을 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백혈구는 침입자를 향해 절대 무력을 쓰지 않는다. 대포도 기관총도 쏘지 않는다. 그렇다고 심한 욕설을 하는 것도 아니다. 백혈구는 그저 그 침입자를 품에 꼭 껴안아 버린다. 아주 깊은 사랑으로 그를 감싸준다. 침입자는 백혈구의 사랑에 감동하여 그냥 녹아버린다.

참으로 백혈구의 사랑은 놀랍다. 보기 싫든 지저분하든 가리지 않고 모두 다 껴안아 준다. 적혈구도 백혈구처럼 사랑이 넘치는 친구다. 폐에 가서 산소를 받아들여 자기 몸에 가진다. 우리 몸의 모든 기관은 산소를 얻어야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 적혈구는 언제나 이런 생명의 산소를 풍성하게 얻어서 가지고 다닌다. 그런데 적혈구는 이리저리 다니면서 산소가 필요한 곳이 있으면 아낌없이 다 주고 나온다. 자기 것도 조금 챙겨두면 좋을텐데 1백% 다 줘버린다. 그리고 한 4주일쯤 살다가 비장에 가서 조용히 숨을 거둔다. 이것이 조금은 슬픈 적혈구의 일생이기도 하다.

   
백혈구의 사랑이 모든 걸 감싸주는 사랑이라면, 적혈구의 사랑은 모든 걸 나눠주는 사랑이다. 이토록 사랑이 넘치는 멋쟁이 친구들 때문에 우리 몸이 지금도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 걸 보면 인생은 우리가 '무엇을 소유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나누었느냐'의 문제로 귀착된다. 그렇다면 여러분, 우리 자신은 일생동안 주면서 베풀면서 살아야겠는가? 아니면 계속 받으면서 살아야겠는가?

조건회 / 목사 ㆍ 예능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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