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말 말이 안됩니다"

"일본, 정말 말이 안됩니다"

[ 인터뷰 ]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제10차 아시아연대회의 참석차 고국 찾은 송신도 노수복 할머니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1년 08월 16일(화) 13:41
   
▲ 왼쪽부터 송신도 노수복 할머니. 각각 일본과 태국에 거주하고 있다.
"제 등에는 일본군의 칼에 찔린 상처가 지금도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저는 억울해서 못죽겠습니다."

영화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의 주인공 송신도 할머니는 지난 14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89세가 됐지만 젊었을 때 한 고생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면서 "일본 정부 정말 말이 안된다. 이건 어디까지나 마음의 문제다. 우리를 위안부로 가혹하게 다뤄놓고 마지막에는 무관심,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 그 마음이 밉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70명의 생존자 중 유일하게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송 할머니는 지난 3월 일본 동북부 지방을 강타한 쓰나미로 미야기현 소재의 집을 잃고 현재는 도쿄로 이주해 살고 있다. 14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송 할머니는 소감을 묻자 "남의 나라에 온 것 같아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고 운을 뗀 뒤, 미처 통역이 끼어들 틈도 없이 긴 말을 쏟아냈다. 일본 말이었지만 깊은 분노가 실려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아챌 수 있을 법한 호통이었다.

"조선인이든 중국인이든 일본인이든 사람이 사람을 구별하고 차별하는 것, 이것이 가장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속이고 죽이는 것을 식은 죽 먹듯이 해온 일본 정부를 깨우쳐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한국에 와서 여러분에게 호소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 이야기를 듣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태국에 거주 중인 노수복 할머니는 "나는 태국에서 왔습니다. 지금 한국에 와서 매우 기분이 좋고 무어라 말을 못하겠습니다. 한국 사람인데 한국 말을 못하는게 가슴이 아픕니다"라고 소감을 말하던 중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1921년 경북 안동 태생의 노 할머니는 1942년 부산에서 연행돼 싱가포르와 태국 등지에서 일본군 위안부로 고통을 겪었고 일본의 패전과 함께 유엔군 포로수용소에 수용됐다가 태국에 정착했다.

지난해 폐 한쪽을 절단하는 수술을 한 노 할머니는 다행히 건강이 호전돼 고향방문길에 올랐지만 부쩍 쇠약해진 모습이 역력했다. 1984년 첫 방문 후 세번째로 고향을 방문한 노 할머니는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줄곧 어색해했지만 "한국에 와서 너무나 기쁘다. 오늘도 지나오면서 한국 국기를 봤는데 너무 반가웠다"고 고국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표현했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