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 위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다

폐허 위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다

[ 특집 ] <르포> 본교단 방문단 및 현지 선교사들 재해 피해지역 방문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1년 05월 18일(수) 10:14
   
▲ 폐허가 된 케센 누마의 한 마을에서 일장기가 힘없이 흔들리고 있다.

본교단 총회는 지난 8~11일  지진 및 쓰나미 피해를 입은 일본 동북부 피해지역과 일본기독교단을 방문, 교단 차원의 위로의 마음을 전달했다. 특히 이번 방문에는 총회장 김정서목사와 사회봉사부 임원, 그리고 일본 현지 선교사 13명이 동참해 그 의미를 더욱 뜻깊게 했다. <편집자 주>


【일본=표현모기자】 내륙과 해안을 넘나드는 일본 동북부의 해안도로는 잘 정돈된 아름다운 자연과 쓰나미로 인한 처참한 폐허를 번갈아 보여주고 있었다. 지난 10일 본교단 총회장 김정서목사와 사회봉사부 임원, 본교단 파송 일본 선교사들은 이와테현 모리오카시에서 두 대의 승합차와 한 대의 트럭에 탑승, 일본기독교단(UCCJ) 오우(奧羽)교구 산하 피해교회와 아오모리ㆍ아키다현 등 쓰나미 피해 지역을 방문하기 위해 동북부 해안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본교단 방문단과 합류하기 위해 일본 선교사 13명은 오사카, 고베 등 각자의 사역지에서 도쿄로 집합, 다시 북쪽지역인 이와테현으로 수백km를 달려왔다.
 
전날 방문단을 맞이해 준 오우교구장 오하라 무내오목사도 직접 차를 몰고 이번 답사에 동참했다. 오하라 무내오목사는 "이렇게 외지고 먼 곳까지 직접 방문해준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드린다"며 "쓰나미 피해를 입고 처음 두 주간 동안은 전기가 전혀 들어오지 않아 고생이 많았는데 긴급히 태양열손전등을 보내주셔서 유용하게 사용했고, 방사능 수치를 수시로 측정할 수 있는 방사능측정기에 이어 이번 지원해 준 전동자전거도 운송수단을 잃은 교단과 교회, 그리고 지역 주민들에게 중요한 발이 되어줄 것"이라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본교단 총회는 현지 피해지의 필요사항을 긴급히 조사한 일본 현지 선교사들의 요청으로 태양열손전등과 휴대용 방사능측정기를 지원한 데 이어 이번 방문시 전동자전거 30대를 구입해 전달했다. 쓰나미 피해를 입은 교회마다 차량들이 모두 떠내려갔기 때문에 이동 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전동자전거 지원은 이들에게 너무도 반가운 소식이었다.
 

   
▲ 쓰나미 피해를 입은 일본 동북부 지방의 모습.

첫번째 방문지인 미야코(宮古)교회를 방문하자 집사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방문단을 맞이했다. 담임목사는 지진 발생 후 지금까지 너무 무리를 해 이제서야 며칠 휴가를 떠난 상태였다. 방문단을 맞이해준 여 집사는 "교회는 해안가에서 1.5km나 떨어져 있는데도 교회 안에 2m나 물이 찼다"며 "당시 새까만 물과 함께 부러진 나무, 철물들이 창문과 방문으로 쏟아져 들어와 무척 공포스러웠다"고 당시의 기억을 되살렸다. 현재 시 당국은 교회 건물을 헐고 다시 지어야 한다는 진단을 한 상태다.
 
다음에 들른 가마이시시(市)의 신세가마이시교회, 이와테현의 오후나토교회에서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교회들은 비록 쓰나미 피해를 입었지만 최소한의 복구를 마친 후 다시 그 지역의 구호센터 역할을 하고 있었고, 각지로부터 온 구호물품들을 지역주민들이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본교단 방문단은 교회마다 들러 위로의 인사를 전하고, 함께 하나님의 긍휼과 위로를 구하는 간절한 기도를 했다.
 
한국인과 일본인, 그들이 맞잡은 두 손 사이에는 위로와 감사의 마음이, 눈물과 미소가 오고 갔다. 강도 맞은 이를 발견하고 조건없이 그를 도운 사마리아인에게 쓰러진 이의 신분과 출신배경은 중요하지 않았듯 본교단 방문단에게도 엄청난 재난을 입은 이들이 이전에 혹은 최근 무슨 행위를 한 이들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도움이 필요한, 사랑해야할 이웃이었다.
 
다음은 이번 일본 재해지역 방문자 명단.

총회 : 김정서 김점동 안옥섭 이승열 최종철
현지 선교사 : 양형춘 정연원 김병호 임태호 조중래 모휘대 전형구 정인화 최종복 강장식 이혜숙 이중재 김윤희

 

   
▲ 신세가마이시교회를 방문해 전동자전거를 전달하고 함께 한 총회 방문단과 현지 선교사들.

# 쓰나미 피해 방문에 본교단 선교사 총출동

 
이번 오우교구 및 동북부 피해지역 방문에는 본교단 파송 선교사 14명 중 12명이 참여할 정도로 본교단 출신 일본 선교사들이 총출동했다. 여기에 본교단 파송 일본선교사 1호 양형춘목사까지 고령에도 불구하고 이번 방문에 함께 했다.(선교사 2명은 지역 노회 참석 때문에 함께 하지 못했음.)
 
본교단 파송 현지 선교사들로 구성된 현지선교회(회장:정연원)는 지난 3월11일 지진 및 쓰나미가 발생하자 마자 교단 총회와 긴급하게 연락을 주고 받고, 현지의 필요를 조사해 보고하며 사회봉사부의 신속한 재해구호에 큰 힘을 보탰다.
 
또한, 이들은 방사능 위험에도 불구하고 수차례 피해지역을 방문, 고통받는 일본인들을 위로하고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기도 했다. 일본 최대 교단인 일본기독교단의 이시바시 히데오 총회장은 "대한예수교장로회는 지진 발생 후 가장 먼저 찾아와 위로를 전해준 형제 중 하나이고, 진심을 담은 위로에 마음 깊숙한 곳에서 감사의 마음을 드린다"고 인사했다.
 
본교단 선교사들은 가장 많은 수가 동경에서 사역하고 있지만 동경 위에 위치한 지역에서 사역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 특히 이바리기현에 위치한 히타치교회의 정인화선교사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사역하고 있다. 원전으로부터 1백km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이지만 방사능 수치는 기준치의 10배가 넘는다. 더군다나 정 선교사는 몇 년 전 암 치료를 해 미량의 방사능도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태. 그러나 정 선교사는 "일본 교인들이 한 명도 움직이지 않는데 저는 움직일 수도 없고 움직이기도 싫다"며 사역을 계속해나갈 뜻을 내비쳤다.
 
현재 일본 선교사들은 3.11 지진 후 한인 및 교포들이 한국이나 남쪽지방으로 피신해 교인이 반으로 줄었을 정도로 큰 타격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교인들에게는 위로와 희망을, 재해입은 일본인들에게는 구호의 손길을 전하며 사역에 매진하고 있다.
 
재정적 어려움, 방사능 피해 가능성 등 여러 어려움 가운데 있는 일본선교사들을 위해 한국교회와 교인들의 관심과 기도가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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