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취와 투쟁이 삶의 정답인줄 알았죠"

"쟁취와 투쟁이 삶의 정답인줄 알았죠"

[ 나의삶나의신앙 ] <1>세무법인 석성 대표 조용근장로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1년 04월 13일(수) 09:55

서울 2호선 교대역 부근에 위치한 세무법인 석성의 회장 집무실. 나는 책상에 앉으면 앞쪽에 놓인 성경구절이 새겨진 액자 하나를 잠시 바라보곤 한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비록 수백 수천번을 보는 말씀이지만 나는 이 말씀을 묵상할 때마다 나의 마음을 새롭게 해주는 하나님의 편지처럼 느낀다. 이 말씀처럼 나는 항상, 그리고 범사에 기뻐하고 감사하기 위해 노력한다. 여기서 '노력한다'는 점에 방점을 찍고 싶다. 항상, 그리고 범사에 기뻐하고 감사하려는 노력이 요즘 나의 인생을 얼마나 기쁘고 감사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비록 눈코뜰새 없이 바쁜 하루하루이지만 60대 중반의 나이에 세상이 나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어려운 이를 보았을 때 내가 힘써 도울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 감사하다.
 
위의 말씀 중 솔직히 '쉬지 말고 기도하라'는 말씀은 항상 하나님께 죄송스럽고 마음에 찔리는 부분이다. 그러나 거의 매일 드리는 기도 속에 "저는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겨 드렸으니 모든 일을 하나님 뜻대로 해주세요"라고 고백한다. 나는 삶 자체가 기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삶으로 드리는 기도가 주님을 기쁘시게 해드릴 수 있도록 하루 하루 열심히 살려고 노력한다. 하나님께 좋은 기도를 올리고 싶은 마음에 아직도 나는 정말 멋진 인생을 살고 싶다는 꿈을 꾼다.
 
내가 지금과 같이 기쁨과 감사의 삶을 살게 된 것은 사실 50대 후반 공직에서 물러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그 전까지 솔직히 나는 일벌레였다. 지금은 비록 가족과의 친밀한 대화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지 느끼고 살지만 공직(세무공무원)에 있을 때 나의 관심은 항상 일이었다. 또한 지금은 주님의 진리 안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 행복의 비결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때까지 나의 인생은 그야말로 쟁취를 위한 투쟁의 삶이었던 것 같다. 아마도 어렸을 때 찢어지게 가난했기 때문에 남들보다 노력해야지만 가난과 비참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무의식을 지배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나는 경남 진주에서 1946년 6월25일에 태어났다. 비록 해방은 됐지만 가난으로 인해 민중들의 삶은 여전히 어려웠다. 가뜩이나 내성적이셨던 아버지는 손 대는 일마다 잘 되지 않으셔서 우리 집은 특히 어려웠다. 그러던 중 1950년 6ㆍ25전쟁이 터지자 젊은 나이의 아버지는 징집대상이 되셨다. 아버지는 전장에 끌려가 죽느니 차라리 일본으로 들어가 돈을 벌어오겠다며 4남매와 아내를 두고 밀항선을 타고 떠나셨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아녀자의 몸으로 4남매를 먹여 살릴 수 없으셨던 어머니는 할 수 없이 경남 의령군에 있는 친정으로 가 신세를 지게 됐다. 당시 농촌의 삶이란 가난하기 그지 없는 것이었고, 더군다나 전쟁으로 먹을 것이 없던 외가에서는 어머니와 4명의 손주들을 반기지 않으셨다. 어머니는 겨우 작은 문간방 하나를 얻어 집에서 하인처럼 일을 하며 눈칫밥을 먹으셨다. 먹을 것 자체가 없어 어머니께서는 굶기를 밥 먹듯이 하셨다. 내 형제, 자매들도 먹을 것이 없어 늘 배고팠다. 형과 누나는 마을 이곳 저곳을 다니며 먹을 것을 얻어 먹어 괜찮았지만 다섯 살인 나와 두살인 남동생은 심한 영양실조에 걸려 누워만 지냈다.
 
배고픔의 나날이 길어지고 우리 둘의 상태가 심각해지자 어머니는 매일 우리를 볼 때마다 우셨다. 어느날은 어머니께서 안되겠다고 판단하셨는지 어디서 고기를 구해와 나와 동생을 먹이셨다. 나는 천천히 씹어서 그 음식을 먹을 수 있었지만 동생은 이미 몸이 너무 쇠약해져 그것마저 먹지 못했다. 결국 얼마 후 동생은 세상을 떠났고, 그 고기를 먹고 기운을 차린 나는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 훗날 안 사실이지만 내가 먹었던 그 고기는 쥐를 잡아 구운 것이었다. 그 지독한 가난 속에서 우리 가족들은 아버지가 돌아올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조용근장로
새로운교회ㆍ세무법인 석성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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