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했다... 바울아"

"수고했다... 바울아"

[ 교계 ] 사도바울의 인생 재조명한 창작 뮤지컬 '바울'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1년 04월 12일(화) 14:33
   
▲ 사울이 예수님을 만나는 장면.
또 하나의 웰메이드 뮤지컬이 나왔다. 이번에는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 고백한 사도 바울의 인생을 재조명했다. '뮤지컬 바울'은 1999년 서울의 모 교회에서 '기쁜 소식'이란 이름으로 첫 공연된 작품으로 최근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섰다.

부제는 '걸어서 걸어서…만칠천킬로미터'. 프로듀서 최무열, 연출 김성진, 작가 유혜정, 작곡 차경찬 등 실력파 제작진이 투입돼 라틴어로 비아돌로로사(Via Dolorosa)라고 불리는 '십자가의 길', 바울이 눈물로 걸었던 전도여행길을 그렸다. 지난 8일 대학로 스타시티에서 무대에 오른 뮤지컬 바울은 오는 6월 5일까지 월요일을 제외한 평일 저녁 8시, 토요일 3시, 7시, 주일 7시에 같은 장소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작가는 바울을 두발로 만칠천킬로미터를 걸어낸 초인적인 모습이 아닌 우리와 똑같은 연약한 인간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어쩌면 주님에 대한 원망과 아픔을 간직하며 내면에서는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을 것"이라고.

이 작품은 죽음으로 시작해서 죽음으로 끝나는 수미쌍관의 형태를 이루고 있다. "그곳의 예수쟁이들을 모두 없애자!"고 기세등등하게 스데반을 죽인 사울이 회심 후 하나님을 증거하다 바울로 죽는 것. 죽음의 장면은 다소 거칠게 묘사됐다. 이에 대해 "은유가 짧을수록 감동의 폭은 크다. 하나님의 자비와 사랑을 부각시키기 위해 연극적 발상에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설명한 김성진연출은 "뮤지컬 바울의 진짜 주인공은 예수님이다. 연출로서 풀어내고자 한 것은 한가지 '예수는 그리스도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사실 뿐"이라고 말했다.

사도행전 13장에 등장하는 박수 엘루마를 바울과 동문수학한 동료로 설정해 역할의 비중을 높인 것도 재미있는 대목이다. 다메섹 도상에서 함께 예수님을 만났지만 회심하는 바울을 '배신자'라고 저주하고 떠나는 엘루마는 바울의 내면을 흔드는 인물이자 '또다른 자아'로 괴롭히다가 끝내 그를 죽음으로 이끈다.

바울로 열연한 엄주필씨는 별명이 '엄 목사'다. 예수님 역으로 데뷔 무대를 치루는 배우 윤성현씨는 "좋은 작품에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문화사역자를 꿈꾸는 청년 배우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하나님의 작품이기 때문에 더 잘하고 싶었다"고 입을 모았다.

   
▲ 스데반의 순교 장면.

유혜정작가는 "바울에 대해서 잘 모를때 쓴 것으로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바울은 하는 일이 많아질 수록 자신에 대한 고백이 낮아졌다는 것에 주목했다. 요즘 기독교가 안팎으로 어려운 때 사표(師表)와 같은 바울의 모습이 재조명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극의 마지막 장면은 '달려갈 길을 다 마친' 바울이 예수님에게 안기는 모습이다. "수고했다 바울아." 마지막, 예수님의 대사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꿈꾸는 모습은 아닐까.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