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의 자리다툼, "평신도들은 전혀 관심없다"

한기총의 자리다툼, "평신도들은 전혀 관심없다"

[ 교계 ] 예장 통합 소속 노회들 "한기총 탈퇴하라" 봇물, 한기총 수뇌부의 현실인식은 '한심'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1년 04월 12일(화) 14:04
   
▲ 지난 7일 공식석상에 나선 길자연목사는 김용호 대표회장 직무대행에게 신속히 임시총회를 열어줄 것을 요청했다. 사진/장창일차장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해체하라는 여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본교단 노회들이 봄 정기노회에서 한기총 탈퇴를 총회 헌의안으로 결의하고 있어 향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미 경북노회와 경안노회가 한기총 탈퇴를 결의했으며, 5~6개 노회가 추가로 탈퇴 헌의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 안동교회에서 노회를 연 경안노회에서는 한기총을 탈퇴하는 것이 한국교회 발전에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9월 열리는 교단 총회에 정식으로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같은 날 대구남산교회에서 노회를 개회한 경북노회에서도 격론 끝에 한기총이 더 이상 한국사회에 모범이 되지 못한다고 결론짓고 탈퇴 헌의안을 채택했다. 한기총 탈퇴를 고려하고 있는 다른 노회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오는 26일 노회를 여는 광주노회에서도 "이번 기회에 탈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탈퇴를 요구하는 헌의안이 9월 총회에 상정될 경우 교단 총회는 안건을 공개적으로 토의한 뒤에 총대들에게 찬반을 물어야 한다. 아직 9월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남아있다 하더라도 한기총에 대한 반대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교단 총회에서 탈퇴가 최종 결의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총회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 복수의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현재 교단 임원회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로 한기총 건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회들의 탈퇴 결의와 지난 11일 열렸던 '한기총 사태 해결과 교회갱신을 위한 예장목회자 참회기도회 및 공청회' 등 근본적인 제고가 필요하다는 바닥정서를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대부분이다.
 
한기총은 사면초가에 당면했다. 단체회원 중 월드비전이 후원회원들의 요구를 수용해 가장 먼저 탈퇴했고, 8일에는 기아대책기구가 같은 이유로 행정보류를 신청했다. 물론 회원 단체들의 이탈이 한기총의 존립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만큼의 '태풍'은 아니다. 문제는 탈퇴나 행정보류 등의 '반 한기총 정서'가 이 정도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 그만큼 한기총 수뇌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지난 7일 대표회장 직무정지 가처분 결정 이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선 길자연목사도 "그동안 직무대행이 곧 임시총회를 소집해 대표회장에 대해 가부간에 인준할 것이라는 기대로 뭇매를 맞으면서도 침묵했지만 뜻밖에도 단체들의 탈퇴와 한국의 최고 지성이라는 사람이 한기총 해체 발언을 했을 때는 더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면서, 반 한기총 기류에 적잖은 부담이 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격변의 순간에도 한기총 수뇌부가 지나치게 '임시총회와 인준'에만 집착하고 있어 아쉬움을 낳고 있다. 7일 길자연목사를 주축으로 한 측근 그룹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기총 회원 교단장, 단체장, 총무 연석회의'에서는 직무대행에게 임시총회를 속히 열어달라는 요구를 하기로 결정했다. 또, 이 자리에서는 성명서를 작성해 직무대행에게 전달하기로도 했다. 이 같은 결의에 따라 한기총 회원교단 중 일부인 49개 교단 총회장들은 자신들의 명의로 성명서를 발표했지만 통렬한 자성보다는 현 김용호직무대행을 맹공격하는 내용들을 주로 담았다. 이외에도 "불교신자인 재판장이 기독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모른 채 직무정지 결정을 했기에 배격한다"는 등의 낯뜨거운 문구도 삽입했다. 성명서 말미에는 "극좌 분자들이 모략과 중상을 하며 언론을 통해 한기총과 지도부를 음해하고 있다"며 때 아닌 색깔론까지 거론했다.
 
한기총이 교인들에게 철저하게 외면을 당하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이미 한기총이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관이라는 대표성이 사라졌다는 데 있다. 한기총은 관행처럼 반복되는 금권선거를 묵인해 왔으며, 정교분리라는 기본 원칙에 반하는 듯한 행보를 걸어왔다. 전 대표회장인 이광선목사를 지지하는 몇몇 교단 총무들이 사법기관에 현 대표회장을 고소하는 진흙탕 싸움도 여실히 보여줬고 이 결과로 '평신도 대표회장' 탄생이라는 전대미문한 결과를 낳기도 했다. '예장목회자 참회기도회 및 공청회'에 참석했던 한 목회자는 "이토록 사회에서 기독교를 외면받게 한 장본인들은 어떤 책임을 지게 되느냐"고 묻고 "이 와중에도 '우리가 이겼다', '어떻게 하면 다시 자리를 찾을까' 하는 식의 발언들을 스스럼 없이 하는 이들의 사고구조가 매우 궁금하다. 지금은 깊이 자숙만 해도 부족할 때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 모든 일들이 한기총이 처해 있는 현실을 오판해서 나온 결과라는 게 중론인 만큼 관계자의 현실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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