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기획> 교회에서 펼쳐지는 '엘 시스테마'

<교육 기획> 교회에서 펼쳐지는 '엘 시스테마'

[ 다음세대 ] 한국판 '엘 시스테마' 교회에서 싹 터, 음악을 통해 아이들 미래 바꾸는 사회개혁 운동

신동하 기자 sdh@pckworld.com
2011년 04월 08일(금) 16:13

1975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빈민가 차고에 전과 5범 소년을 포함한 11명의 아이들이 모였다. 마약과 폭력, 포르노, 총기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던 아이들이었다.

이들은 경제학자이자 아마추어 음악가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Jose Antonio Abreu) 박사의 권유로 악기를 손에 들고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아브레우 박사는 음악을 가르침으로써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음악교실을 열었다. 거리의 아이들에게 희망찬 미래를 선물한 '엘 시스테마(El Sistema)'는 이렇게 시작됐다.

베네수엘라 정부의 음악교육 프로그램인 '엘 시스테마'의 한국판이 교회에서 싹이 트고 있다. 굳이 대상을 궁핍하고 위험한 환경에서 자라나는 아이들로 국한시키지는 않지만, '엘 시스테마'의 중요 가치인 '음악을 통해 아이들의 미래를 바꾸는 사회개혁 운동'이라는 명제는 동일하다.

대구중앙교회(박병욱목사 시무)는 선교교육문화센터 예능교실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비올라, 첼로, 플루트, 트럼펫, 바이올린, 대금 등을 가르치고 있다.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의미와 입시 위주의 공교육에서는 찾기 힘든 꿈과 희망을 전해주고 싶어서다.

담임 박병욱목사는 "수강 청소년들이 음악으로 희망을 얻고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있다"며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무료로 악기를 대여해주고 가르쳐 주기도 한다. 가난 때문에 음악적 재능을 포기하는 아이들이 없도록 하는 것이 예능교실의 가장 큰 목적이다"라고 말했다.

예능교실의 효과는 대단하다. 한 초등학생 수강생은 낮은 자존감과 소심한 성격에 학교 등교마저 포기할 정도였지만 바이올린을 배우며 활발한 성격으로 변했다. 한 불량 청소년은 트럼본을 배운 후 복음을 접한데 이어 음대 대학원에 진학하는 등 인생 항로가 바뀌었다.

   
▲ 도림교회는 음악적 활동을 원하는 아이들에게 '음악학교'를 통해 꿈을 실현시켜 주고 있다. 사진은 수강 학생들의 공연 모습./ 사진제공 도림교회
도림교회(정명철목사 시무)도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오카리나, 재즈피아노, 성악 등 11개 강좌 32개 반으로 구성된 '음악학교'를 진행하고 있다. 한 학기 5개월 과정으로 주 1회 1시간씩 가르치고 있다.

담임 정명철목사는 "평소에 음악을 접하고 싶었거나 음악적 활동을 원하는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시골교회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전북 고창의 농촌에 위치한 상하교회(박종현목사 시무)는 '음악특기학교'를 조직한 후 외부강사를 초빙해 가야금과 바이올린 등을 가르쳐왔다. 시작될 때 지역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교회에서 '엘 시스테마'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성도들의 '재능 기부'가 필수적이다. 교회 내 예술인들의 예술 역량이 선교도구로 펼쳐질 때 세상과 소통하는 도구이자, 교회학교 전도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한편 교회 뿐만 아니라 총회 산하 기독교학교인 영락유헬스고등학교(교장:박승규)에서도 '엘 시스테마'는 펼쳐지고 있다. 이 학교에서는 특기적성 방과후학교로 플루트반, 기타반, 바이올린반, 피아노반 등의 운영과 지도를 통해 청소년기의 정서함양에 도움을 주고 있다.

박승규교장은 "자신만의 소질과 취미를 찾고 문화 체험의 기회를 지원하는 의미에서 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고 의미를 밝혔다.

또한 기독교사 모임인 좋은교사운동(대표:정병오)은 3년 전부터 '시스테마 아카데미'를 운영해오고 있다. 예능에 관심과 소질을 갖고 있지만 가난으로 인해 그 꿈을 펼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분야 전문가들이 자원봉사팀을 조직해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3기가 시작됐으며, 클래식과 국악, 밴드악기 등을 중심으로 한 밴드를 구성해 공연하는 과정으로 진행 중이다. 이미 자원봉사팀이 조직돼 '디오프너스'라는 밴드를 만들어 1차 공연을 가졌다.

정병오대표는 "자원봉사자들은 예능적 달란트를 '하나님 쓰시겠다' 하는 곳에 내어 놓고 그 달란트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있다. 이것이 바로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순종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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