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탐방 11. 기독교문사

출판사 탐방 11. 기독교문사

[ Book ]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1년 04월 05일(화) 11:46
"'비즈니스' 아닌 사역"

   
▲ 서울 종로구 창신동 소재 기독교문사.
한국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기도 전인 1957년. 기독교문사(대표:한동인)는 첫 작품으로 '1000 예화집'을 출판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해 가을 출간된 '새벽설교 365일'과 함께 '1000 예화집'은 치유와 위로의 메시지가 절실했던 시대적 상황에서 한국교회의 강단을 풍요롭게 하는 밑거름이 됐다.

교회사학자 이덕주교수(감신대)는 이를 가리켜 "'1000 예화집'은 대히트였다. 워낙 책이 귀한 때여서 '종이에 잉크만 묻혀도 팔린다'는 말이 있기는 했지만 설교 강단에 직접 필요한 예화를 집대성한 예는 일찍이 없었던 터라 목회자들 사이에 인기가 대단했다"며 "이는 향산 한영제장로가 '문서선교사'로서 본격적인 행로를 시작할 수 있도록 이끈 책이 됐다"고 평했다.

지난 2008년 생을 마감한 향산(香山) 한영제장로는 본교단 유일의 장로 총회장이자 기독교문사, 한국기독교역사박물관의 설립자로 일생을 문서출판 및 보급, 교계 선교사업에 헌신한 '문서선교사'였다. 선친의 문서선교사역을 이어받은 한동인장로(평북노회 신흥교회)는 "어린 시절부터 책과 함께 성장하다보니 자연스레 선친이 하셨던 일을 이어오게 됐다. 미국의 경우 대를 이어받는 출판사가 많지만 우리나라는 흔치 않은 편이다. 밥을 먹을 때나 잘 때나 늘 책과 함께 성장했다. 책마다 고유의 냄새가 있다. 고등학교 때는 집이 창고나 마찬가지였고 방학 때는 책을 나르기도 했다. '책'이라고 하면 다 내 것인 것만 같았다"며 책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밝혔다.

1955년을 원년으로 교문사는 사전, 주석, 신학도서 등 목회자료를 중심으로 2011년 현재까지 총 4∼5백종의 도서를 출간했다. 신사참배를 거부하며 일본 정부에까지 찾아가 항의하고 옥중에서도 담대하게 하나님을 증거하는 모습을 그려낸 단행본 '죽으면 죽으리라'는 1970년대 교문사가 한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며 대표도서로 자리매김했다.

   
▲ "책마다 고유한 냄새가 있다"고 말하는 한동인대표.
'바클레이 성서 주석(전 17권, 1974년 완간)'과 '매튜 헨리 성서 주석(전 45권, 1979년 완간)'은 당대의 신학도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필수 소장 도서였다. 1986년 한국출판문화대상 제작 부문 대상을 수상한 '기독교대백과사전(전 16권, 1985년 완간)'은 도서관마다 학생들이 너무 많이 열람한 탓에 너덜너덜해질만큼 큰 사랑을 받았다.

최첨단 디지털 문화를 자랑하는 요즘, 너덜너덜해진 책을 찾는 이는 줄고 있지만 "문서선교는 비즈니스가 아닌 사역"이라는 교문사의 설립정신은 변함이 없다. "물론 8∼90년대와는 지금 독서문화는 다르죠. 하지만 숫자가 줄더라도 문서를 통해 신앙을 전수하는 일을 끊임없이 하겠다는 생각은 그대로입니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많이 팔리는 책 보다 있어야 할 책, 꼭 필요한 책을 만들 것입니다."

반세기 이상 출판사역을 지속해온 기독교문사는 지난 2001년 경기도 이천에 한국기독교박물관을 개관했다. 한동인장로는 "서점으로 시작해서 출판사를 통해 목회자, 신학생, 평신도를 교육하며 이만큼 왔다면 이제는 '눈으로 보는 책'이 있는 박물관으로 사역을 확대해가려 한다"며 "박물관에 있는 고문헌들이 계속 연구되고 발표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기획전시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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