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공포, 그러나 두려워 말라"

"지진 공포, 그러나 두려워 말라"

[ 선교 ] 니시하라 렌타 신부, 한국교계와 메시지 나눠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1년 03월 23일(수) 09:51

일본 대지진으로 수많은 인명이 피해를 입고 아직까지 핵방사능 유출 위기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내 기독교 지도자들은 세계교회에 일본을 위해 기도해줄 것을 요청해오고 있다.
 
이러한 기도요청의 일환으로 세계교회협의회(WCC) 중앙위원이며 일본 릿쿄대학교 부총장인 니시하라 렌타 신부(일본성공회)가 한국의 WCC 중앙위원인 박성원교수(영남신대)에 메시지를 보내왔다.
 
박성원교수는 "니시하라 신부는 지난해 11월 WCC 총회주제를 위한 아시아신학자 모임에도 참여할 정도로 인정받는 신학자"라며 "신부께서 이 메시지를 한국교회와도 나누기를 희망했기 때문에 번역해 지인들에게 보내 관심과 기도를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니시하라 신부의 메시지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 유저들을 통해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아래는 니시하라 신부의 메시지 전문.
 표현모 hmpyo@pckworld.com

"무서워 말라!"

3월 11일 대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지진이 발생할 때 나는 리쿄대학교에 있었습니다. 책꽂이 선반이 떨어지고 전등이 거칠게 흔들렸습니다. TV를 켜니 사람들을 집어삼킬 듯 달려오는 쓰나미가 보였습니다. 도시 대중교통이 마비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릿쿄대학교 교정을 시민들에게 개방했습니다. 그날 밤을 나는 약 5천 명의 시민들과 함께 학교에서 보냈습니다. 다음날 아침 날이 밝았을 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상황과 맞닥뜨려야 했습니다. 우리는 시편기자가 엄청난 어려움을 당했을 때 그의 혀가 목구멍에 달라붙어 하나님께 기도조차 드릴 수 없게 된 바로 그 탄식을 경험하게 된 것입니다.
 한 여성의 증언이 아직도 내 귀에 쟁쟁거립니다. 그녀가 엄청난 쓰나미를 피해 언덕으로 달려 올라가면서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수십 명의 초등학교 학생들이 울부짖으며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다시 뒤돌아보았을 때는 그 아이들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대피소로 가는 행렬 속에 섞여 있던 한 아이에는 마분지에 엄마 아빠와 형제들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 현실을 우리가 마주쳤을 때 우리에게 남은 것은 그냥 멍한 침묵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지진과 쓰나미에 이어 우리는 또 다른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그것은 바로 후쿠시마 다이치 핵발전소가 통제 불능이 되어 폭발함으로 방사능이 대량 유출될 수도 있다는 공포였습니다. 일본 과학자들은 국민들에게 이 정도는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 정도"라고 말하지만 내가 교토대학교 공학부의 학생으로 있을 때 배운 바에 의하면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사능은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 4년 전에 후쿠시마가 원전장소후보로 의회에 상정되었을 때 만약 칠레급의 쓰나미가 발생한다면 냉각장치가 고장이 나게 되고 이는 끔찍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 적이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원전에서 발생한 사고는 전적으로 인재(人災)라고 규정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방사선 물질이 자기 자신의 몸에 낙진한다 하더라도 이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자신을 바쳐 사투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 사람들이 이 길로 갈 때 그들의 가족들이 어떤 마음인지를 상상조차 할 수가 없습니다.
 
이 상황 속에서 세계의 많은 형제자매들이 나와 관련된 성공회와 다른 국제 기독교 네트워크를 통해 수많은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성공회 사무실의 국장 테리 로빈슨 신부에 따르면 지진이 발생한지 30시간 안에 수백 통의 격려 메일과 기도가 세계 여러 곳으로부터 쇄도했다고 합니다.
 
토호쿠와 키타 칸토 교구 사제들과 교인들은 아직까지도 이번 재난으로 인해 고통당하는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고통과 슬픔 속에 빠져 있읍니다. 그러나 그들만이 그런 것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이루 형언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홀로가 아닙니다. 세계의 수많은 형제자매가 우리와 함께 고통을 나누고 있으며 진정으로 애끓는 아픔을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손을 잡고 전심을 다해 기도하면서 우리 혼자 가게 하지 않습니다.
 
바로 이 순간에 우리는 우리의 믿음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우리 부활하신 예수님은 마리아와 다른 사람들이 무서위 떨고 있을 때 그들에게 "무서워 말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하나님께서 절망을 영원한 생명으로 바꾸신 부활의 주 예수 그리스도에게 주신 이름은 바로 '임마누엘'이란 이름입니다. 그 이름의 뜻은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신다'입니다.
 
폐허가 된 지역의 기왓더미 가운데서 한 소년이 양손에 물을 가득 담은 큰 양동이를 들고 이를 악물고 걷고 있었습니다. 그는 그 기왓더미의 절망 속을 걸으면서도 희망, 즉 산다는 희망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우리 부활하신 주님은 엠마오 도상에서 그랬던 것과 같이 우리 마음에 따뜻한 위로를 주시면서 이 소년과 이 재난 속에 고통 받고 있는 모든 사람들과 그리고 우리 각사람과 함께 걸어가고 계십니다.
 
올해의 부활절은 아주 특별한 주님의 날이 될 것 같습니다. 올해의 부활절은 그 기왓더미 속에 피어나는 작은 분수처럼 희망을 향해 우리가 새로운 걸음을 걷는 아주 귀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아멘.

니시하라 렌타
리쿄대학교 부총장(성공회)
세계교회협의회(WCC) 중앙위원

<번역 :박성원(영남신학대학교 석좌교수, WCC중앙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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