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이제는 '삶'으로

성경, 이제는 '삶'으로

[ 교계 ] 대한성서공회, 한글성경 완역 및 출간 1백주년 맞아 새로운 비전 선포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1년 03월 22일(화) 16:49

한국교회의 역사는 성경으로부터 시작됐다. 1882년 스코틀랜드 연합장로교회 파송 중국 선교사 존 로스가 '누가복음'과 '요한복음'을, 1885년 2월 이수정이 일본에서 '마가복음'을 번역 출간하면서 한국에는 성경을 중심으로한 자생적인 신앙 공동체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최초의 한국 선교사인 언더우드와 아펜젤러도 1885년 4월 5일 이수정이 번역한 마가복음을 손에 들고 인천에 입국했다. 성경이 선교사보다 앞선 유일한 나라인 한국의 초대교회는 성경을 사랑하는 교회, 성경을 읽는 교회, 성경대로 사는 교회, 성경중심의 교회로 그 뿌리를 든든히 내릴 수 있었다.

   
▲ 1911년 출간된 성경전서. 올해로 한글성경 완역 및 출간 1백주년이다.

올해는 한글성경이 완역, 출간된지 1백주년이 되는 해다. 1911년 3월 '셩경젼셔'가 출간되면서 한국인들은 성경 전체를 한 권의 책으로 읽을 수 있게 됐고 신약 중심의 신앙생활에서 율법과 역사, 지혜, 시가, 예언서 등 성경 전체를 함께 읽게 되면서 신앙의 토대는 훨씬 풍성해졌다.

성경 번역이 끝나고 나서 언더우드선교사는 "무엇보다도 어려웠던 점은 말씀의 개념을 완전히 한국말로 옮기는 것이었다. 문자 그대로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그 원어의 의미에 상응하는 한국어를 찾아 번역하는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성경에서 수없이 반복되고 있는 '하나님'이란 단어를 포함해 지금의 모든 번역어들이 많은 고민과 고심 속에 논란을 거쳐 탄생했다.

한글성경 1백주년의 의의는 △한글성경의 번역과 보급을 통한 복음의 토착화 △한글성서 보급을 통한 한글문화 정착과 발전 △한글성서 번역과 보급을 통한 한국교회 연합과 일치 운동 등 크게 세가지로 평가된다.

한글성경은 한문 중심의 유교문화가 지배하던 당시 봉건사회에서 '언문'이라 천대받았던 한글을 보급하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했고 사회에도 영향을 끼쳐서 경제적 자립과 신분 해방의 토대가 됐다. 교회가 노예제 폐지, 조혼제 금지, 처첩제 금지, 공창제 반대, 여성교육 지지, 남녀 평등 지지 등에 앞장서면서 여성의 비약적인 지위 향상을 가져오기도 했다. 특히 최초의 국내 번역 성서가 장로교와 감리교 선교사의 공역(共譯)이었다는 점은 오늘날 한국교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성서사업에서 보여준 일치운동의 정신은 한국교회가 오늘까지 하나의 성서 전통을 유지하게 만든 원동력이 됐다.

   
▲ 구약을 번역하고 있는 이승두, 김정삼, 레널즈(1911).
지난 백년 간 한글 공인 성경은 크게 1911년, 1938년, 1961년, 1998년 번역과 개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11년 '셩경젼셔' 출간 이후 1938년 '한국어가 허용하는 한 원문대로 번역한다'는 원칙하에 지금 우리가 '개역'이라고 부르는 번역의 개정이 완성됐다. 1961년의 개정은 1938년판 개역을 '한글맞춤법통일안'에 맞춰 수정하면서 일부 번역상의 오류들을 바로잡았다. 한국교회 각 교단을 대표하는 한국인 학자들로 구성된 개정위원회에서 개정 작업을 추진한 1998년의 '개역개정판' 성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장애인, 성차별 관련 용어를 고려한 점이 당시로선 큰 파격이었다고 평가한다.

한글성경이 출간된지 한세기가 지나는 동안 한국교회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고 현재 대한성서공회(이사장:김순권)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성경제작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더이상 '받는 성서공회'가 아닌 '주는 성서공회'로 전세계 미자립성서공회를 지원하고 있는 대한성서공회는 지난해 9월 세계성서공회연합회(UBS) 총회를 역대 최대의 규모로 개최하고 성서사업을 통한 세계선교의 사명을 앞장서 수행할 것을 다짐한 바 있다.

새로운 백년을 맞이하면서 대한성서공회는 성경의 번역 출판 반포를 넘어 성경의 메시지가 삶과 실제적인 연관성 속에서 변화의 결실을 맺도록 하는 비전을 선포했다. 또한 미디어 환경의 급속한 변화를 인식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종이로 된 성경'에서 '전자 형태로 된 디지털 성경'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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