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누구를 위한 기회인가?

민주화, 누구를 위한 기회인가?

[ 선교 ] 기독교 시각에서 본 이슬람 국가들의 시민 혁명

차유진 기자 echa@pckworld.com
2011년 02월 16일(수) 14:11
   
▲ 이집트의 콥틱교회와 모스크. 이집트에서는 항상 교회 옆에 모스크를 건축해 교회 활동을 견제한다.
'아프리카의 이슬람 국가들이 시민 혁명을 통해 민주화되고 있다.'
 
이 말에서 '민주화'는 우리 생각처럼 '종교의 자유'까지 포함한 개념일까. 그렇지 않다.
 
지난 1월 독재자 벤 알리 대통령을 몰아내고 23년 독재를 끝낸 튀니지 헌법 제1조는 '이 나라의 종교는 이슬람'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번달 30년 독재자 무바라크 대통령을 축출한 이집트의 정식 국명은 '이집트 이슬람 공화국'이다.
 
튀니지는 인구의 99%가, 이집트는 85%가 무슬림이다.
 
과연 이들이 생각하는 민주화란 무엇일까?
 
'의식주의 해결, 즉 독재정권의 수탈에서 기인한 가난의 극복'이라는 견해가 많다.
 
튀니지에서는 몇 년 간 빵값을 제외한 모든 생필품 가격이 급등했다. 특히 대형 마트가 등장하고 스마트폰 등 고가의 제품들이 들어오면서 서민들의 상대적 빈곤감은 감당할 수 없을만큼 커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를 파악한 요르단, 알제리, 모로코 등도 뒤늦게 물가를 인하하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지만, 이미 돌아선 시민들의 마음을 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그 동안 아프리카의  독재자들을 지지한 이유는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을 견제하는 데 유용했기 때문이다.
 
튀니지의 경우 군사력의 5배에 달하는 15만의 경찰력으로 강력한 철권통치(鐵拳統治)를 감행했다.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을 철저히 색출해 숙청했으며, 정계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이집트 역시 지난 1978년 아랍 국가와 이스라엘의 최초 평화협정인 '캠프 데이비드 협정'을 이끌어 내면서 중동지역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매우 조직적으로 이뤄진 점과 반 원리주의 상점과 시설에 피해가 집중된 점들은 '배후에 원리주의 세력이 있다'는 추론을 이끌어 내고 있으며, 이후 정국도 이들이 얼마만큼의 입지를 차지하는 가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오랜 핍박을 견뎌낸 원리주의자들은 강한 조직력과 주변 이슬람 국가들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튀니지의 오는 3월 총선과 7월 대통령 선거, 이집트의 9월 대통령 선거에서 재기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야권의 최대 조직으로 알려져 있는 '무슬림 형제단'의 최근 BBC방송 인터뷰는 매우 충격적이다.
 
이들은 '이집트 국회에서 많은 의석을 차지한다면 무엇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이슬람 종교법인 '샤리아법'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여성 인권과 기독교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냐'는 기자의 반문에 형제단 대표는 "이들의 권위는 존중하겠지만, 그들도 샤리아법을 따라야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비교적 개방적인 이집트에서도 그 동안 무슬림들의 교회 공격과 위협은 이어져 왔다. 무슬림을 대상으로 하는 포교는 법적으로 금지돼 있으며, 정부가 인정하는 교단에 소속돼 협력하는 것이 외국인 사역자로서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튀니지는 일부 외국인들의 예배 외에는 가정교회 모임까지 철저히 통제했다. 소규모 외국 기업들의 시장 진출이나 외국인의 NGO 설립도 허용하지 않았다.
 
현지 기독교인들은 이슬람 종교법이 발효된다면 지금보다 선교의 문이 훨씬 더 좁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이번 사태를 겪으며 개방화 물결 속에 세속화되고 있던 무슬림들의 결속력이 강화된 것도 주목할만한 일이라고 전했다. 최근 이집트의 모스크에는 감소하던 젊은 신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두 나라는 기독교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튀니지는 과거 지중해 연안에서 큰 세력을 떨친 카르타고의 중심지다. AD 397년에는 신약 27권을 정경화한 '카르타고 종교회의'가 열린 곳이며, 한때 기독교인의 비율이 80%에 달할 정도로 교회가 부흥해 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터틀리안(Tertullianus)과 로마의 박해로 순교한 키프리안(Cyprianus)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이집트 역시 과거 가장 크고 번성했던 알렉산드리아 교구의 맥을 2천년 간 이어온 콥틱 정교회가 있는 곳이다. 곳곳에 기독교 유산과 수도원이 산재해 있으며, 현지 기독교인들의 활동도 비교적 활발하다.
 
독재자가 물러났다고 해서 정권이 쇄신된 것은 아니다. 튀지니 연립정부를 이끄는 모하메드 간노치 총리는 전 대통령을 10년 이상 보좌한 최측근이다. 이집트를 장악한 군부도 무바라크를 포함해 나세르, 사다트 등의 전 대통령을 배출했던 집단이다.
 
양국 국민들은 이번 사태가 서민들의 생활을 안정시키는 토대가 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앞으로도 큰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 현지인들의 전망이다.
 
이집트에서 가장 흔히 볼수 있는, 또한 가장 선호하는 자동차는 한국차라고 한다. 그만큼 한국에 대해 우호적이지만 한국교회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취재 중 만난 현지 사역자들은 민주화를 과대 평가한 나머지 이뤄질 수 있는 세계 교회의 공격적 포교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주변국인 알제리의 경우 심한 정치적 불안정 속에도 2000년 초반까지 기독교가 지속적으로 성장했지만, 국가가 안정되고 서양 선교사들이 대규모로 진출하며 종교법이 제정되 현재는 선교의 길이 철저히 봉쇄되고 말았다.
 
오랜 식민 통치 속에 부정, 부패, 패배의식이 만연하지만 이들은 아랍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전통에 대한 높은 긍지를 지닌 민족이다. 한국교회의 갑작스러운 관심과 물량적 선교는 이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밖에 없다.
 
현지 사역자들은 한국교회가 현지 기독교인과 사역자들을 위해 기도하며, 조심스럽게 협력을 모색해 나갈 것을 조언했다. 이슬람 국가들의 민주화 열풍이 선교적 기회가 되도록 하려면 먼저 이들을 이해하기 위한 꾸준한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