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만나는 곳

교회,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만나는 곳

[ 교계 ] 터치앤처치 기획

차유진 기자 echa@pckworld.com
2011년 02월 15일(화) 11:33

교회는 만남의 장소다.
 
어른, 청년, 아이들이 한 공간에서 같이 예배를 드리며 은혜를 나눈다. 또한 성별, 가치관, 장애 등 모든 차이를 뛰어넘어 다양한 모임이 이뤄진다.
 
이와함께 교회는 디지털(digital)과 아날로그(analog)가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요즘은 모든 것이 디지털인듯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우리가 교회에서 사용하는 음향기기들은 대부분 아날로그 기기다. 마이크로 들어온 소리는 전기신호로 바뀌고 다시 앰프로 증폭된 후 스피커를 통해 우리 귀에 전달된다. 연속적인 신호를 연속적으로 출력하는 것이 곧 아날로그다.
 
디지털은 신호들 사이에 '숫자(digit)'가 개입한다. 연속적인 신호를 숫자로 바꿔 데이터화하며, 때로는 귀에 들리는 소리도 만들어낸다. 대표적인 디지털 장치는 컴퓨터다. 요즘은 교회 음향기기들도 컴퓨터와 연동되면서 디지털화되고 있다.

"디지털 기기가 더 편리하고 가격도 높지만, 소리는 여전히 아날로그가 정감있게 들립니다."
 
연휴 직전 의정부의 한 교회에서 음향 시설 보수에 한창인 노엘음향산업 대표 김필순장로(염광교회)를 만났다. 지난 37년 간 2천여 교회의 음향시설을 설치한 그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에 관한 몇가지 이야기를 들려줬다.

#교회 음향 시설 어떤 것이 달라졌나.
 
"전에는 목회자의 스피치 전달에만 초점을 맞췄었는데 요즘은 찬양집회나 공연을 위한 음악성에도 많은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설교 중심일 때는 작은 스피커로도 충분했지만 이제는 넓은 대역을 소화할 수 있는 대형 스피커들이 꼭 들어간다. 마이크 설치도 전에는 보통 3개, 많으면 5개 였지만, 이제는 기본이 10개라고 한다. 찬양예배가 활성화된 90년대 중반부터 빔프로젝터나 캠코더 등도 교회 설비의 필수품이 되버렸다.

#기기와 교인들의 거리는 더 멀어졌다?
 
음향설비 비용은 급등했다. 예전에는 50만원이면 됐는데 이제는 영상부분을 빼도 2백만원은 가져야 한다. 컴퓨터와 연동되는 디지털 컨트롤 기능을 갖추면 쉽게 1천만원대를 넘어가기도 한다. 이러다보니 이제 음향기기는 오직 담당자만이 만질 수 있는 물건이 됐다. 음향실(또는 방송실) 역시 관계자외 출입금지다. 예전에는 강단에서 바로 마이크 볼륨을 조절해 가며 사회를 보고 설교도 했는데 말이다.

#그러다보니 가끔은 문제도 발생한다.
 
목회자들마저 음향기기와 거리를 두게 되면서 '소리의 가치'보다는 '소리의 가격'을 중시하게 됐다. 김 장로는 "여러 목회자들이 이웃 교회보다 더 고가의 설비를 갖추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목회자는 자신의 교회 규모와 건축에 맞는 소리를 찾아야 한다. 또한 투자되는 비용만큼 적절한 효과가 나올지도 살필 수 있어야 한다. 김 장로는 "요즘은 제품 브랜드에 따른 차이가 많이 좁혀졌다"며 "평소 음향기기를 만지며 소리 차이를 느껴 본 목회자라면 고가의 유명 기기에만 매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시대, 명료함은 감소?
 
"많은 목사님들이 저음을 좋아하시는데 사실 교회 음향의 튜닝 기준은 맑고 명료한 소리입니다. 그래야 설교 내용이 잘 전달되고 오래 들어도 편안하거든요." 음향기기도 요즘은 다른 디지털 장비처럼 '멀티'가 대세다. 그러나 이날 만난 젊은 엔지니어들은 "다양성 때문에 예배에 대한 집중(focusing)은 오히려 감소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예배 시간에 모든 교인들이 설교자만 바라보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가끔씩 스크린도 봐야하고 스마트폰, 테블릿피씨를 보는 사람들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들의 말을 종합해보니 이렇다.
 
"중요한 것은 아날로그냐 디지털이냐가 아니다. 얼마나 비싼 물건이냐는 더더욱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 기기들이 하나님의 은혜를 나누는 데 얼마나 잘 사용되는가'이다. 장비가 발달할수록 우리에게 하나님의 은혜를 나눌 수 있는 기회는 더욱 많아지고 방법도 다양해질 것이다. 그래서 신앙인들은 이들의 용도가 복음에 집중되도록 조정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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