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조과학칼럼 ]
언제부터인가 한국을 방문하여 창조과학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면 질문 하나를 자주 받게 되었다. 바로 양승훈 교수가 '창조와 격변'(2006)에서 주장한 '다중격변론'이다.
주장한 사람이 한국인이고, 저자의 적극적인 언론 활용 때문인지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도 궁금해 하는 것 같다.
다중격변론을 간단히 말하자면, 하나님께서 수십 억년 동안 진화 순서대로 생물을 창조하고 멸종시키는 일을 반복하신 후 마침내 인간을 창조하셨는데, 그 멸종이 일어날 때마다 지구상에는 운석 충돌에 의한 격변이 있었다는 타협이론이다. 즉 앞서 다뤘던 점진적 창조론에 격변을 첨가한 이론이다.
이 이론은 과학적인 면을 보더라도 전공자에게 교정을 받지 않은 허점 많은 개인적 이론이다. 특히 책 전체의 흐름을 결정하는 지질학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실제로 이 책에서 제시하는 격변의 증거들이 노아홍수 격변을 말하는지 자신이 주장하는 다중격변 중에 하나를 말하는지 독자 스스로 구분할 수도 없게 써있다.
이는 저자 자신도 구분하지 못함에 틀림없다. 저자는 지난 역사에 여러 번의 격변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이유를 "지구역사에서 단 한 차례의 대규모 홍수만 있었다는 대홍수론의 가장 큰 어려움은 기존의 (수십 억년의) 연대측정 결과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p.470)"라고 말한다.
여기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보아야 한다. 수십 억년의 진화 순서를 받아들이면 결국 전 인류에 대한 단 한번의 홍수심판을 건드리게 된다는 점이다.
어떤 면에서는 다중격변론은 기존의 타협이론보다 더욱 인위적으로 하나님의 성품을 손상시킨다. 책 속에서 "대규모의 멸종들이 과연 하나님이 보시기에 나빴을까를 생각해보아야 한다(p.536)"는 식의 표현을 봐도 알 수 듯이, 하나님을 인간의 죄가 들어오기도 전에 격변적 사건으로 동물들의 멸종을 '일으킨' 분으로 전락시킨다.
또한 멸종과 자연재해가 죄의 결과가 아니어도 괜찮다는 신학적 타당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수 페이지에 걸쳐 멸종과 자연재해를 하나님의 창조 작품으로 미화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인간 창조 이전에 피조물을 멸종하셨다면, 이에 대한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동물들이 보기에 좋지 않았다 던지…' 말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보시기에 좋았다고"고 감탄만 하시며, 성경의 어디에도 인간의 타락 이외에는 보시기 좋았던 동물을 멸종시킬 어떤 이유도 찾을 수 없다. 다중격변론은 성경을 변형시킴으로 전능하시고 극히 선하신 하나님의 성품을 왜곡시켰다.
다중격변론이 등장하자 한국의 기독교인들 가운데 이를 동조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아마 내용보다는 수십 억년의 진화 역사와 성경을 함께 믿을 수 있다는 반가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필자에게 다중격변론에 대한 질문을 던진 사람들 중에, 이 책을 읽었던 사람이 거의 없었던 점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은 이론의 정당성만 말했던 양 교수의 인터뷰만 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질문자에게 과학이나 성경적 내용을 조금만 설명해도 문제점을 쉽게 이해했다.
만약 한국교회에서 다중격변론을 사실로 가르친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지 않은가? 이미 이전 칼럼에서 썼듯이 미국에서 점진적 창조론을 수용했을 때 교회에서 젊은이들을 잡지 못했음을 기억할 것이다. 똑같은 이유에서다. 둘 다 진화순서는 사실이고 성경 역사는 틀렸다고 말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