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불합리한 실행위원 조정부터 개혁 시작하라

한기총, 불합리한 실행위원 조정부터 개혁 시작하라

[ 교계 ] 지나치게 방만한 구조, 휘둘리는 대표회장의 위상... 한기총 흔들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1년 01월 25일(화) 15:48
   
▲ 길자연목사는 우여곡절 끝에 17대 대표회장에 인준됐다. 험난한 과제들이 주어진 가운데 한기총의 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일 정기총회 직후 새로운 임원들과 함께 자리한 모습. 사진/장창일차장
최근 정기총회를 열고 길자연목사를 17대 대표회장에 인준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하지만 인준과정에서 벌어진 극도의 갈등상은 과연 한기총이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관으로서의 자격을 갖추고 있느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올 1월 17일자로 발표된 자료를 보면 한기총에는 66개의 교단과 19개의 단체 등 모두 85개의 회원교단과 단체가 가입해 있다. 총회대의원과 실행위원의 규모는 더욱 방대하다. 교단파송 총대가 3백34명에 실행위원이 1백23명이니 토의의 효율성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오랜 전통을 가진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에 가입한 교단이 고작 7개인 것과 비교하면 실로 엄청난 규모다. 문제는 지난 해 통과를 목전에 두고 임시총회에서 무산된 정관개정건이나 길자연목사의 대표회장 인준과정에서 드러난 논란을 보면 한기총이 규모만 컸지 논의구조가 무척 허술해 앞으로도 어려운 상황이 계속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해 정관개정건도 이미 몇 차례의 실행위원회를 통해 문안을 가다듬고 축조한 뒤 통과를 결정했지만 임시총회에서 특정 교단 총대들의 집중적인 반대에 부딪혀 사실상 전면 폐기됐다. 이번 인준과정에서 불거진 갈등도 이미 차기 대표회장으로 선출한 바 있는 길자연목사를 몇몇 교단 총대들이 '법 원칙'을 들어 인준불가 입장을 천명하면서 촉발됐다.
 
아무리 임원회와 실행위원회가 결의한 내용이라 하더라도 회원들의 이해관계나 향후 정치적인 역학구도에 따라 일부 교단이나 한기총 내 사조직 등이 규합해 총회에서 발목을 잡으면 어떤 결정이라도 뒤집을 수 있다는 일종의 '학습효과'가 이미 자리잡은 분위기가. 이같은 폐단이 이어질 경우 한기총 대표회장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는 동시에 한국교회를 대표한다는 상징성도 동반 매몰될 수 있다.
 
한기총 내부에서는 오랫동안 회원권에 대한 관리가 시급하다는 요구가 고조되어 왔다. 사실 한기총의 문턱은 높지 않았다. 여기에 한기총 내부에서조차 외형을 키우려는 분위기가 크다보니 가입을 원하는 교단이 제출하는 서류들을 현장실사 등을 통해 검증할만한 여유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규모만 크지 내실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한기총은 교단의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회원교단에게 실행위원과 총대를 배정하고 있다. 총대의 경우 교단의 규모를 감안하고 있다지만 대표회장 투표권을 가진 실행위원들은 모든 회원교단에게 최소 1명 이상 배정하고 있다보니 규모가 작은 교단들이 세를 규합한다면 대표회장 선거와 같은 굵직한 행사의 결과를 좌지우지 할수도 있다. 실제로 실행위원이 한명인 교단의 수를 합치면 모두 64개, 반면 본교단과 예장 합동 총회 등 대교단을 포함해 실행위원이 2명 이상인 교단의 실행위원들을 합치면 77명에 지나지 않는다. 64:77. 조직만 두고 본다면 '평등'을 가져왔지만 내용적으로는 '부조화'를 낳고 말았다.
 
결국 차기, 혹은 차차기 대표회장 출마 예정자들은 자연스럽게 군소교단들의 '눈치'를 볼수 밖에 없고 이들을 대상으로 장기적인 표밭관리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자연스레 한기총 내부에서도 이들의 목소리가 커지게 되고 대표회장에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최근들어서는 누구를 위한 한기총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물론 연합기관인 만큼 가입한 모든 회원교단이 동일한 권리를 가져야 하겠지만 합리적인 힘의 균형 또한 필요하다는데는 이견이 없다.
 
이외에도 지나치게 방만한 위원회 구조나 끊임없이 제기되는 정체성 논란 등도 한기총이 넘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하지만 한기총이 짊어지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가장 합리적이고, 동시에 회원교단들의 피해와 반발까지 최소화하면서 안착시킬 수 있는 마땅한 출구전략이 없다는 것은 한기총 지도부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길자연대표회장은 '처치스테이 강행 입장'을 거듭 천명하고 있으며, 지난 회기의 유산인 이단문제에 대한 해법 마련 등 취임 초기부터 쉽지 않은 장애물을 넘어야 하는 형편이다. 한기총의 한 관계자는 "한기총이 최근 몇년 동안 지나치게 대표회장 선거에 매몰되어서 후보들이 표심잡기에만 열중한 면이 있다"고 지적하고, "이에 따른 부작용이 분명히 있는 만큼 자리욕심을 먼저 내려 놓은 뒤에 한기총의 문제들을 냉정히 살피고 이를 개선하면서 미래지향적인 비전들을 수립해야 하지 않겠냐"면서, 한기총의 제자리 찾기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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