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간의 죽음

4일간의 죽음

[ 제12회 기독신춘문예 ] 제12회 기독신춘문예 희곡 부문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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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1월 18일(화) 15:45

글 : 최영윤 / 그림 : 최현정

▶ 등장 인물 :
나,두려움,슬픔,죽음,천사,예수의 음성, 사람들

곡하는 소리… 흐느껴 우는 사람들… 누군가 '나'를 부른다.
30초 정도 정적이 흐른다.
무대는 긴 의자가 하나 놓여있고 의자위로 핀 조명… 삼면은 무덤을 나타낼 수 있는 바위질감으로 하되, 없으면 검은 커튼으로 한다.

긴장감이나 공포를 나타낼 수 있는 음악이 흐르면 무대 오른쪽으로 커튼을 젖히며 조심스럽게 두려움(위아래 검은 타이즈 차림, 얼굴은 하얗게 분장을 했다)이 주위를 살피며 등장한다.

여기서의 '나'는 지성이다.

   
두려움 : (의자위에 누워있는 '나'를 확인한 뒤 무대 앞으로 걸어 나온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하더군. 생각하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거야. 인간은 억울한 고난 앞에서 턱을 괴고 질문을 시작하지. "왜입니까?" "왜 하필 접니까?" 두려움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 악에 눈을 뜨게 되지... 날 부르는 그들의 사유 속으로 들어가서 존재를 흔들어 대기 시작하면 정말 인간은 갈대가 돼. 나의 속삭임. 작은 터치에도 뿌리 채 흔들리는 존재의 연약함이라니... 하하하하... 이상해... 왜 그토록 인간은 나를 그러니까 두려움을 겁내는 걸까? 하하하... 하긴 그래서 내 임무가 쉽지. ('나' 쪽으로 걸어가 의자에 앉아 제스처를 취한다) 보시라 여기 연약함 속에서 태어나 연약함 속에서 죽어간 '나'가 있다. 흔들어 볼까?('나'를 건드리며 낮은 소리로) 일어나. 일어나라구. 음... 아주 깊은 잠에 빠져있군...(흔들면서)

('나' 움직이자 움츠리다가 세게 흔든다) 일어나. 눈을 떠보라구. (눈을 뜬다) 오호 이제 겨우 눈을 뜨는군... 자 이제 어서 일어나봐('나' 벌떡 일어난다. 두리번거리며)

나 : 여기가 어디지? 누.구.죠?
두려움 : 여기? 나? 음... 마지막으로 뭐가 기억나지?
나 : 울부짖는 소리. 그러니까 사람들의 흐느끼는 소리... 죽으면 안돼... 죽으면 안 된다고... 맞아... 난... 죽었어... 그러니까... 난...
두려움 : 오호... 그렇지... 네가 죽었군... 네가 죽은 거야.
나 : 그럼 여기가 무.덤.속.
두려움 : 맞아 무덤이야. 사람들은 그렇게들 부르지.
나 : 그렇군요. 그래 아팠었지... 난 아주 많이 아팠어... 그리고 죽었구나... 죽은 거야. 내가...
두려움 : (어깨를 툭툭 치며) 실망하는 거야?
나 : 그런데... 지금 내가 당신과 이야기하고 있는 건가요? 주고받고... 나와 당신이...
두려움 : 음... 꿈이라고 할까? 악몽! 어때? 악몽이야! (혼자말로) 악몽... 괜찮은데...
나 : 악몽이라면... 잠인가요?
두려움 : 잠! 그것도 괜찮은데? 아직은 잠이라고 해두지.
나 : 아직은? 아직은 이라뇨?
두려움 : 세상에 살 때 널 가장 괴롭힌 게 뭐였지?
나 : 모순이요. 무질서하고 혼란스러움이요. 옳고 선하게 사는데도 패배자가 되고,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일했는데도 보상은 가난이죠. 사랑하고 믿어주고 충성을 다해도 뒤통수를 얻어맞거나 모함을 당해 쫓겨나죠. 억울한 고난은 죽음으로 이어지죠.
두려움 :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그렇지. 먹고 먹히고. 밟고 올라서거나 깔리거나 먹이 사슬 속에서 아귀다툼을 하며 살지... 겉과 속이 다르고 (비웃으며) 생각과 마음과 행동이 따로 놀지.
나 : 싫어, 싫단 말이야. 난 저들과 다르게 살고 싶어.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은 이런 세상이 아니야.
진정한 삶을 알고 싶어. 어떻게 사는 게 진실한 삶인지 배우고 싶어. 누가 그렇게 살지? 도와줘요. 열정을 다해 사랑하고 사랑받고, 존중하고 존중받는 삶을 가르쳐줘요. 없어. 무더기로 몰려가기만 해. 모두 기어오르기만 한다고….
두려움 : 같이 가면 되잖아. 어울리면 되지... 먼저 달려가고 먼저 올라가고. 모두 그렇게 살면 그게 정답인거야. 안 그래?
나 : 영혼이 잠들지 않아요. 영혼은 깨어서 진실을 원해요. 끊임없이 물어 와요. (혼잣말로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렇게 사는 게 바르게 사는 거야? 네가 사랑해야지. 네가 참아야지. 네가 화내면 안 돼. 자비를 베풀어야지. 네가 먼저 주어야지. 네가 용서해야지.
두려움 : 이런... 소심하군. 예민하고... 아직도 순수를 꿈꾸다니. 그런 소린 무시하는 거야. 그러니까 병에 걸리지. 아직도 영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니. 근심이 뭔지 몰라서 그러는 거야. 자, 이리와. 내게로... 두려움 속에 널 숨겨줄게. 달콤하게...
나 : 난 숨고 싶어.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가고 싶어. 도망가고 싶어. 사라져 버리고 싶어. 이 연기들처럼 피하고 싶어. 영혼의 소리가 들려오지 않는 곳으로. 당신은 누구죠?
두려움 : 내가 누구냐고? 두려움이지.
나 : 두려움! 맞아 난 두려웠어. 겁에 질렸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으니까.
두려움 : 지금은 어때?
나 : 두려워요.......
 (노래한다)
두려움은 처음에는 안개처럼 내 발밑에 조용히 살며시 잠겨오죠. 빛이 사라진 뒤에 풀잎 위에서 나뭇잎 위에서 반짝이다 사라진 뒤에 친구들이 하나둘 돌아가요. 다람쥐와 새들이 모두 모두 돌아가요. 쉴 곳으로. 기다려주는 사람이 없는 시간에 보살펴 주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두려움은 저 어둠처럼 내게 다가와요. 가슴에서 따뜻함이 식어가죠. 심장의 고동치는 따뜻함이 외로움 속에서 그리움 속에서 아무도 없는 텅 비어 있는 시간 속에서 조용하게 조용하게 식어가고 있죠. 두려움을 아시나요? 혼자라는 걸 느끼는 시간! 두려움을 아시나요? 보호받지 못하고 버려져있다는 쓸모없는 저 돌멩이들 같은 느낌을. 거미가 움직이는 어둑해지는 이곳에서 의심이 속삭여 오죠.
두려움 : (화답한다) 난 오늘도 찾아간다네.
집을 잃어버린 양들에게로. 그들은 너무 멀리 찾을 수 없는 곳으로 파선된 배처럼 헤매이고, 있다네. 나는 다가간다네. 내 눈엔 보인다네. 의심으로 요동치는 그들의 시간이. 그들의 떨리는 눈빛이. 그들은 부서지는 파도처럼 한꺼번에 허물어진다네. 의지할 곳 없는 이들!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이들! 자신을 의심하는 이들! 한낮의 태양이 부풀려 놓은 그들의 심장이 식어간다네 다가오는 어둠속에서! 난 찾아가네. 날 부르는 그들의 의심에 이끌리어서. 버려진 낙엽을 밟듯 그들의 식어가는 심장을 밟으며 그들 속으로 그들 속으로 그들 속으로... 그들 속으로...
나 : (화답한다) 가난한 이야기가 살고 있는 집을 떠나고 싶어요. 슬픔으로 가득찬 집을 떠나고 싶어요. 대항하지 못하고 빼앗고 움켜쥐지 못하는 연약한 집을 떠나고 싶어요. 늘 의에 주리고 목이 마른 집을 떠나고 싶어요.
두려움 : 우린 좋은 친구지... 자, 이제 갈까?
나 : 어딜요?
두려움 : 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광기가 넘치는 곳으로 모든 울분을 토해 놓는 곳으로...
나 : 두려움과 축제를 한다구요. 축제... 두렵기만 했던 건 아니었어요. 가끔 평안을... 평안을 느끼게 하는 분이 계세요. 가끔 내게 오셨는데 그분이 내게로 들어오시면 내 맘은 평안으로 가득 차곤 했어요.
두려움 : 평안?
나 : 예수님은 영원한 집이라고 하셨어요. 그 집으로 들어오라고 하셨어요. 생명의 떡이 있고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수가 있다고 하셨어요. 그분이 평화라고 하셨죠.
두려움 : 오호라. 그래서 네가 지금 여기 있는 거야? 여기가 영원한 집이란 말이지... 생명이고.. 평화라고? 네가 원하던 집이 이런 거야? 그는 지금 어디에 있지? 피해봐. 들어가 보라구. 어서 숨어 보라니까. 정신 차려. 지금 여기엔 나밖에 없어. 친구가 있다면 나라구. 난 두려움이야. 알아? 난 두.려.움이라고.
나 : 아니야... 아니야... 아니라구.
두려움 : 아니긴, 뭐가 아니라는 거야?
나 : 친구라면... 그러니까... 친구라면 입술에 위로가 있어야 해. 근심으로 가득찬 마음을 열 수 있어야 한다고... 사랑이 있어야해. 영혼은 사랑을 먹고 자라니까.
두려움 : 요구하지마. 내겐 뭘 요구하는 게 아니야. 난. 덮어 씌워주는 거야. 내 역할이란 삼켜버리는 거라구. 없어져 버리고 싶어 하는 널 없애주는 거야. 자... 이렇게. (망토로 '나'를 덮어준다)
('나'를 덮은 채 의기양양해져 노래한다) 모두가 원하지. 똑같은 이야기를. 부자 되길 원해요. 나만 사랑받길 원해요. 내가 최고이길 원해요. 나만 명령하길 원해요. 인간이 원하는 이야기는 하나 언제나 하나. 모두 같은 이야기를 원해. 파리해져가는 영혼들. 자아 노래를 만들자. 저들이 듣기 원하는 노래를. 부자가 되거라. 높아지거라. 튀어 오르면 된단다. 즐겁고 싶어요. 즐거워라. 아무 생각 없이 신나고 싶어요. 신나거라.
한곡조면 돼. 그들이 원하는 노래를 불러주면 모두 따라오게 되어있지. 피리를 불어주기만 하면 돼. 강으로 가는 거야. 죽음의 강으로... 슬픔의 강으로... 가라앉아라. 가는 동안만이라도 저들의 상상력 속에 생각 속에 모든 걸 채워주자. 눈을 영원히 뜰 수 없도록. 그들은 어둠을 사랑해. 깨닫기 보다는 배부르길 원하고 홀로 있기 보다는 함께 휩쓸려가길 원하지. 혼자라는 걸 견뎌 낼만한 용기와 믿음이 없어.
부자가 되거라. 높아지거라. 튀어 오르면 된다. 취할 때까지. 가라앉을 때까지. 멈추지 말거라.
나 : (망토를 살짝 제치면서) 예. 수... 길이라고 하셨는데... 하늘로 이어지는 길이라고...
두려움 : 안돼, 그 이름은 안돼...
나 : 두려워하지 말아라. 내가 너와 함께 있으니. 놀라지 말아라. 나는 너의 하나님이 된단다. 내가 너를 지켜주겠다.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어 주겠다...어디 있죠? (자기 손을 만지면서) 오른손이라고 했는데...
두려움 : (물러간다)
나 : (두려움을 바라보며) 어딜 가죠? 왜 가는 거죠? 나는 어떻게 하죠?
두려움 : 지금은 말해줄 수 없어. 다른 친구들이 찾아 올꺼야. 여기서 기다리면 돼.
(두려움이 가고 '나' 풀이 죽은 채 의자위에 앉는다)
나 : 지켜주겠다는 약속은 있는데 붙들어 주겠다는 말은 있는데 실상은 어디에 있는걸까? 내가 아팠을 때 왜 버려두었지? 왜 내 병은 고쳐주지 않는 거야. 모두 똑같아. 거짓말인거지. 두려움이 한말이 맞아. 결국 혼자야. 늘 그렇듯이 버려져 있는 거야. 그냥 갈걸. 두려움을 따라가 볼걸...
 (오른쪽 커튼을 젖히며 피에로 복장을 한 슬픔이 장난을 하며 등장한다)

여기서의 '나'는 감성이다.

슬픔 : '나' 실망하지 마세요.
나 : (반갑게 달려가며) 두려움인가요?
슬픔 : 아니에요. 난 슬픔이에요. 사람들은 모두 혼자예요. 모두 외롭죠. 가족들이 위로해 주지 않던가요?
나 : 가족이 뭘까요? 속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죠. 가족끼리 있을 땐 감추지 않아요. 속내를 드러내죠. 거리낌 없이 욕심을 드러내고 미소가 벗겨진 얼굴에선 굶주린 사자가 으르렁대죠. 친절이라는 갑옷을 벗어 벽장에 넣고 돌아서면서 감춰진 냉소가 자식들을 향해 한 치의 양보 없이 심판을 시작하죠. 너무 바빠요. 늘 분주해요. 사람들을 초대하고 음식을 장만하고, 집안을 깨끗이 치우죠. 내겐 눈길 한번 주지 않아요. 의무를 다하라고 요구하죠. 반듯해야 해 깨끗해야 해. 서로를 알고자 하지 않아요. 내가 느끼는 것들. 생각하는 것들. 나의 아픔들은. 먼지처럼 털리고 쓰레기처럼 함께 쓸려 가버려요.
슬픔 : 가족이 아니라면... 친구가 있잖아요.
나 : 친구. 있죠. 하지만 마음을 열수가 없었어요.
슬픔 : 왜죠?
나 : 믿을 수 없잖아요. 끝까지 함께 할 것도 아니구요. 목숨을 내어 줄 것도 아닌데... 원하지 않아요. 마음까지는... 그럼 진지해져야 하니까 싫은 거죠. 그냥 떠들고 웃고 즐기고 먹고 그거면 되죠. 그 이상을 더 다가가려고 하면 낯선 표정을 지어요. 두려운 거죠. 익숙하지 않으니까요. 등을 돌리고 하품을 하죠.
슬픔 : 그럴 때 어떠셨나요?
나 : 슬펐어요. 외로웠어요. 그런 상황들이 싫었고. 친밀함을 원하는 내 자신이 부끄러웠어요.
슬픔 : 제가 곁에 있었죠. 지금처럼. 슬픔의 숨결로 외로움의 손길로 늘 위로해 주었죠.
나 : 난 혼자 울었어요. (노래한다) 울지 말아요. 울지 말아요. 달래줄 사람 내겐 없어요. 울지 말아요. 울지 말아요. 괜찮다고 말해줄 사람 내겐 없어요. 울지 말아요. 울지 말아요. 등을 토닥이며 재워줄 사람 내겐 없어요. 어미닭이 병아리를 품듯이 어미 곰이 아기 곰을 품듯이 어둠이 태양을 품어 꿈이 되게 하는 이 시간. 혼자 울어요.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고 희망을 가르쳐주고 오늘을 품어 내일을 창조해줄 소망의 노래를 배우고 싶어요. 소망의 노래를 희망의 노래를. 모래 바람 속에서. 혼자 울며 노래하며 잠이 들어요.

슬픔 : (화답한다) 세상은 모두 저마다 자기 짐을 지고 가는 사람들뿐인 걸요. 그들 모두는 커다란 인생의 짐을 지고 있답니다. 스스로를 보호해야 하죠. 스스로를 먹여 살려야 하죠. 힘껏 일해야 해요. 힘껏 노력해야 해요. 멈출 수 없는 저들의 삶의 고통을 어찌할 수 있겠어요. 쉴 수 없답니다. 꿈꿀 수 없답니다. 잃어버린 어린양들을 위해 기도할 시간이 저들에게는 없답니다. 일해야 해요. 먹고 살기 위해 그들은 부지런히 시간의 톱니바퀴를 따라 돌아야 한답니다. 인생은 이런 거예요. 삶은 먹기 위해 살고 살기위해 먹고 끌려가며 살고 끌고 가며 사는 거랍니다. 태양이 달을 끌어오고 달은 바다를 끌어오고 바다는 아침을 끌어오고 어둠은 빛에 끌려가는 것이 세상의 삶이랍니다. 하루하루 넘쳐가는 건 슬픔이죠. 하루하루 쌓여가는 것도 슬픔이죠. 슬픔을 받아들이고 바다 밑으로 가라앉듯이 삶이 지어주는 짐들에 의해 저들의 인생도 저렇게 가라앉아 가는 것 그것이 인생이고 그것이 삶이랍니다. 가라앉아 가는 것. 기쁨도 가라 앉고 사랑도 가라앉고 믿음도 가라앉고 가라앉아 가는 것 슬프지만 저들의 삶인걸요. 나약한자의 삶인걸요.

슬픔 : (호주머니에서 손수건과 작은 항아리를 양손에 꺼내들고) 여긴 눈물이 가득 들어있어요. 이건 손수건이구요. ('나'의 손에 쥐어주며) 지금 이게 필요할 거예요. 우린 친구죠? 함께 가요.
나 : 어디로 가죠?
슬픔 : 내 집으로 가요.
나 : 슬픔의 집이겠군요...거길 가면 매일 슬프기만 하지 않을까요?
슬픔 : 좋잖아요. 슬플 때 오히려 평안을 느낀다고 하셨잖아요.
나 :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였어요. 슬프고 싶었던 건 아니에요. 다만 이 슬픔을 어찌 할 수 없었던 거죠... 만약 슬픔이 평생의 삶이 된다면 싫어요. 난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아요.
슬픔 : (묵묵히 있다)
나 : (천천히 내면의 목소리로)슬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위로를 받게 될테니까.
슬픔 : (뒤로 물러선다)
나 : 슬퍼하는 자 바로 나야. 나야말로 위로가 필요해... 예수님, 저예요. 저야말로 당신의 위로가 필요해요(슬픔이 사라진다. '나' 주위를 둘러보며) 예수님 지금이에요. 만나고 싶어요. 어디계시죠? 저 슬퍼요. 위로해 주세요. 위로를 받게 된다는 약속을 지켜주세요. (다시 절망하며 의자에 앉는다) 여긴 무덤이지. 맞아 여긴 무덤이 야. 여긴 아무도 올 수 없어. 나 혼자 밖에..그래 (슬픔이 갑자기 생각난 듯) 슬픔! 그래 인간은 세상에 올 때도 혼자였어. 죽음의 길도 혼자 가는 거야. 난 어디로 가는 걸까? 이 길의 끝은 어디일까?

여기서의 '나'는 의지이다.

죽음 : (커튼을 열고 당당하게 들어오며-길고 검은 외투를 입고 있다. 하얀 분장) 하하하하 걱정 하지마. 나와 같이 가면 돼. 내가 안내하지.
나 : (놀란다) 넌, 누구야? 누구냐구? 왜 그렇게 웃는 거야.
죽음 : 어, 이거 실망인데. 무덤 속에 있으면서 날 몰라보다니 말이야. ('나'에게 다가오다가 주춤하며 의자에 앉는다. 의자에 눕는다) 음...역시 편안해 난 무덤이 좋아. 언제와도 이 무덤은 날 황홀하게 해 준단 말이야. 이 어둠아! 이 퀘퀘한 냄새. 난 이것들과 너무 정이 들었어. ('나'에게 다가가서 냄새를 맡는다. 여기 저기 훑어보며) 음...썩어 들어가기 시작했군..여긴 벌써 흰 뼈가 보이는걸. 여기 흘러내리는 고름덩어리들 좀 봐. 생명은 너무 거만해. 기고만장하다가 결국 이 곰팡이 균들이 해치워버리지. 생명체를 깔끔하게 먹어 치워주지.
나 : 뭘 하는 거야. 내게서 떨어지지 못해.
죽음 : 오오오. 아직 준비가 덜 되셨나 보군. 흙에서 온 몸은 흙으로 곱게 돌려 보내주셔야지. 영혼은 어디로 가야 할까? 그게 고민이시겠군. 순순히 받아들이실 때가 되셨을 텐데.
나 : 넌 뭐야? 넌 누구냐구?
죽음 : 죽음!! 세상 여기저기를 두루 돌아다니며 살아 숨 쉬는 것들을 깡그리 티끌로 만들어 버리는 죽음이지. 인간의 역사는 모두 내게서 멈추지 나를 뛰어넘을 수는 없어. 나. 내가 누구냐구? 말해주지. 모든 길은 내게서 끝나. 나를 넘어서는 길은 없어. 생명? 그것도 내 품에서 끝나. 그래서 내 이름이 죽음이야. 생명을 먹어치우니까. 내가 진리지. 살아있는 모든 것은 죽는다. 죽으면 끝이다. 죽음은 끝이면서 진리인거야. 기억의 끝. 고통의 끝. 번민의 끝. 갈등의 끝. 억울한 고난의 끝. 모순의 끝. 혼란의 끝. 불합리의 끝. 멈추는 거라구. 삶이 시작되는 곳에 나의 긴 외투를 그림자처럼 펼쳐놓고 기다리지 때가 되면 널 받아들이기 위해서. 함께 가는 거야. 설마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덜됐다고 투정 부리려는 건 아니지?
나 : (멈칫멈칫한다)
죽음 : 좋아 좋아. 자 그럼. 양팔을 들어 올려 냄새를 맡아봐. ('나' 냄새를 맡는다) 무슨 냄새가 날까?
나 : 썩...썩..썩는 냄새!
죽음 뒤에는 천국이 있다고 들었어. 우리의 영혼은 하나님 품으로 돌아간다고 들어 왔어. 죽음은 시작이라고. 우리 부모님도 그곳에 계실거야. 난 그렇게 믿어왔으니까.
죽음 : (너무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이 못 참겠다는 듯이) 하하하하. 그 동화 같은 이야길 믿는다는 거야. 지금... 하하하 그건 동화야. 몸을 만져봐. 냄새를 맡아봤잖아. 그 몸을 해 가지고 시작을 이야기하는 거야. 천국이라고.(추스리며 끈을 꺼낸다) 좋아. 자 이 끈을 잘 봐. 여기가 시작이고 여기가 끝이야. 넌 태어났어... 시작이지... 내가 곁에서 봤어. 넌 몰랐지. 내가 늘 너와 함께 걸었던걸. 지금, 넌 이 끝에 와있어.(죽을 연결하여 원을 만든다) 죽음은 이런 거야... 도는 거야... 뱅글뱅글... 순환하는 거라구... 살고... 죽고... 살고... 죽고... 별거 아냐... 봄 뒤에 여름이 여름 뒤에 가을이 가을 뒤에 겨울이... 그리고 겨울 뒤에... 그러니까 꽁꽁 언 땅 위로 뭐가 오는지 알아?
나 : 봄...
죽음 : 그렇지. 봄 이라구. 끝이 없는 거야. 네가 죽으면 역사가 끝나는 게 아니라구. 또 누군가는 시작하는 거야. 봄을... 알겠어? ('나' 죽음의 품에 안긴다)

여기서의 '나'는 작가이다.

천사 : 죽음은 '나'에게서 떨어져라.
나 : (외투 속에서 꿈틀거린다) 하나님만이 죽음을 허락할 수 있을 텐데...
천사 : (죽음을 향해) 외투를 열어라.
죽음 : (외투를 열고 '나'를 풀어주며 냉소적으로 비웃으며) 그는 이미 내 품에 들어와 있어 해 보라구. 그는 결국 나와 함께 갈 걸?
나 : (거의 기진맥진해서 고개를 들며) 당신은 또 누구신가요? 전 쉬고 싶어요 이젠 그만 포기하고 싶어요. 이 악몽을 끝내고 싶어요.
죽음 : 곧 끝날 거야... 이리와... 이리로...('나' 비틀비틀 죽음에게로 간다. 이때 천사)
천사 : 하나님에 대해 알고 있나?
나 : (소리를 지르며 절규한다) 알고 있냐구요? 알고 말구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 왔는걸요. 매일 외웠어요. 빠짐없이 그 절기들을 지켰구요. 왜냐구요? 두려웠으니까요. 두려울수록 지켰고 두려울수록 외웠어요. 슬펐으니까요. 슬플수록 기도했고 외로울 때마다 매달렸어요. 이런 열심. 이런 열정. 그러나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았어요. 공허한 메아리는 거미줄처럼, 덫처럼 나의 모든 삶을 옭아매기 시작했어요.

(천사와 죽음을 뿌리치고 관객 앞으로 나아오며 마치 관객에게 동의를 구하듯이)
나 : 세상에 정의가 어디 있나요? 사람사이에 평등이 어디 있나요? 하나님이 공평하시다구요?
죽음, 두려움, 슬픔 : (백 코러스처럼 합창한다) 원망을 쏟아놓자 입을 열어라, 가슴속에 숨 쉬고 있는 죽음을 노래하자. 슬픔을 노래하자. 두려움을 노래하자. 누가 널 만들었지? 진흙 한줌에 불과한 인생이야. 영웅이 어디 있어 선한 자가 어디 있냐구. 부귀영화를 누리던 자들은 어디로 간 거야. 진흙일 뿐이야. 노래하자 원망을 쏟아놓자. 강한 자여 약한 자를 밟아버려라. 있는 자여 없는 자의 손에 있는 마지막 빵을 빼앗아 버려라. 불평을 쏟아 놓자. 험담을 시작하자. 율법의 칼을 갈자. 법의 칼을 들고 골목을 지키자. 움츠린 등에 칼을 꽂자. 증오의 피를 뿌리자. 진흙으로 돌아가는 인생을 비웃자. 티끌로 날아올라라 인생이여. 공허를 남기고 허무에 무너지는 인생을 노래하자. 새것이 어디 있느냐. 내일은 나아 질 거라고 변화 할 거라고... 웃어버리자. 비웃어주자. 모두 허무야. 티끌이야. 진흙일 뿐이야. 원망! 죽음! 두려움! 슬픔! 우리만 남는 거야."
나 :(노래한다) 욕심은 오늘도 세상을 변화시키죠. 눈 먼 자들이 태어나고 고아들이 거리에 넘쳐나죠. 미움은 위선의 옷을 입고 거룩한 산에 올라 사랑을 노래하죠.
죽음, 두려움, 슬픔 : 희망을 버려라. 가난한 자들의 세상이 온다고? 산이 비웃는다. 역사이래로 가난한자가 강한 자를 다스린 적이 있느냐. 인간 속에 선함이 있느냐. 가난한 자 일수록 권력을 귀어주면 잔인한 포악 자가 되기 마련이다. 희망을 버려라 높이 오르면 오를수록 누구나가 포악해진다. 진흙 속에 선함이 숨 쉬고 있다는 희망을 버려라. 눈가 인간 속에 선함을 심을 수 있느냐. 어떤 신이 저들의 인간 속에 거룩함을 자라게 할 수 있느냐. 역사가 웃는다. 모든 역사가 말한다. 강한자의 것이다. 짓밟는 자의 것이다. 부한 자의 것이다.
믿음을 버려라, 부모가 자식을 향해 드는 채찍을 보아라. 내리치며 외치는 소리를 들어보아라. 강해져라 남을 이겨라 남을 딛고 일어서서 강한 자가 되어 약한 자를 다스리라. 부모가 자식을 채찍으로 가르치는 말을 들어보아라. 강해져라 강해지지 않으면 밟힌다. 자식은 믿음을 버려야 한다. 분노의 잔을 마셔야 한다. 스스로 일어서라. 아무도 의지 하지 말아라. 행동하라. 행동하라. 밟고 올라서라. 스스로 높은 산에 오르라. 믿음을 버려라. 세상이다. 이것이 세상이다. 세상은 이렇게 사는 것이다.
나 : 진실한 눈은 어디에 있나요? 정직한 귀는 어디에 있나요? 칼 같은 말씀들은 왜 침묵하나요?
죽음, 두려움, 슬픔 : 반항을 시작하는 거야. 약한 것은 파괴되어야 해. 여린 것은 꺾어 버려야해. 희망을 버리면 오늘이 보이고 오늘만 생각하고 오늘을 즐기는 거야. 즐기는 거야. 저항을 시작하는 거야, 내일에 심어놓은 천국에 저항하자. 삶을 옭아매오는 예의를 벗어버리자. 저항해 버리자. 나를 믿자. 나 혼자 서자. 서서 살다가 깨끗이 죽어버리자. 죽으면 그만이야. 저항해. 반항해. '싫어'라고 외치자. '싫어'라고 외치자.
나 : 제게 천국은 너무 멀어요. 제게 하나님은 너무 거룩해요. 그래요. 전 이렇게 썩어갈 수밖에 없는 존재예요. 누가 만드셨나요? 왜 이렇게 만드셨나요?
죽음, 두려움, 슬픔 : 절망에 이르는 거야, 우리 모두 절망에 이르는 거야. 절망이야... 축제인거야... 절망이야... 축제인거야.(주고받듯이)
나 : (노래한다) 그래요. 난 태어나면서부터 절망을 배웠어요.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가 사랑을 주면 사라지는 걸 보았어요. 내게 젖을 물려주시며 노래해주시던 아름다운 엄마의 품이 싸늘하게 식어가는 걸 보았어요. 흙에 묻히는걸 보았어요. 태산처럼 의지하고 커다란 날개아래 밤을 보내게 해주시던 아버지가 허물어지는걸 보았어요. 인간을 누가 만들었을까요? 인간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요? 진흙 속에서 여린 새싹이 생명의 힘으로 밀고 올라와 바라본 세상은 어떠했을까요? 난 보았어요. 나라를 잃어버린 민족이 겪는 수난을, 같은 사람인데 서로 함께 지어진 사람인데. 그 사람들에 의해서 사람들이 고통을 겪는걸 보았어요. 자기 가족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가족들을 배불리 먹이고 편하게 살게 하기위해 다른 민족에게 자신의 노역을 떠맡기는 걸 보았어요. 종일 밭에 나가 수고하고 돌아와도 텅 비어 있는 식탁뿐인 가난 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나누어주고 함께 어울려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깨달았어요. 누가 도울 수 있을까요? 한쪽에서는 배가 불러 병에 걸리고 한쪽에서는 배가 고파 죽어가는 세상을 누가 도울 수 있을까요? 내가 믿는 하나님은 어디에 계신 걸까요? 하나님은 왜 침묵하시는 걸까요? 아니면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느낄 수 없는 아주 먼 곳에 너무나 거룩한 산에 혼자 거닐고 계신 걸까요? 범죄한 인간을 이 세상에 내신 후에 경멸이라는 차가운 무관심 속에 가두어 두신 걸까요? 난 사람이 무서워요. 사람 속에 살고 있는 증오와 미움과 시기와 질투와 악독한 말과 속이는 말과 흘기는 눈이 무서워요. 난 사람이 무서워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행하는 저들의 악한 생각과 행동이 무서워요. 결코 부르지 않을 결코 채워지지 않을 저들의 탐욕이 무서워요. 난 사람이 무서워요. 자기만이 최고이고 특별해야 하는 날카로운 편견이 무섭고 연약한 소리와 여린 신음에는 닫혀버린 사람들의 귀가 무서워요.
난 사람이 무서워요. 난 내가 무서워요. 내가 사람이라는 게 무서워요. 내 속에 숨 쉬는 사람을 향한 미움이 무서워요. 나를 향한 분노의 불이 두려워요. 깨어져 버린 마음속에서 자란, 나는 미움과 절망을 노래하는 입에서 쏟아지는 불평과 원망과 한숨이 두려워요. 황폐해진 마음. 세상을 다가진다 해도 이미 잃어버린 행복에 대한 소망과 세상의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다 해도 이미 산산조각이 나버린 믿음은 어디서 회복될 수 있을까요. 세상의 진미를 먹는다 해도 맛을 잃어버린 혀는 어느 진리인들 만족을 줄 수 있을까요.
절망을 노래해요. 그 무엇을 가진다 해도 채워지지 않는 절망을 노래해요. 절망을 노래해요. 없어지는 것들을 노래해요. 사라지는 것들을 노래해요. 절망을 노래해요. 늘 허전하게 비어있던 가슴은 이 무덤과 같았고 절망을 노래해요. 시작부터 하나하나 잃어버리기만 했던 인생은 결국 죽음 속에서 티끌이 되어가는 거죠. 사라지는 거죠.
여기가 무덤인데... 여기 죽음이 있고 슬픔이 있고 두려움이 있고 함께 절망을 노래하는데도 왜 난 놓여 지지 않는 거죠. 이건 뭐죠. 몸은 흐물흐물 이렇게 흙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데도 왜 난 아주 분명하게 나를 돌아보는 거죠. 세상에 살 때는 한 번도 이렇게 인생을 돌아본 적이 없었어요. 죽음에 대해 이렇게 깊이 생각해 본적이 없었어요. 이렇게 절망을 대면해 본 적이 없었어요. 이상해요. 내 몸은 허물어져 가는데 그 어느 때 보다도 나의 어느 부분은 선명해지고 나의 어느 부분은 깨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허물어지는 육체 속에서 곤고해 하는 내 영혼이 느껴져요. 살면서 한번도 중요하게 느껴본 적이 없는 이 영혼은 내 속에서 진흙을 뚫고 나오는 새싹처럼 무엇인가를 노래하고 싶어 하네요. 난 어떤 존재일까요? 왜 죽음은 끝이 아닐까요? 이렇게 진흙과 같은 육체를 뚫고 나오려고 하는 이 영혼의 힘은 무엇일까요? 사람은 진흙만이 아닌 그 무엇인가가 더 들어 있는 걸까요. 삶이 허물어지고 삶이 죽음 속에서 불태워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 또 다른 생명의 꿈틀거림은 뭘까요? 마치 씨앗을 남기고 나무가 겨울로 돌아가듯이 잉태되어 있는 이 영혼은 무엇일까요? 그 분이 말씀하셨어요. 내가 원했던 것처럼 세상을 정복해 버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계셨던 분이 말씀하셨어요. 죽을 거라고 그것도 내가 그렇게 증오하고 미워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죽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어요. 내가 바라던 것은 처참한 죽음이 아니었는데... 그 분은 말씀하셨어요. 죽을 거라고 요나의 표적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어요. '너희들 눈에 보이는 저 성전을 허물어라 내가 사흘 만에 다시 지을 것이다' 라고 말씀 하셨어요. '죽지만 살아날 것'이라고 말씀하셨어요. 부활을 말씀하셨어요. 무덤이 비어있을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천 사 : 자기를 지으신 하나님과 다투는 사람에게 재앙이 닥친다. 그들은 깨진 질그릇 조각에 지나지 않는다. 진흙이 토지장이에게 "너는 무엇을 만드느냐?" 고 할 수 있느냐? 지음을 받은 것이 지은 사람에게 너에게는 손이 없다고 할 수 있느냐? "아버지에게 왜 나를 태어나게 하셨습니까?"하는 자녀에게 재앙이 닥친다. "여자에게 무엇을 낳았습니까?"하는 자에게 재앙이 닥친다. 하나님, 곧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분, 이스라엘을 지으신 분께서 이처럼 말씀 하셨다. 장차 일어날 일을 내게 물어라 내 자녀에 관해 묻고, 내가 지은 것에 관해 내게 부탁하여라. 내가 땅을 만들었고 그 위에 사는 모든 사람을 지었다. 내가 내 손으로 하늘을 펼쳤고, 하늘의 모든 군대에게 명령하였다.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흐르면서 예수님의 십자가 장면이 짧게 지나간다)

천사 : 예수를 만나본적 있는가?
나 : 볼품없는 작은 체구... 태초에서 시작되어 끝을 바라보시는 시선, 그 깊은 눈빛으로 날 바라보실 때 아, 날 지으신 자의 손끝이 보여!... 생명력, 내 손목을 잡으실 때 느꼈어. 땅 끝에서라도 날 잡아끌어 올려줄 마치 탯줄 같았어. 네가 낫기를 원하느냐? 네가 믿느냐? 그 분이 하시는 말씀들은 능력이었어. 중풍 병자가 일어서고. 이렇게. 눈 먼 자가 눈을 뜨고 죽은 자가 살아나고... 죽은 자가... 난데... 네가 믿느냐? 죽은 자가 살아나고...
천사 : 그 예수가 자신을 너에게 어떻게 알려주었느냐?
나 : 아버지의 뜻을 이루기 위해 오셨다고 하셨어. 죽어야 한다고... 속죄제에 희생 제물로 드려지는 어린양처럼. 정복자들을 몰아내기 위해서 오신 게 아니라. 칼이 아니라 희생이라고 말이야.
천사 : 기억의 집을 허물어라 내가 사흘 만에 영원한 집을 세울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임을 받아들여라. 분노로 격앙된 심장이 죽음을 토해놓을 것이다. 무엇이나 된 것처럼 행동하는 자기기만을 멈추면 양의 문이 보일 것이고 목자의 음성을 듣게 될 것이다. 가난한 육체를 내려놓으면 나의 나라를 네게 줄 것이고 슬픔으로 앞을 볼 수 없는 네 눈을 열어 널 위해 흘린 내 피를 보게 하겠다. 맨 처음 말이 있었고 거기서 널 불렀다. 말은 예수가 되었고 예수는 널 찾아갔다. 네 안에서 말하는 이는 그의 영이고 그는 끝에서 널 기다린다.

나 :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은 하지 않고, 미워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내가 그런 일을 하면서도 그 일을 원하지 않는 것은, 율법이 선하다는 것을 인정하 는 셈입니다. 원하지 않는 일을 하는 존재는 내가 아니라 내 안에 살고 있는 죄입니다. 나는 내 안에, 다시 말해서 나의 죄악 된 본성 안에 선한 것이라고는 하나도 존재하 지 않는 다는 사실을 압니다. 선을 행하려는 바람은 내게 있지만, 선을 행할 수는 없습니다. 나는 원하는 선은 행하지 않고, 원하지 않는 악을 행합니다.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행하고 있다면, 그 일을 행하는 자는 내가 아니라, 바로 내 안에 살고 있는 죄입니다. 나는 법칙을 발견했습니다. 선을 행하려는 마음은 나에게 있지만, 악이 나와 함 께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나의 중심 속에서는 하나님의 법을 즐거워합니다. 그러나 나의 몸의 여러 부분들에서는 다른 법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 법이 내 마음의 법과 싸워, 나를 내 몸에서 작용하고 있는 죄의 법에 사로잡히게 합니다. 나는 참으로 비참한 사람입니다. 누가 나를 이 죽음의 몸에서 구원해내겠습니까?
천사 : 율법이 죄의 본성 때문에 연약하여 할 수 없었던 것을, 하나님께서는 죄를 없애기 위해 자신의 아들을 죄 있는 사람의 모양으로 보내심으로써 구원을 행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죄인들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죄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리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 당신 안에 계시다면, 당신의 몸은 죄 때문에 죽은 존재이지만, 당신의 영은 의 때문에 살아있습니다. 예수님을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다시 살리신분의 영이 당신 안에 살아 계시면, 당신 안에 계신 그분의 영으로써 당신의 죽을 몸도 살리실 것입니다. (손을 내밀어 잡아주려고 하면서) 당신이 원하고 찾으셨던 믿음의 땅입니다.

죽음 : (강경하게 '나'에게 손을 뻗치며) 안돼, 안돼. 정신을 차려. 여길 보라고... 날 보란 말이야. 널 보라고, 썩어가고 있는 너를 보라고, 진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는 네 몸을 보란 말이야.
나 : 죽음아, 네가 퍼트린 온갖 질병은 어찌 되었느냐? 무덤아! 네가 나의 심장에 쏘아 대던 그 수많은 독화살들은 모두 어찌 되었느냐. 그래 내 몸이 썩어 간다. 난 무덤에 있다. 그리고 넌 날 데려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구 나. 그러나 넌 내가 아니야. 나 또한 네 친구가 아니야. 나를 삼키고 내 육체를 티끌 같이 녹여갈지언정 넌 나의 영혼을 가져갈 순 없다. 나의 영혼을 지배할 순 없다. 이 영혼은... 그의 것이다. 내 것도 아니고, 네 것도 아니고... 마음에 모신 예수의 것이다. 진리로 날 낳으신 분의 것이다.
예수의 음성 : (큰 소리로 무덤 밖에서 부르시는 울리는 음성, 천천히 한자 한자 분명하게) 이리로 나오너라.
나 : 들린다. 이 음성은... 그래 예수님이야... 어디 있죠. 예수님... 저예요.

(환한 빛이 무대 중앙으로 쏟아지듯이 들어온다. '나' 관객석으로 뛰어나간다. 관객석에서 소리치는 사람들)
사람들 : 살아났어. 어머, 살아났어. 정말이네.
(기뻐하는 소리... 사람들의 환호성... 기쁨. 텅 빈 무대에 피아노 반주가 흐르면 '나'의 목소리만 들린다)
나 : 예수님, 전 저 안에서 죽음을 보았어요. 두려움, 슬픔, 절망을 경험했어요. 이 모든 게 마음에 있다는 걸 알았어요.

나흘간의 악몽을 꾸었다. 두려움과 슬픔과 죽음을 보았다. 절망에 빠진 '나' 자신을 보았다. 새 삶을 되찾았을 때 이전의 마음은 무덤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난 살아있으나 죽은 자였다. 두려움과 슬픔과 죽음과 절망으로 가득 차있었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들어올 자리가 없었다. 마음은 닫혀 있었고 예수님은 문 밖에 계셨다. 무덤 속에서 나흘을 보내면서 난 비로소 두려움과 슬픔과 죽음을 떠나보낼 수 있었다. 무덤 문이 열리듯 마음의 문이 열렸고 예수님이 들어와 주인이 되셨다. 나와 함께 먹으며 살아가신다. 그를 믿는 자들의 무덤은 영원히 비어있을 것이다. 이제 난 살아서 믿는다. 예수님은 무덤에서 쏘아대는 두려움과 슬픔과 죽음과 절망의 어둠을 빛으로 물리치시고 그 무덤에 새로운 성전을 세우셨다. 성령을 부으셔서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가게 하신다. 난 일어설 것이다. 고난을 노래할 것이다. 가난한 자의 복을 외칠 것이며 애통해 하는 자의 위로를 노래할 것이며 의를 위해 기쁘게 생명을 내어줄 것이다. 나의 왕을 보라. 저 시온에 서 계신 나의 왕을 보라. 평화의 왕을 보라. 나의 눈을 여시고 귀를 여시고 마음을 여신 나를 지으신 자와 새롭게 하신자의 영광을 보라. 예수님을 바라보라.

예수님의 음성 :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겠고 또 살아서 믿는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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