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으면 교회는 살고..."

"내가 죽으면 교회는 살고..."

[ Book ] 박종순목사의 삶과 목회철학 담긴 '깨끗한 가난' 출간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1년 01월 04일(화) 13:58

   
▲ 초기 전도사 시절의 박종순목사.
"남은 길 주님과 함께 걷겠습니다. 서툰 목회길 마다하지 않고 따라준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지난 12월 26일 주일예배를 마지막으로 충신교회에서의 34년 7개월간 사역을 마감한 박종순목사의 삶과 목회철학을 엿볼 수 있는 '깨끗한 가난(죠이웍스)'이 출간됐다.

책의 첫장을 열면 초기 사역시절 사진 속 청년 박종순목사의 결연한 모습이 제일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다. △목사도 사람 △긍정적 삶이 기쁘다 △별이 되고 싶은 사람들 △뒤로 가는 자동차는 피곤하다 등 4부로 구성된 '깨끗한 가난'은 박종순목사가 목회 틈틈이 써모았던 글을 묶어낸 것으로 그는 "내세우기엔 미흡하고 버리기에 아까운 자전적 사고의 열매들"이라고 수줍게 고백하고 있다.

"그때 학교 기숙사 밥 한 그릇이 13원이었는데 하루에 한끼 먹고 지낼 때도 있었습니다. 점심 시간이 되면 학교 뒤 아차산에 올라가 기도하고 바람도 쏘이다가 식사시간 끝날 때쯤이면 이를 쑤시면서 내려올 때도 있었지요. 그래서 소문이 났어요. 박종순은 워커힐에 가서 비프스테이크 먹고 이를 쑤시며 왔다고.(p269)"

세살 때 지병으로 떠난 아버지의 유산은 책 한권이었고 한 평 땅이나 그럴싸한 집 한 채도 물려받지 못해 가난한 유소년기, 청년기를 보내야했던 박종순목사. 1976년 충신교회 4대 담임목사로 부임한 그는 본교단 제81회 총회장을 역임했으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을 모두 역임하며 교회 일치와 연합에 앞장선 대표적 인물로 손꼽힌다. 온화한 리더십의 소유자로 평가받는 그가 말하는 '깨끗한 가난'이란 무엇일까?

   
▲ '깨끗한 가난'
이 책에서 그는 "깨끗한 가난이 있고 추한 가난이 있다. 마찬가지로 깨끗한 부가 있고 추한 부가 있다"며 "힘들겠지만 가난을 기회로 삼고 가난을 넘어서려는 용기는 깨끗한 가난이고 가난 때문에 자학하고 자포자기하는 태도는 추한 가난"이라고 명명한다. 그리고 "깨끗한 부! 깨끗한 가난이 기독교의 경제원리"라고 선언하고 있다.

또한 목회자가 아닌 절대자 앞의 한 인간으로서 행복을 논하고 바람직한 아버지상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멸망을 앞둔 조국의 현실을 내다보면서 눈물로 세월을 보냈던 예레미야가 그리워진다"며 나라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고 있다. 부록으로는 본질과 현상 22호(2010년 겨울)에 게재된 '한국의 성직자, 하나님의 일꾼으로 살아온 긴 여정-박종순목사'편이 재수록됐다.

그는 '내가 죽으면 교회가 살고 내가 살면 교회가 죽는다(我死敎會生 我生敎會死)'는 문구를 서재에 걸어두고 일평생 목양일념의 정신의 삶을 살아왔지만 은퇴를 앞두고 "완전히 죽지 못했던 목회가 부끄럽다"며 자신을 '서툰 목회자'로 평가했다.

이 책에 담긴 소탈한 문체의 글 속에서 수많은 후배 목회자들의 존경을 받는 오늘날의 박종순목사가 아닌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가겠습니다"라고 기도했던 한 신학생의 모습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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