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가 연합하여"

"형제가 연합하여"

[ 선교 ] WCC에서 온 편지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12월 22일(수) 15:54

올해 하나님께서는 한국교회와 세계교회를 통해 참으로 많은 일을 행하셨다. 지진과 해일 등의 재난이 있는 곳에는 교회의 협력을 통해 구호의 손길을 베풀고, 다툼과 전쟁이 끊이지 않는 곳에서는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화해의 복음을 증언하였다. 황금을 최고의 가치로 섬기는 물신주의에 대항하여 영원한 영적 가치를 일깨우고 창조주께서 주신 생명이 그 무엇보다도 소중함을 선포하였다. 이 모든 일이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는 것이며 하나님은 형제가 연합하여 선을 이루어 가는 것을 기뻐하신다.

올해 한국교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이슈 중 하나가 세계교회협의회 제10차 부산 총회를 둘러싼 논쟁일 것이다. 여러 교단에서 문제를 지적하며 부산 총회 개최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였다. 고무적인 것은 극단적인 대립보다는 여러 차례의 협의회를 통해 신학적인 교류의 장이 마련된 점이다. 특별히 한국기독교학술원이 개최한 신학세미나를 통해 제기된 질문들은 아주 정중하고도 권위있는 신학적 질의로 작성되어 세계교회협의회에 전달됐다.

몇 차례의 내부 토론을 거쳐 대외적으로 세계교회협의회를 대표하는 올라프 트베이트 총무는 한국기독교학술원에 한국교회 전체를 염두에 둔 답변서를 발송하였다.

한국교회가 크게 궁금해하는 점은 종교간의 대화 문제, 공산주의에 대한 입장 그리고 세계교회협의회가 전 세계교회를 통합하는 단일교회를 지향하는가 하는 질문이었다. 이에 대해 세계교회협의회의 공식적 입장으로 그리스도의 유일성에 대한 확언 및 종교간의 평화적 관계의 필요성을 설명하였다. 공산주의에 대해서는 세계교회협의회가 한 번도 공산주의를 인정한 적이 없음을 환기시켰고 세계교회협의회는 협의체이지 결코 세계교회의 통합 및 단일교단 설립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재확인하였다. 마지막으로 올라프 총무는 한국 교단들의 질문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건설적이며 열려있는 신학적 대화를 이어나가자고 제안하였다.

한국의 회원교회로부터 파송된 세계교회협의회의 선교책임자로서 올 한해 가장 큰 기도제목은 부산 총회를 둘러싼 서로 다른 입장과 견해들이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형제가 연합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건강한 신학적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대화를 위해 이번에는 에큐메니칼 선교신학자의 입장에서 부산총회를 반대하시는 한국의 신학자들께 몇 가지 신학적 질문들을 겸손히 드리고자 한다.

첫번째는 교회론적 질문이다. 한국의 보수교단들은 세계교회협의회에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는 교단들과의 교류를 엄격히 금하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교회협의회에 가입한 전세계 90% 이상의 장로교, 감리교, 루터교, 성공회, 그리스도의교회, 정교회 등의 교단들과 상당수가 가입한 침례교, 일부가 가입해 있는 오순절운동 등 5억 6천만의 그리스도인들을 대표하는 3백49개 주류 교단들을 과연 한국 보수교회는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그들을 그리스도의 교회로 인정하는가? 만약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 신학적인 근거와 권위는 무엇인가? 만약 참 교회로 인정한다면 우리의 신앙고백의 핵심적 내용가운데 하나인 '성도의 교제'를 허락하지 않는 정당한 근거는 무엇인가?

둘째, 교회의 분열에 대한 신학적 입장이다. 한국 장로교회는 1959년 통합, 합동간의 분열을 두고 에큐메니칼 운동에 대한 입장차이를 신학적 명분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한국의 보수교단, 특히 장로교회의 분열은 1959년의 일회적 사건이 아니라 오히려 에큐메니칼 운동을 반대하며 신학적 입장의 차이가 적은 보수교단 내에서 최근까지 거듭돼 왔다. 이는 한국사회에서 그리스도 복음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한 중요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보수교단 내의 분열을 신학적으로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그 분열은 과연 정당한 것인가? 아니면 극복되어야 할 것인가? 만약 극복되어야 할 것이라면 그 일치추구 및 보수교단 간의 통합의 신학적 근거는 무엇인가?

셋째, 교회와 국가 간의 관계에 있어 신학적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 세계교회협의회는 정치, 경제, 사회, 종교, 과학 등 여러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복음에 입각하여 조명해 왔으며 그리스도의 복음에 반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믿을 때에는 고난과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예언자적 사명을 다해 왔다. 이를 두고 한국의 보수주의 기독교에서는 세계교회협의회를 정치적 집단으로 호도한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정교분리를 강하게 주장하는 한국 보수주의 기독교의 현실정치의 참여는 어떤 신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가?

마지막으로 선교와 종교 간의 대화 문제이다. 한국의 보수주의 기독교는 세계교회협의회의 타종교와의 대화적 공존의 관계를 기독교의 진리와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포기하는 것이며 선교의 의지가 없다고 비난해 왔다. 그러나 최근의 봉은사 사건에서 보듯이 배타적 공격주의와 베뢰아 사람들처럼 신사적이며(행17:11) 종교 간의 평화를 모색하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삶으로 증거하는 것 중에 과연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이며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선교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국의 보수주의 교단들은 과연 타종교와 어떠한 관계를 형성할 것인가? 다종교 사회인 한국적 정황에서 이 질문은 선교의 문을 열수도 닫을 수도 있는 매우 중요한 선교신학적 질문이다.

이제껏 필자는 한국교회로부터 세계교회협의회의 신학적 입장에 대해 주로 질문을 받아왔고 부족하나마 최선을 다해 답변하려고 노력해 왔다. 이제 조심스럽게 세계교회협의회 총회의 부산 개최를 반대하는 입장에서 신학적 연구와 발표를 진행하는 보수교단의 동료 신학자들께 마음에 묻어 두었던 질문들 중에 몇 가지를 드려보았다. 새해에는 이 질문들에 대해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관점에서 신학협의회를 한번 개최해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부산 총회를 둘러싼 신학적 대화가 한국교회의 성장과 성숙을 위한 밑거름이 되길 기도하며…

금주섭목사 / 세계교회협의회 선교와 전도위원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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