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음성이 살아 숨쉬는 그 곳

예수의 음성이 살아 숨쉬는 그 곳

[ 문화 ] 이스라엘 성지를 가다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0년 12월 01일(수) 16:27

【이스라엘 남북부ㆍ텔아비브 =  최은숙기자】

그리스도인들에게 성지를 순례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성지 순례는 '하나님의 길, 예수 그리스도의 행적'을 찾아 떠나는 특별한 여정이다. 그 길을 쫓으며 우리는 삶 속에서 진정 봐야 할 것과 깨달아야 할 것들을 묻게 될 것이다. 그래서 성지는 특별하다. 2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 곳에서는 언제나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고 묻는 예수님의 고요한 음성이 바쁜 현실을 핑계로 잠들어 있는 신앙을 깨워줄테니 말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지중해 연안 항구 도시 텔아비브-욥바.

특히 성지순례의 원점이 다시 시작된다는 갈릴리에서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보다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 여기에는 공생애의 대부분을 보낸 예수의 주요 활동무대 가버나움이 있고 가버나움은 성경 속 수많은 기적의 행적들이 일어난 곳이다. 갈릴리 호수 일대에서 예수는 군중들에게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고 베드로의 장모와 백부장의 하인, 혈루증을 앓고 있는 여인, 중풍병 환자 등 수많은 환자를 낫게 해주었다.

예수가 이 많은 권능을 행하면서 가버나움 사람들에게 회개를 촉구했지만 정작 가버나움 사람들은 회개하지 않았고 가버나움은 멸망당했다. 그 때문일까. 실제로 가버나움은 갈리리 호수에 인접한 상업도시로 규모가 매우 큰 도시였지만 현재는 사람들이 전혀 살지 않는 유적지로써만 남게됐다. "가버나움아 네가 하늘에까지 높아지겠느냐 음부에까지 낮아지리라 네가 행한 모든 권능을 소돔에서 행하였더라면 그 성이 오늘까지 있었으리라"(마11:23)는 예수의 음성이 귓가에 들리는 듯 하다.

그리스도인들의 윤리적 가르침이 되고 있는 '그 유명한' 산상설교를 했던 곳이 또 이 곳이다. 갈릴리 호숫가 언덕에 우뚝 솟은 팔각형 돔 모양의 교회가 눈에 띠는데 예수가 산상수훈 중 팔복에 대해 설교한 것을 기념해 세운 팔복교회다. 교회 위에서 내려다보는 갈릴리 호수의 풍경도 운치있지만 '청년' 예수가 제자들과 수많은 군중들 앞에서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라는 거침없는 외침들이 생생하게 들려와 가슴이 복받쳐 오른다.

부활한 예수가 "내 어린 양들을 돌아보라"고 하시며 베드로에게 수위권을 주신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베드로 수위권 교회도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 곳에서는 예수와 베드로의 대화가 눈앞에 아른거려, 마치 지금이라도 당장 예수가 나타나 "나를 사랑하느냐?"고 물을 것 같아 마음을 추스리게 된다.

현무암 벽돌로 지어진 아담한 교회 안에는 부활한 예수가 제자들과 함께 빵과 숯불에 구운 물고기를 나누어 드셨다는 바윗덩이 '그리스도의 식탁'도 남아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이스라엘에서 가장 중요한 강은 요단강이다. 길리리 호수와 사해로 흘러드는 요단강에서 예수는 세례 요한에게 세례를 받았다. 이스라엘을 찾는 많은 기독교인들은 지금도 요단강 세례터에서 세례를 받으며 감동을 체험하고 있지만,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작은 물통에 세례터의 물을 담아 돈을 받고 파는 모습을 볼 때면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이스라엘에서는 갈릴리 호수가 식수를 제공하는 젖줄이기 때문에 어쩌면 마시는 모든 물들이 이 요단강의 물일텐데 말이다.

예수님의 유년시절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도시 나사렛은 그 중심에 서 있는 것만으로 흐뭇해지는 곳이다. 어린 예수가 뛰어놀던 곳. 한 손에 성경책을 들고 예배당으로 달려가는 어린 예수의 모습을 생각하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곳이 바로 나사렛이다. 그러나 나사렛은 공생애 기간 동안 고향 나사렛에 들려 복음을 선포한 예수를 추방한 도시이기도 하다. 같은 유대민족에 의해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예루살렘과 동향 사람들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쫓겨난 나사렛. 그 도시가 어쩐지 좀 닮아 있는 듯 보인다.

   
갈릴리 호숫가 언덕에서 예수가 군중들에게 참된 행복에 대한 설교를 했던 자리에 세워진 기념교회, 팔복교회 전경.

사실 나사렛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조그마한 촌락이었지만 예수로 인해 유명해졌다. 마리아가 천사 가브리엘을 통해 처음 아기 예수의 잉태에 대한 예언을 들었던 곳이 나사렛이다. 지금도 그 자리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데 지난 1960년대 새롭게 지어져 1969년 완공된 대규모의 기념교회, 수태고지교회가 바로 그곳이다. 교회 내부에 마리아의 수태고지 동굴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1백m가량 떨어진 곳에 성 요셉 교회가 있다. 성 요셉교회는 어린 예수가 육신의 부모와 함께 살던 곳으로 추측되고 있다.

한편 지중해변의 텔 아비브-욥바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6천년의 역사를 지닌 지중해 연안 항구 도시 욥바 근교에 위치한 신생 도시다. 2천년 동안 이국땅에서 유랑 생활을 하면서도 민족성과 종교성을 잊지 않고 귀향의 꿈을 키워온 유대인들은 19세기 말부터 고국으로 물밀듯 들어왔고, 이들의 첫 정착지가 바로 욥바 인근이었다.

이들이 일구었던 여러 마을들은 1904년에 통합되어 '봄의 언덕' 텔 아비브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이 곳에서는 성지보다는 이스라엘의 현대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것이 더 매력적이다. 구욥바 거리에는 예술가들의 갤러리가 즐비해 있고, 베드로가 한동안 머물렀던 '무두장이 시몬의 집'이 있다.

이스라엘에서 머무는 짧은 시간 동안 여전히 6백여 가지가 넘는 규율을 지키며, 안식일에는 엘레베이터 버튼까지 누르지 않는 유대인들의 엄격함에 새삼 놀라면서도 그 율법에 얽매여 진정한 예수의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요즘처럼 여기저기서 뭇매를 맞는 기독교가 성경을 기본으로 좀 더 엄격하게 자기절제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그리고 한 10년 후 쯤 어린 자녀와 함께 성경책을 가슴에 품고 이 땅을 다시 밟을 때 쯤이면 종교 갈등으로 서로 총구를 겨누는 이스라엘이 아니라 진정한 평화의 나라가 되어 있기를 바라면서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이라는 예수님의 산상수훈을 기억하며 말이다.

<이스라엘 관광청ㆍ대한항공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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