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필드'에서 '리빙필드'로 새롭게 태어나는 프놈펜

'킬링필드'에서 '리빙필드'로 새롭게 태어나는 프놈펜

[ 선교 ] 기적을 일궈가는 한아봉사회 캄보디아 사역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0년 11월 24일(수) 10:13
   
▲ 죽음을 상징하는 뚤술랭 감옥에서 바라 본 프놈펜기독교연합봉사단. 송준섭선교사는 이 거리를 평화와 생명의 거리로 조성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캄보디아 프놈펜=표현모기자】 캄보디아 프놈펜에 위치한 기독교연합봉사관(Phnom Penh Ecumenical Diakonia Centre). 지난달 28일 저녁 1층에 마련된 방 한칸에서는 5~6명의 여인들이 모여 퀼트 가방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다. 퇴근 시간이 지나 거리에는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는데도 몇몇은 그대로 남아 뾰족한 바늘을 헝겊에 밀어 넣고 있었다. 퀼트는 한땀 한땀 수작업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굉장한 노동력이 요구되는데도 불구하고 이들의 표정은 이상하리만큼 밝다. 왜냐하면 이들은 노동한만큼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있고, 또한 열심히 하면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2007년 국제통화기금(IMF)의 발표에 따르면 캄보디아의 1인당 국민소득은 1천8백6달러로 조사대상 1백79개국 중 1백43번째에 해당되는 빈국(貧國)이다. 가난도 가난이지만 1970년대 미군의 폭격과 크메르 정권에 의해 약 2백만여 명이 학살되어 '킬링필드'로 명명될 정도로 국민 개개인에게 상처는 파편처럼 깊게 박혀있다.
 

   
▲ 한아봉사회 캄보디아 코디네이터 송준섭선교사.

캄보디아에서는 가난한 이들을 상대로 고리대금업이 성행하는데 그 이자가 엄청나 한번 사채를 쓴 사람은 이자에 이자가 쌓이는 악순환의 고리 속에서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흔하다. 프놈펜 기독교연합봉사관에서 근무하거나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 중에는 병에 걸린 가족의 병원비를 대느라 이러한 고리대금업의 늪에 빠져 희망을 잃었던 이들이 더러 있다. 기독교연합봉사관에서는 직원 중 어려움에 빠져 있는 이들의 삶을 구제하기 위해 저리(低利)로 돈을 꾸어주어 갚아도 갚아도 줄지 않는 이자의 늪에서 구해내기도 했다.
 
한 캄보디아인은 기독교연합봉사관을 "절망의 올무를 끊고 희망을 주는 곳"이라고 말했다.
 
5층 건물의 프놈펜 기독교연합봉사관(Phnom Penh Ecumenical Diakonia Centre)은 지난 2007년 7월 한아봉사회(이사장:김영태, 사무총장:서경기) 회원교회들의 기도와 후원으로 완공되어 현재 캄보디아 선교의 전진기지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이 건물 안에는 한아봉사회 사무실은 물론, 캄보디아 성서공회의 성서배포센터, 캄보디아인의 자립을 위한 퀼트 제작실, 캄보디아의 선교를 위해 사역하는 외국인들의 국제교회(ICF)가 들어서 있다.
 
성서배포센터는 캄보디아 성서공회의 활성화를 위해 1년에 1달러라는 상징적인 금액만 받고 사실상 무상으로 대여해주고 있으며, 퀼트 제작실에서는 캄보디아인들이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그 생산품을 한국에 팔아 자립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까지 해주고 있다. 호텔 건물에서 비싼 대여료를 지불하며 운영해온 국제교회(ICF)에게는 이전 비용의  3/1만 받고 사용하도록 했으며, 나머지 금액은 캄보디아인들을 위해 사용해줄 것을 교회측에 부탁했다.
 
이외에도 기독교연합봉사관에는 세미나실과 선교정보자료실, 9개의 게스트룸과 선교사 사택과 선교 아파트 등이 들어서있다. 게스트룸은 각국의 선교사들이 처음 선교지에 왔을 때 집을 구하고, 현지에 적응할 때까지 사용하는 공간으로 선교사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 있다.
 
   
▲ 기독교연합봉사관에서 퀼트 작업을 하고 있는 현지인들.

게스트룸과 국제교회 대여를 통한 수익은 기독교연합봉사관이 한국의 선교비에만 의존하던 선교의 구조를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가는 기틀을 세우고 있다.
 
이외에도 기독교연합봉사관은 한아봉사회가 캄보디아에서 진행하는 모든 사역의 중심점이라 할 수 있다. 이 봉사관을 중심으로 한아봉사회는 롱웽마을, 끄로다스 마을, 벙레앙청소년센터의 사역 등 다양한 선교 사역을 전개해나가고 있다.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송준섭선교사는 "기독교연합봉사관은 본래 청북교회(김영태목사 시무)의 12번째 지교회 형식으로 후원을 받아 시작되었으나 지금까지 염천교회를 비롯한 수많은 교회들이 함께 이뤄놓은 '합작품'"이라고 소개한다. 봉사관 건물에는 '청북교회 12번째 교회'라든가, 후원한 교회의 이름이 한 줄도 없다. 송 선교사는 "많이 낸 사람이 내 것이 아니라고 말할 때 역사가 일어난다"며 "어디까지나 이 건물은 캄보디아인들을 위해 세워진 곳인데 후원 교회들의 이름을 넣는 것이 뭐가 중요하냐"고 반문한다. 물론 선교동역자들도 이러한 송 목사의 뜻에 한치의 불만도 없다고.
 
"선교를 위한 일이라면 일단 부딪힌 다음 기도하며 방법을 생각한다"는 송 선교사는 몇년 전부터 또 다른 꿈을 꾸며 기도하고 있다. 바로 기독교연합봉사관이 위치한 거리를 생명평화의 거리로 조성하고자 하는 것. 기독교연합봉사관은 1975~1979년 2만여 명이 수감되어 단 7명만 생존한 학살과 생명죽임의 상징적인 공간인 뚤술랭감옥이 3분 거리에 있어 이곳을 찾는 관광객과 캄보디아인들에게 생명ㆍ평화의 문화를 심는다는 계획이다. 현재 이 거리에는 사단법인 한국목회지원회 산하 예수자매회가 건립한 프놈펜기술학교를 비롯해 NGO들이 몇곳 들어서 있다.
 
"두고 보세요. 멀지 않은 미래에 캄보디아는 죽음의 땅(Killing Field)가 아닌 생명의 땅(Living Field)으로 기억될 겁니다."
 
송준섭선교사는 "한아봉사회와 한국교회가 힘을 모아 뿌린 씨앗이 기독교연합봉사관이라는 나무로 자라 결실을 맺고 있지만, 이제는 이러한 나무들이 즐비한 생명과 평화의 숲이 일궈지길 기대하고 있다"며 "한국교회가 많은 관심을 가지고 기도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 이스라엘 나사렛 같이 무시 받던 '롱웽마을'에 일어난 기적

캄보디아 수도 프놈페에서 2시간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롱웽마을. 이곳은 한마디로 예수님이 자라신 이스라엘의 나사렛 같은 곳이다.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나겠느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주변 사람들의 무시를 당했던 동네 '나사렛'처럼 롱웽마을 사람들이 장터에 나가면 젊은 사람들도 이곳의 나이 지긋한 어른들에게 반말을 할 정도였다고 한다.
 

   
▲ 롱웽마을의 아이들이 카메라를 보고 환하게 웃고 있다.

"가난하고 무식한 녀석." 이것이 롱웽마을 사람들을 바라보는 이웃들의 시선이었다. 우기에는 강물이 범람해 애써 가꾸어 놓은 농작물이 물에 잠기고, 볏집으로 만든 움막까지 잠기거나 무너져 이들은 가난과 고생을 면할 길이 없었다.
 
그러던 중 한아봉사회에서가 지난 1999년부터 이곳 사람들을 위한 사역을 시작하면서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식량공급, 문맹퇴치 교육, 장학사업, 의료진료, 양어장 운영 등 사랑의 섬김이 행해지자 마을이 변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2006년부터는 '사랑의 집짓기 사업 가옥'을 통해 생명ㆍ평화마을을 조성,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게 영구적으로 무상 임대해줬다. 이 생명ㆍ평화마을에서는 곧 벼농사 2모작을 실시했고, 가축 사육을 자체 공동사업으로 진행시켰다. 마을 주민들 중에는 문맹퇴치교실 출신들이 마을의 지도자 됐고, "예수 믿으라"는 말 한 마디 안했어도 마을 사람들은 자진해서 교회로 몰려들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선교를 위해 써달라는 경주제일교회의 고 김말례권사가 유언으로 기증된 돈으로 김말례선교기념관을 건축, 지난해 말 봉헌예배를 드리고 그 자리에서 22명의 롱웽교회 교인들이 세례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이 마을 곳곳에는 본교단 교회들의 사랑의 흔적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청북교회가 재정을 대고 직접 봉사를 와서 만든 어린이 놀이터, 염천교회가 세운 편의시설, 도림교회가 설치해준 도서 캐비넷, 우물 등이 그것.
 
이외에도 한아봉사회는 끄로다스 마을에서도 롱웽마을과 같은 선교를 진행하고 있으며 프놈펜 내의 도시 빈민 아이들을 위한 벙레앙청소년센터를 세워 청소년들을 교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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