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음식점 '행복하우스'

다문화 음식점 '행복하우스'

[ 아름다운세상 ] 경북 상주 이주여성 자활 공동작업장, 상주교회 설립 다문화가족지원센터서 운영

신동하 기자 sdh@pckworld.com
2010년 11월 11일(목) 09:51
【경북 상주=신동하기자】"여기 '월남쌈'이랑 '분리우꾸아' 하나씩 주시구요. '야끼소바'도 부탁합니다."
 
베트남 출신의 판티피이엔 씨가 주문을 받아 주방으로 가서 알린다. 같은 베트남 출신인 비짬 씨가 월남쌈(베트남 요리)을 능숙한 솜씨로 동그랗게 말아가자, 옆에 있던 필리핀 출신의 레네린 씨는 야끼소바(일본 요리)를 조리하기 시작했다.
 
10분 가량 지났을까. 주문한 음식이 주방에서 속속 나오더니 어느새 테이블은 아시아의 맛과 멋으로 풍성해졌다.
 
경북 상주시 남성동에 가면 다문화 음식점 '행복하우스'를 만날 수 있다. 이곳은 한국에 시집 온 이주여성들이 모국의 음식을 판매하는 공동작업장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 음식점은 경서노회 상주교회(곽희주목사 시무)가 보건복지부로부터 위탁받은 상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올해 5월 문을 열었다. 구성원은 이주여성 10명. 베트남과 캄보디아, 태국, 필리핀, 일본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여성들이다.
 
   
▲ '행복하우스'를 운영하는 상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센터장 곽희주목사(사진 우측)와 센터 관계자, 이주여성 직원들.
상주교회 담임이자 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인 곽희주목사는 "이주여성들의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제적 자립과 지역사회에서 다문화가족 인식개선을 위해 음식점을 오픈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동남아지역의 전통음식을 맛보지만 일하는 이들은 행복감을 맛보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이들은 경제난으로 어려움을 겪어오며 취업을 하려해도 지역에서 여성 일자리가 부족했고, 의사소통 등의 문제로 사업주들이 고용을 꺼렸기 때문이다.
 
베트남 출신 비짬 씨는 "고향에 있을 때도 월남쌈을 잘 만들었다"며 "좋아하는 요리를 하며 자립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 음식점은 고국에 대한 향수를 달랠 길 없던 이주여성이나 근로자들에게 위안처가 되고 있다. '고향의 맛'을 보러 오기도 하지만, '터놓고 얘기하는' 소통의 공간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국제결혼을 통해 꾸려진 다문화가족이 '내 아내', '우리 엄마'의 고향 음식을 먹으로 오는 경우도 늘고 있다. 친정의 음식을 나누며 다문화가족은 서로를 이해하는 폭을 넓히고 있다.
 
음식 값은 저렴한 편이다. 동남아 요리의 진수를 모든 메뉴 5천원 안팎에 맛볼 수 있다. 재료도 신경을 써서 쌀국수의 면은 현지에서 공수하고, 향채인 고수(실란트로)는 직접 재배하고 있다.
 
   
▲ '행복하우스'는 다문화가족은 물론 인근 상인들과 공무원들도 많이 찾고 있다./사진제공 상주교회
음식점의 수익금은 이주여성들의 취업과 창업 지원에 사용하고 있다. 특히 요리사 자격증 취득을 희망하는 이들에게는 학원 수강료도 지원하고 있다.
 
6개월이 지난 현재 매출이 계속 늘며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있었다. 각자 고향에서 지녔던 입맛이 제각각이라 손님들의 미각을 잡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곽희주목사는 대학 식품조리학과 교수를 초빙해 음식 조리 실습교육을 시켰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시킨 특수메뉴도 개발해 인근 시장 상인과 직장인들이 자주 찾고 있다.
 
   
▲ '행복하우스' 직원들은 조리 실습교육을 통해 메뉴와 맛을 계속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
/사진제공 상주교회
또 상주교회 내 살림꾼이던 한정희권사와 김순근권사를 홀과 주방 책임자로 세워 대인관계법과 친절교육 등을 실시했다. 이주여성들은 2명의 권사를 '엄마'라고 부를 정도로 호흡이 잘 맞는다.
 
필리핀 출신 레네린 씨는 "한국에 와서 가족을 꾸렸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외로움이 있었다"며 "처지가 비슷한 이주여성들과 함께 일하면서 외로움을 잊고 행복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상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현재 또 다른 공동작업장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행복의 통로를 또 하나 열어주는 셈이다.
 
김정선 부센터장은 "'행복하우스'가 사랑과 웃음이 넘쳐나는 곳이길 바란다. 교회들이 이주여성과 다문화가족 사역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동참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상주교회 다문화가족지원센터
'행복하우스'를 운영하는 상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경서노회 상주교회(곽희주목사 시무)가 보건복지부로부터 위탁 받아 운영하고 있다.
 
센터에서는 지역에 거주하는 5백여 명의 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과 다문화사회 이해 교육, 취ㆍ창업 지원, 상담 등의 사역을 진행하면서, 자녀 돌보기와 임신ㆍ출산 지원 서비스 등 방문사역도 병행하고 있다.
 
상주교회의 다문화 사역은 2006년부터 시작됐다. 지역에 이주여성 유입이 늘자 '한글학교'를 개설해 한국에서의 정착을 도운 것을 계기로 2008년 3월 보건복지부 위탁시설을 맡았다.
 
현재는 지역사회에 이 사역의 중요성과 효과가 알려지며 다문화가족 복지사업을 하는 대표적인 기관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교육 수료식을 통해서는 1백50명의 교육생이 배출될 정도로 다문화가족의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담임 곽희주목사는 "센터의 운영 목적은 무조건 복음 전파다. 상주지역 이주여성의 대부분이 불교적 종교성향을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그들이 복음을 바르게 접하고 구원받은 백성으로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지를 늘 고민하고 있다"며 "교육에 참여하는 이주여성들이 최근들어 예배에 자연스럽게 출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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