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퍼 말아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슬퍼 말아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 아름다운세상 ] 생명의 전화 '생명 사랑 밤길 걷기' 1만여 명 참여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0년 10월 15일(금) 16:18
   
▲ 시청 옆 앞을 지나는 참가자들.

"친구들과 밤새 함께 걸으면서 친해지고 싶어서 참가했어요. 아, 참! 그리고 자살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꼭 알려주고 싶어요."
 
지난 8일 한국생명의전화(이사장:박종철)가 주최한 '생명사랑 밤길걷기' 행사에 참여한 황보효진 양(덕소고 2학년)은 친구들과 연신 수다를 떨어대면서도 이번 행사의 의미를 잘 기억하고 있었다.
 
생명존중과 자살예방을 위해 '생명사랑 밤길걷기…해질녘서 동틀 때까지'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효진 양과 같은 마음으로 참가한 청소년과 성인들이 1만여 명에 달했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인 이들은 이날 밤 광화문광장, 남산, 서울숲과 청계천을 거쳐 다시 시청으로 돌아오는 총 35km 코스를 돌며 자신과 이웃의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직접 체험했다. 비록 코스는 5km, 10km, 35km로 나뉘어 실시했지만 이날 참가한 모든 이들은 자신들의 몸으로 어둠을 가르며, 점점 무거워지는 발걸음 속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몸으로 체험하고 있었다.
 
이번 행사에는 학교단위의 참가자들이 많았다. "지난해부터 아이들에게 이 행사를 소개하고 함께 참여해왔다" 최충헌선생(영락고)은 "한 사람의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같은 반 학생들과 함께 참여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선생님과 함께 있던 김나현 양(영락고 2학년)은 "많은 사람들과 함께 걷다보면 공동체의식 같은 것이 생긴다"며 거든다. 이들 말에 따르면 영락고등학교 1, 2학년 학생의 절반이 이 행사에 참여했다고.
 
이날 행사에 참여한 이들은 대부분 청소년이었지만 곳곳에는 귀한 취지에 동참한 성인들도 많았다. 감리교 서울연회 희망봉사단 소속 어머니들도 그들 중 한 무리. 김장숙권사(61세ㆍ장안원감리교회)는 "요즘 자살 사건이 너무 많은데 하나님 주신 생명은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다는 것을 알리려고 매년 참가하고 있다"며 "올해도 생명을 사랑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어두운 마음을 품은 이들에게 희망을 전해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근무하는 김홍식 씨의 경우는 가족끼리 참가한 경우. 김 씨는 아내와 딸 정민 양을 안고 10km 코스에 참가했다. 그는 "아빠 엄마가 항상 사랑한다는 것을 딸 정민이가 언제나 기억했으면 좋겠다"며 "정민이도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크리스찬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참가했다"고 고백했다.

   
▲ 딸을 안고 아내와 함께 행사에 참가한 김홍식 씨.

 
특히 이날 행사에는 한국과 일본의 자살 유가족들도 참가해 지켜보는 이들을 숙연하게 했다. 한국생명의전화 자살유가족 자조모임과 일본의 자살유가족지원 NGO 단체인 라이프링크(LIFE LINK) 회원들이 동참한 것. 한ㆍ일 자살유가족들은 이날 소감 발표와 시민과 함께 걸으며 가족을 잃은 아픔을 위로하고 함께 걷는 이들과 이들을 지켜보는 이들로 하여금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했다.
 
이들 중 이날 사전 행사 무대에 어렵게 오른 박인순 씨는 "사랑하는 아들을 5년전 떠나보내고 아픔에서 헤어나올 길이 없어 막막했지만 생명의전화 자살유가족 자조모임에서 도움을 받아 이를 극복하고 있다"며 "주위의 가족, 친구들이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이 행사에 참여한 모든 이들은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따뜻한 사랑의 관심을 보내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밤길을 걷는 동안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행사 실무를 진행한 한국생명의전화 하상훈 원장은 "우리나라는 2010년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 1만5천4백13명이 자살을 하였으며, 하루 평균 42명이 자살로 목숨을 끊었다"면서 "특히 10대, 20대, 30대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로, 20대는 1천8백7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이러한 통계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OECD국가 중에서도 가장 자살을 많이 하는 나라임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 원장은 "자살이 만연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웃과 함께 하는 생명존중 문화가 우리사회에 공고하게 정착될 수 있도록 각계의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생명사랑 밤길걷기에 참여한 학생들은 학업을 마친 후 참여했고, 직장인들 또한 근무를 마치고 참여한 터라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발걸음은 피곤과 졸음 속에서도 계속됐다.
 
이날 행진은 다음날 오전 6시까지 계속됐으며, 참가자들은 가족 및 친구들과 맞잡은 손의 온기 속에서, 그리고 마음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사랑과 우정이야말로 '나와 너'의 생명을 밝히는 횃불임을 깨닫고 있었다.

   
▲ 행사에 참여한 이들이 밤길을 걷고 있다.

#' 생명의전화는?

생명의전화'는 호주의 시드니시 중앙감리교회 알렌 워커(Alan Walker) 목사에 의해 구상되어 탄생되어 세계 각국에 소개됐다.
 한국생명의전화(www.lifeline.or.kr/)는 1976년 이영민목사의 노력 끝에 한국 최초의 전화상담기관으로 탄생했다. 한국생명의전화는  '한사람의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생명사랑과 자살예방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한국생명의전화는 고독과 갈등, 위기와 자살 등 삶의 복잡한 문제에 빠져 있는 이웃에게 전문교육을 받은 자원봉사상담원들이 24시간 3백65일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상담) 1588-9191

※생명의전화가 밝히는 자살 위험 징후

1) 주위 사람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죽고 싶다고 말을 한다.
2) 갑자기 성직자나 의사를 찾는다.
3) 태도가 위축되며, 식사량이 줄고 말도 없어진다.
4) 수면에 변화가 생긴다. 불면증이었던 사람은 갑자기 숙면을 취하게 되는 반면, 숙면을 취하던 사람에게는 불면증이 나타난다.
5) 알코올 혹은 약물 사용량이 증가한다.
6)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며, 무력감, 극도의 불안 혹은 공격 성향을 보인다.
7) 유언장을 작성한다.
8) 소중히 여기던 물건을 주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거나 옷을 갈아입는 등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한다.
9) 우울하던 사람이 만족과 행복 혹은 평화로움을 보이는 등의 갑작스러운 향상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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