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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9월 02일(목) 13:25

최현일
샘여성병원장ㆍ산부인과 전문의

 A.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수정되고 나면 이제 하나의 세포와 다른 하나의 세포가 만나서 또 다른 하나의 세포가 되는 일이 일어난다. 산술적인 계산은 맞지 않으나 생명의 신비는 이렇게 시작한다. 일단 수정이 되고 나면 난자내로 들어간 정자의 핵은 난자의 핵을 향하여 서서히 이동을 시작한다. 수정 후 약 한시간 정도 지나면 정자와 난자의 핵은 이제 진정한 한 개의 세포로 태어나기 위해 서로 합쳐진다. 이렇게 함으로써 아빠의 유전자적 특징과 엄마의 특징이 함께 만나 둘의 특징을 가졌으나 전혀 새로운 하나의 개체가 생겨나는 것이다. 전 인류 역사상 한번도 존재한 적이 없는 새로운 유전자적 조합이 완성된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자는 정자의 핵만이 난자로 들어온 반면에 난자는 그 자신의 핵과 더불어 풍부한 세포질의 모든 기관들을 그대로 가지고 있게 된다. 이것은 한 남자가 가진 것이 전혀 없이 한 여자의 집에 들어가 사는 것을 상상해 보면 된다. 남자는 가진 것이 없이 여자의 집에 있는 모든 시설을 이용하면서 살아가야만 한다. 마찬가지로 초기의 수정세포에서 정자는 핵만을 가지고 나머지 기관들을 모두 가지고 있는 난자의 집에 들어가게 되며， 초기 세포분열단계에서는 세포내의 대사산물이 난자의 핵에서 유래한 물질만이 있게 된다.

수정 후 약 36시간이 흐르면 한 개의 수정생명체는 두 개의 세포로 분열한다. 이제부터는 계속되는 분열을 통해 세포의 수가 증가하게 된다. 수정후 약 40시간이 되면 이제 세 개의 세포로 되며， 이틀이 지나면 네 개의 세포가 된다. 이 정도의 단계가 되어서야 합쳐진 정자와 난자의 세포핵에서 비롯되는 진정한 하나된 세포의 대사산물이 생겨나게 된다. 약 58시간이 지나면 이제 세포의 숫자는 열 개의 세포가 된다. 수정 후 3일 정도 되면 수정생명체는 배반포라고 불리는 초기 발생과정에서의 하나의 획기적인 사건이 일어나는 시기가 된다.

지금까지는 세포가 같은 세포로 계속해서 그 숫자만을 증가시켜 왔으나 배반포 단계가 되면서 이제 비로소 분화라고 하는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지는 세포들로 변화해가는 최초의 시기가 되는 것이다. 세포의 집단 중에서 안쪽에 위치하는 세포들은 향후에 배아와 태아가 되는 세포들이고 바깥쪽에 위치한 세포들은 태반과 양막 등을 형성하는 세포로 분화하게 된다.

이렇게 시작되는 분화는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몸의 모든기관을 형성하게 된다. 딱딱한 뼈와 같은 조직이 있는가하면 입술과 같이 부드러운 조직도 있는 것이다. 한 개의 세포에서 이렇게 다양한 세포들이 생겨나는 이 과정은 정말로 놀라운 창조의 파노라마이다.

인간의 세포수를 대략적으로 출생시에 약 40조개 정도로 본다. 그렇다면 임신기간 2백80일을 기준으로 산술적으로 계산해 보면 1초에 약 1백60만개의 세포가 생겨나게 된다.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이런 세포의 생성이 정교한 원칙에 따라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기적이다. 우리들 모두는 이런 기적으로 태어난 사람들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