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현대사에서 기독언론의 역할과 과제

한국 근현대사에서 기독언론의 역할과 과제

[ 특집 ] 복간 40주년 특별기획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07월 22일(목) 10:50
서정민 / 연세대학교 교수

2010년 7월 31일은 현재 한국기독언론의 대표지인 '한국기독공보'가 복간(복간호 지령 849호)된지 40년이 되는 날이다.

'한국기독공보'는 해방공간인 1946년 1월 17일 에큐메니칼신학의 이상을 지녔던 '조선기독교남부대회'의 기관지 '기독교공보'로 창간되어 민족 혼란기 기독언론의 사명을 다했다. 그 후 1954년 예장 총회 기관지가 되었으나, 5.16이후인 1966년 9월 언론통제 정책 하에 폐간된 바 있었다. '한국기독공보' 복간 40년을 맞아 한국 근현대사에서 기독언론의 역사적 역할과 미래적 과제를 살피고자 한다.

신문을 중심으로 본 한국 기독언론의 시작은 1897년 2월에 창간된 '조선그리스도인회보'(감리교)와 같은 해 4월에 창간된 '그리스도신문'(장로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 기독언론은 한국선교의 중추인 동시에 한국 근대문명 수립의 통로였다.

'조선그리스도인회보'가 "혼암한 마음을 광명케 하고 개명에 진보케 한다"라는 창간 목적을 천명한 것이나, '그리스도신문'이 "제 나라가 왕성하여 가는 것을 보고 제 자녀에게 제가 받은 학문보다 나은 것을 주려는데 목적이 있다"라는 취지를 밝힌 것을 보면, 당 시대 두 신문의 성격과 역할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들 신문은 후에 '그리스도신문'으로의 통합, '예수교신보'를 거쳐, 마침내 1915년 '기독신보(基督申報)' 창간의 전통으로 맥을 이었다.

이 시대 기독언론은 신문명, 신지식의 선도 주체였고, 민족계몽, 의식화의 통로였으며, 교회와 사회의 창구가 되었다. 따라서 신문의 발행 주체와 독자 모두는 기독교 공동체와 민족사회를 구분하는 의식이 미미하였고, 역할의 범주도 가히 '문명화'와 '세계화'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되어 있었다.

당시의 선교사와 그 선교루트는 그대로 세계 여론과 직결되어, 세계적 소식을 접하는 특파원 루트였으며, 한국 상황이 세계로 이어지는 핵심적 채널이었다. 소통의 주제는 물론 종교와 문화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를 다 포함하는 총체적 범주였다.

한편 해방공간의 한국 상황과 기독언론의 관계 또한 긴밀하였다. 분단 상황이었으나, 남한의 경우 미군정 하에서부터 기독교와 선교사들의 사회적 역할이 지대하였고, 기독교인들은 건국의 중추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독언론도 독립국가 수립의 이데올로기 제공, 민주주의 사상과 가치의 소개, 국민의식의 계도와 여론의 조성에 출중한 기여를 해 나갔다. 물론 당시의 혼란한 사상투쟁, 사회 갈등상황의 난맥 속에 언론으로서의 정도를 구축해 나가기가 쉬운 여건은 아니었다. 당시 기독언론의 선도자로 창간된 '기독교공보'는 그 와중에서도 일정한 소명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일제 말 '조선교단'과 그 연장선으로서의 '남부대회'의 기관지였다는 태생적 한계는 있으나, 교파의 연합, 에큐메니즘의 수립이라고 하는 목표를 투영한 것은 역사적 의미가 있다. 그 이후의 한국교회가 끝없는 분열의 역사, 갈등과 대립의 역사를 걸었다는 것에 비추어 볼 때, 이 신문의 이상이 오히려 역설적으로 큰 의미가 있었음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시점에서 본다면 물론 기독언론의 일정한 범주와 한계는 있다. 초창기 보다는 훨씬 더 축소된 활동영역을 요구받고 있으며, 그 역할도 기독교회가 직접적으로 지향하는 목표, 곧 선교와 신학, 교회활동의 범주를 중심으로 한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럼으로써 오히려 그 과제는 더욱 명확해 질 수 있다. 즉 기독언론에게 일반 언론이 감당해야 할 다수의 역할들을 총체적으로 요구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독언론은 자신의 고유한 사명인 '예언성' 확보에 선명한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기독교 공동체는 자기 성찰이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신학적 공동체이다. 이것이 우선 기독언론이 감당해야 할 비판적 기능의 영역이다. 교회의 존재방식과 성도의 삶이 얼마나 바른 신학적 지표 위에 있는 지를 살피고, 이를 정론으로 설파해야 할 사명 중에 있다. 물론 그 기준은 성서와 교회의 전승이며, 역사를 통한 비판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역시 기독언론은 교회와 사회의 소통 채널로 존재해야 할 것이다. 기독교 공동체의 여러 주체 중에서 일반 사회와 가장 극점에서 맞닿아 있는 첨병은 역시 기독언론이다. 사회에 대해서는 교회의 입장을 변증하고 설득할 사명에 서있다. 교회에 대해서는 사회의 인식을 통해 주문하고, 비판하는 책임도 또한 지고 있다.

물론 이와 더불어 기독교의 본질적 가치관에 서서 사회의 방향을 계도하고 증언할 정치적, 사회적 예언성도 확보해야 할 것이다. 결코 교회 안팎, 특히 기독교를 이용하고자 하는 사회적, 정치적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일 같은 것은 단호히 거부하는 더욱 엄격한 자기반성이 필요할 것이다. 복간 이후 40년 '한국기독공보'의 무궁한 발전과 그 예언자적 사명 수행의 전도를 기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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