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특집/ (1) 한국교회 목회자, 휴식이 필요하다 

7월 특집/ (1) 한국교회 목회자, 휴식이 필요하다 

[ 특집 ] 예수님도, 모세도 쉼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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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7월 01일(목) 10:34

   
이만식/장신대 교수
2년 전 필자는 수업 시간에 매우 열심이던 40대 초반의 박사과정 목회자가 갑자기 쓰러져서 결국은 휴학을 하는 것을 접하였다. 그 후 우리 사회에 만연한 40대 중년기의 남성들이 직장의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여 쓰러지거나 돌연사하는 현상이 목회자들에게도 똑같이 나타날 수 있음을 인지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박사학위 논문인 '사회봉사직 종사자의 직무만족도에 관한 연구'를 준비하면서 이와 상반되는 개념인 스트레스와 소진(burnout)에 관한 수많은 논문을 접할 수 있었다. 이때 읽은 내용 가운데 지금도 기억에 남는 내용은 인간이 가장 심하게 스트레스를 느끼는 때는 '참 자신'(true self)의 모습대로 살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행동을 해야만 할 때라는 것이다. 이러한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업무의 성과조차 본인이 기대한 만큼 이루지 못했을 때에는 소진(burnout)이 생긴다. 그러므로 소진은 현재 이 땅에서 사역하고 있는 목회자들이 당면한 주요한 문제 중의 하나이다.

2009년도 한 조사에 의하면 목회자들에게 목회를 포기하고 다른 일을 해보고 싶은 생각을 가진 적이 있는지를 질문한 결과, 미자립 교회 목회자의 21.3%가, 미자립 교회를 지원하는 교회의 목회자는 이보다 조금 적은 19.1%가 '그렇다'고 응답하여 목회자들이 목회에 얼마나 힘들어 하는지를 유추할 수 있다. 또한 목회자들은 교회의 부흥이 목회자의 능력척도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어본 결과, 미자립 교회 목회자의 33.7%, 자립교회 목회자의 58.8%가 '그렇다'고 대답하여 목회자들이 교회 부흥에 얼마나 노심초사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위의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목회자들은 교회의 부흥여부, 교회의 크기가 클수록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 교회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처럼, 교회의 성장이 정체 또는 감소함에 따라 목회자의 스트레스는 늘어갈 것이다. 또한 사회적으로 안티 기독교 문화가 급속하게 퍼지는 현실에서 목회자의 소진 현상은 갈수록 심화될 것이다. 목회자들의 사역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힘들어질 것이 분명해지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목회자들에게 소명만을 강요하면서 그들을 육체적, 정신적, 영적인 소진으로 내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목회자는 고도의 윤리의식을 필요로 하는 특수한 신분이기에, 일반 사람들과 동일한 방법으로 스트레스와 소진을 해소하기도 어려운 입장이다. 뚜렷한 소명 의식 없이 대충 목회하는 목회자보다는 사명의식을 갖고 진실한 목회를 지향하는 목회자는 도리어 사역을 그만 두고 목회현장을 떠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더 많이 있다. 또한 소진상태를 스스로 은혜가 없어졌다고 부끄럽게 생각하거나 교인들이 목회자의 신앙상태에 관해서 의심할 것을 두려워하여 감추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교회를 포함하여 인간에 대한 봉사를 주로 하는 조직에서 근무하는 전문가들 사이의 소진은 태도나 행동에 있어서 부정적인 변화를 초래한다.

첫째, 전문가의 소진은 내담자나 성도들에게 개인적인 관심이나 초심을 잃어버리게 하며 점점 기계적인 행동을 하는 경향을 초래한다. 둘째, 자신의 일에 대해서 의기소침하게 되고, 비관적이고 운명론적인 태도를 점점 더 많이 띠게 되는 경향이 생긴다. 셋째, 동기부여가 줄어들고, 노력을 하지 않게 된다. 넷째, 무감각해지며, 소극주의자가 되며, 클라이언트나 성도, 동료에 대해서 자주 흥분하거나 화를 내는 경향도 있다. 다섯째, 자기 자신의 안녕이나 복지에 대해서는 매우 집착하는 경향도 보인다. 여섯째, 성도나 내담자를 비난하거나 조직이나 기관을 비난함으로써 자신의 실패를 합리화시키기도 하며, 결과적으로 변화를 거부하고 나날이 경직되며 독창성을 상실하게 된다.

소진 현상에서 나타나는 아이러니는 '가장 헌신적이고 책임감 있고 높은 동기부여를 갖고 있으며 교육을 많이 받은 열심 있고 희망차고 활력이 넘치는 사람들'이 주로 이러한 증상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개 책임감이 강하고 자신을 생각하기 이전에 기꺼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본인의 일에 대해 헌신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을 돌보고 사역하는 일에 집중하면서 정작 자신과 가정을 포함한 인간적(업무적이 아닌)으로 돌아보아야 할 사람들을 돌보는 것은 잊어버린다. 그러므로 목회자들은 이러한 기대 충족과 자신에 대한 돌봄과 관리의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그 이유는 목회자가 소진될 경우, 목회자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친지, 궁극적으로는 교회 공동체 전체에 역기능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경을 통한 소진의 예
성경을 통해 모세와 예수님도 한 때 소진을 경험함을 알 수 있다. 민수기 12장에 온 백성이 자기들의 장막문에서 광야생활의 고통 때문에 우는 장면이 나온다.

모세는 백성들의 이렇게 믿음 없음을 보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주께서 어찌하여 종을 괴롭게 하시나이까 어찌하여 나로 주의 목전에 은혜를 입게 아니하시고 이 모든 백성을 내게 맡기사 나로 그 짐을 지게 하시나이까 … 주께서 내게 이같이 행하실찐대 구하옵나니 내게 은혜를 베푸사 즉시 나를 죽여 나로 나의 곤고함을 보지 않게 하옵소서…."(민 12:11~15) 바로 소진의 극함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자신이 영혼이 너무 소진되어 죽기만을 바라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하나님께서는 모세의 소진을 목격하시고 해결책을 제시해주신다. 바로 70인 장로를 세워주시고, 모세가 그들과 함께 짐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아무리 하나님이라도 당신의 존재 자체만으로 모세에게 소진에 대한 모든 해결책이 되어 줄 수 없었다. 모세에겐 서로 의지하고 고민을 나눌 동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예수님도 마찬가지이다. 예수님의 12제자 지명의 이유엔 전도와 귀신 쫓는 권세 이외에 한 가지가 더 있다. 그것은 예수님 당신과 단순히 함께 있는 것이다.(막 3:13~15) 물론 제자들이 끝까지 예수님의 짐을 진정으로 나누지 못하고 예수님께서 극도의 소진과 절망의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놔두었지만, 예수님의 제자 임명의 첫 의도에는 분명히 자신에게 다가올 소진상태에 대한 어느 정도의 방지책으로 12제자를 지명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소진, 하나님의 경보장치
일반적으로 소진을 경험하는 목회자들은 쉼의 필요성을 알고 있지도 못할뿐더러 알고 있다 하더라도 성도들을 돌보는 일에 너무 바빠서 자신들을 돌보는 일에는 무관심하거나 그럴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소진은 목회사역을 건강하고 균형 있게 하라고 목회자에게 주신 하나님의 은혜로운 경보장치라고 할 수 있다.

소진을 막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잘 쉬고 잘 먹는 것이다. 또한 목회자들이 소진을 경험하게 된다면 교회 밖의 전문가와 치료를 위한 관계를 가질 것을 권고한다. 사역에 대한 새로운 이해도 필요하다. 목회자는 영적인 존재이면서 동시에 육체적이고 정서적인 존재로 창조된 인간이다. 목회자 역시 일반 성도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존재임을 목회자 스스로 인식하고, 성도들에게도 이를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 소진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인간에겐 신체나 정신적으로 위기가 닥치면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가 강조되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개선할 수 있는 창조의 섭리가 녹아있기 때문에, 위기는 다른 한편으로 생산적인 성장을 위한 쉼의 기회가 되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모세와 예수님의 예를 통해 목회자는 자신이 현실적으로 겪는 어려움을 통해 하나님께 그 해결책을 구할 수도 있지만 직접 자신이 하나님의 뜻을 함께 하고 자신의 짐을 같이 나누어 줄 동료들을 찾아나서는 것도 필요함을 알아보았다. 목회자는 소진이 오기 전에 거기에 대해 미리 준비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그것이 현실로 닥쳤을 때 소진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장점들을 활용하고 가족과 동료 등 주위 사람들을 통해 소진을 감추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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