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 주민들과 동고동락

섬마을 주민들과 동고동락

[ 아름다운세상 ] 잔산도 주민들과 아름다운 동행하는 장산중앙교회

김성진 기자 ksj@pckworld.com
2010년 06월 30일(수) 15:44

 

   
▲ 섬마을 주민 9백여 명은 장산중앙교회의 헌신과 섬금으로 인해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한여름을 코앞에 둔 지난 17일 우리나라 남단에 위치한 작은 섬, 장산도로 향한 발걸음은 가벼웠다. 처음 가는 섬마을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아름다운 동행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을 만난다는 설레임 때문이었다. 섬 주민이라고 해봐야 전체 9백여 명에 불과한 장산도. 지금도 이 섬에 가려면 목포에서 하루에 3번밖에 없는 여객선을 타고 1시간 반쯤 들어가야 나타난다. 장산도의 첫 인상은 섬전체가 온통 양파들로 뒤덮여 있는 듯했다. 주생산이 양파인 장산도에는 대부분의 밭이 양파들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주민들은 장마를 피하기 위해 서둘러 양파 수확에 한창이었다.

 

이곳 섬마을 중앙에 자리한 교회를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면사무소와 몇몇 공공기관들이 모여 있는 곳에 장산중앙교회가 자리하고 있었다. 원래 다른 지역에 비해 복음화율이 높지만 교회와 섬마을 주민들간의 아름다운 동행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1957년에 설립된 장산중앙교회가 지난 50여 년간 섬마을 주민들과 동고동락할 수 었었던 배경에는 교회와 섬주민들간의 아름다운 동행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곳에서 목회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이재명목사는 "이웃집에 숟가락이 몇 자루있는지 파악하고 있을 정도로 주민들간에 서로를 잘 알고 있다"고 고백할 정도다. 

요즘 아름다운 동행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섬마을에 유일하게 마련된 공동목욕탕인 '정나눔의 집'과 대부분의 섬주민들이 참여하고 있는 '장산노인대학'. 사실 정나눔의 집이 세워진데는 기적과 같은 일이 있었다. 섬마을에 공동목욕탕이 왜 필요하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 지금은 주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곳이 공동목욕탕이라고 이 목사는 강조한다. 

사실 공동목욕탕이 세워진 사연은 한 목회자의 소박한 꿈에서 시작됐다. 대부분 노인들인 섬마을 주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깊이 고민하던 이 목사는 자주 씻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노인들의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것. 그래서 교회에 주민들을 위한 공동목욕탕을 세워보겠다는 소박한 꿈을 가졌다. 그러나 문제는 재정이었다. 하루는 지역의 국회의원과 목회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박한 꿈을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그 국회의원은 이 목사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던 한 기업을 소개해줬다. 평소에 어려운 지역에 공동목욕탕을 지어줄 생각을 갖고 있던 그 기업에서 흔쾌히 재정을 지원하기로한 것. 한 기업의 후원이 밑거름이 되고 교회 교인들의 눈물겨운 헌금으로 지난 2008년 '정나눔의 집'은 완공됐다. 

소박한 꿈이 현실로 나타난 '정나눔의 집'에는 여러 명이 함께 목욕할 수 있는 최고급 욕조 4개와 찜질방, 그리고 가볍게 운동할 수 있는 운동기구가 마련돼 있어 섬마을 주민들이 언제든지 와서 목욕할 수 있도록 개방해 놓았다. 기자가 찾은 정나눔의집은 도시에 있는 여느 목욕탕에 뒤지지 않는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요즘엔 농번기라 찾는 이들이 별로 없지만 농번기가 끝나면 정나눔의 집에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이처럼 갈곳이 별로 없는 주민들에게 정나눔의 집은 잠시나마 편안히 쉴 수 있는 유일한 휴식공간으로 손꼽히고 있는 것. 

섬마을 주민들과의 아름다운 동행에는 장산노인대학도 큰 몫을 차지한다. 섬마을 주민들 가운데 3분의 1이 참여하고 있는 장산노인대학은 주민들의 유일한 배움터이면서 한가족의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곳이다.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노인대학은 한글과 컴퓨터 한방음악 한문 국악 영어 공작 등 다양한 강의로 진행된다. 섬마을 전체 주민 9백여 명 가운데 3백여 명이 출석하고 있는 노인대학은 젊은이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주민들이 학생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처음 노인대학을 시작하려고 할 때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 목사는 "노인대학을 설립하기로 했을 때에 가장 큰 문제는 강사를 초빙하는 부분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래도 용기를 가지고 노인대학을 설립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 목사가 음악에 남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공식적으로 음반을 내놓을 정도로 음악에 재능을 갖고 있는 이 목사는 계속 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소명감으로 목회의 길을 걸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음악적인 재능이 노인대학을 통해 마음껏 펼쳐지게 된 것. 지역에 있는 관공소의 자원봉사자들도 노인대학의 강사로 참여하면서 다른 노인대학들에 비해 손색이 없을 정도의 강사진을 구성하게 됐다. 

요즘 이 목사는 노인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과목을 더 늘일 계획을 갖고 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핸드폰 활용법이다. 핸드폰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자녀들에게 문자를 보낼 수 있도록 교육하겠다는 것. 여기에 신안지역민들을 위한 음악학교를 만들어 악기를 가르치는 작은 꿈도 내비쳤다. 요즘 이 목사의 생각에는 섬마을에 있는 15가정의 다문화가정과 아름다운 동행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그러면서 이들과 아름다운 동행의 일환으로 이곳에 시집온 국제결혼 여성들의 고향방문을 추진할 계획도 갖고 있다. 

바쁜 농번기를 맞아 이 목사 부부는 주민들의 일손을 돕느라 분주하다. 그는 주민들의 일손을 돕는 길이 아름다운 동행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섬을 떠나면서 배 위에서 바라본 장산도는 무척 아름다웠다. 교회와 섬마을 주민들의 아름다운 동행이 섬 전체에 그대로 묻어나는 듯했다.

 

* 정나눔의 집과 장산노인대학를 섬기는 이재명목사 이야기.

이재명목사를 처음 만난 것은 장산도에 들어가기 위해 여객선을 타야하는 목포여객터미널이었다. 성서신학원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이 목사는 기자와 만나 섬에 도착할 때까지 많은 얘기를 나눴다. 도시에서 목회사역을 감당하다가 연고도 없는 이곳까지 들어와 오직 한마음으로 목회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그는 분명 꿈과 비전의 소유자였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그는 무엇부터 시작을 해야할 지 많이 고민했다고 한다. 재원도 부족하고 일꾼도 부족하지만 그는 주민들과 교인들에게 비전을 갖도록 하는데 역점을 뒀다. 그는 그 비전을 '섬김의 사역'이라고 소개했다. 이러한 섬김의 사역을 감당하기 위해 그는 교인들에게 강조하는 강조하는 것이 있다. 예수를 바르게 믿어야 하고 정직하게 믿어야 하며 헌신해야 한다는 것. 이러한 비전이 곧 공용목욕탕과 노인대학을 설립하게 됐다. 그리고 교회 담장을 허물고 교회의 땅을 부담해 아름다운 꽃 정원을 만들기도 했다. 지금은 교회 부지에 식당 건축이 한창이다. 지역주민들을 위한 무료식사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취재를 마치고 되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한 목회자의 생각과 비전, 헌신이 마을과 섬 전체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어떻게 변화됐는지를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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