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참전용사 박중생장로의 '삶과 신앙'

6.25 참전용사 박중생장로의 '삶과 신앙'

[ 아름다운세상 ] 전쟁 중 다리와 눈 잃어, 신앙 통해 '삶에 대한 의지' 다져

신동하 기자 sdh@pckworld.com
2010년 05월 28일(금) 14:37
   
▲ 박중생장로가 국가유공자증과 상이군경회원증을 보여주고 있다.
"전우 15명과 탱크에 걸터 앉아 진군하고 있었지요. 갑자기 '펑'하는 소리가 들립디다. 순간 몸이 붕 뜨더니 정신을 잃었소. 깨어보니 병원이었는데, 다리와 눈이..."
 
지난 20일 대전 신탄진에서 만난 박중생장로(85세ㆍ신탄제일교회)는 60년 전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박 장로는 6.25전쟁 발발 후 국군에 자원 입대해 경기도 파주시 장단읍에서 작전 수행 도중 북한의 박격포 공격을 받아 큰 부상을 입었다.
 
"생각해 보세요. 어느날 자신의 다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면...그리고 눈도 말이지."
 
해병대 10기로 입대해 참전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포탄 파편에 박 장로는 왼쪽 다리 무릎 밑으로 절단해야 했고, 오른쪽 눈을 잃었다. 수술도 여러차례 받으며 생사의 고비를 숱하게 넘나들었다.
 
포탄이 터진 자리에 있던 15명 중 2명만이 살아 남았다. 박 장로는 "전우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생존했으니 기적 아니겠냐"고 말했다.
 
박 장로는 갑자기 이마를 가리켰다. 덥지 않은 날씨였지만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이마에 아직도 파편이 박혀있어요. 병원에서 빼지 말라고 합니다. 위험하다고."
 
박 장로는 중도장애를 입고 삶의 끈을 놓으려고 했단다. 전북 이리에서 농사를 짓다 국가에 충성하고자 자원 입대한 그였다. 3형제 중 장남이기도 해 가족들의 만류도 있었지만 과감히 입대했다.
 
그런 그에게 돌아온 건 장애와 기나긴 투병생활 이었다. 꼬박 10년 간 병상에서 누워지냈다. 밤마다 숨쉬기 조차 힘들 정도의 격한 고통이 밀려왔다. 꿈에서는 포탄이 자신에게 계속 쏟아졌다. 지금도 그렇지만 진통제 없이는 하루도 버티기 힘들었다.
 
"어느 날은 너무 힘들어 상이용사들과 함께 철길로 가서 드러누웠어요. 같이 죽자고 했죠. 그 정도로 슬픔과 허탈감이 몰려오더라구요."
 
육체적 고통과 내적 우울증은 신앙으로 극복했다. 군에 입대하자 마자 한 군의관의 권유로 마지못해 접했던 기독교 신앙이 그에게 빛이요, 소망으로 다가왔다.
 
박 장로는 "교회를 제대로 출석하고 성경을 읽으면서 '살아야 한다'는 의지를 다졌다"고 했다. 의족은 불편했지만, 자신의 다리라고 여겼다. 축구와 배구 등 운동도 즐겼다. 긍정의 힘을 믿었다.
   
▲ 박중생장로는 새벽기도를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가끔 운동 삼아 자전거를 타고 오기도 한다.
 
그 무렵 고향에서 아내 최향순권사를 만났다. 최 권사는 남편의 장애를 개의치 않고 삶에 대한 열정을 높게 샀다. 박 장로는 가정을 꾸리면서 삶의 터전을 신탄진으로 잡았다. 정부의 상이용사 취업지원 정책에 따라 중학교 소사로 근무하다 전매청 직원을 거쳐 부동산을 운영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중간 중간 어려움이 없지는 않았다. 장애인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그렇고, 재정 형편이 어려운 적도 있었지만 그는 기도 중에 자족을 깨달았다.
 
"국가에서 연금도 주고 의족을 차기는 했지만 걸을 수도 있으니 얼마나 행복합니까. 일상의 작은 부분에도 감사할 줄 아는 지혜를 하나님께서 주셨습니다."
 
박 장로는 6.25 참전에 대해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내 조국을 원망하지도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나라가 있어야 국민이 있고 가정이 있다.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그래서 그는 매일 새벽에 교회에 나가 '조국의 화평'을 위한 기도를 빼놓지 않는다.



*박중생장로의 신앙관
박중생장로는 새벽기도를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고정 기도제목도 있다. 국가와 교회, 가정을 위한 기도는 빼놓지 않는다.
 
보통 교회 차량을 타고 오기도 하지만 직접 자전거를 몰고 오기도 한다. 기력만 되면 뭐든지 스스로 하려 한다.
 
박 장로의 요즘 일상은 교회와 집을 오가는 게 전부다. 박 장로는 "교회에 나오면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하다. 만사가 해결이 된다"고 말했다.
 
집에 있으면 보통 성경 묵상을 한다. 통증을 잊기 위한 방편이다. 통증이 지속되면 심리적으로 위축돼 말씀을 붙잡고 산다.

박 장로는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영히 선다고 하셨다. 자신을 비우고 천국을 소망하면 우리의 삶은 아름다워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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