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기에 흐르는 詩의 선율

녹음기에 흐르는 詩의 선율

[ 인터뷰 ] 제11회 기독신춘문예 시부문 가작 당선자 우덕호집사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0년 04월 19일(월) 17:18
   
▲ 어린시절 시력을 잃게 된다는 판정에 이어 8년 전 최종 망막박리로 중도실명자가 된 우덕호집사.
지난 7일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제11회 기독신춘문예 시상식 현장. 한 사람 한 사람 당선자의 이름이 발표되면서 시각장애를 딛고 시부문 가작(봄으로 가는 나무)에 당선된 우덕호집사(삼척제일감리교회)도 단상에 올랐다. 지팡이와 친구의 손길에 의지한 모습. 녹음기를 이용해 시를 썼다는 그는 "주님 덕분"이라는 한마디로 소감을 대신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 그는 서울에 있는 모 병원에서 "언젠가는 실명이 되니까 조심하라"는 진단을 받았다. 병명은 망막색소변성증. 여러차례 수술을 받는 등 온갖 노력을 다 했지만 8년 전 망막박리로 중도실명자가 됐다. 2년 전까진 오른쪽 눈으로 빛이 살짝 들어왔지만 이젠 그마저도 보이지 않는 흑암 속이다. "사람이 살아가려면 어떤 가치가 있어야 하잖아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보니 조그만 글재주 밖에는 없더군요." 그렇게 그는 30년 이상 절필한 시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부친의 자동차정비산업을 이어받기 위해 관동대 국어교육학과를 중퇴하면서 자연스레 잊혀진 '시'와의 운명적 재회였다.

"눈이 나빠서 신문도 못보고 책 한권 제대로 못읽는데 글을 쓰려니 참 힘들었어요." 처음엔 대충 흐릿하게 보이는대로 쓴 원고를 들고 지인들을 찾아갔다. 대필을 요청하고 겹쳐진 글씨를 교정해가며 그렇게 계속 시를 써왔다. 하지만 지난 2007년 7월 1일, 교통사고로 오른팔을 잃으면서 삐뚤빼뚤 글씨마저도 쓸 수 없게 됐다. 현재 그는 한달에 80시간, 보건복지부에서 파송하는 장애인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고 있다. 여든이 넘은 노모와 함께 살고 있다는 이유로 40시간을 반납한 것. "어머니가 동생 집에 가셔서 며느리 수발을 받아야 하는데 나를 돌보느라 가지도 못하시고… 늘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는 "시가 없었다면 고통 속에 죽어갔을텐데 이렇게 달란트를 주셔서 글을 쓸 수 있게 하신 주님께 감사드린다"며 "무엇보다 장애인들에게 귀감이 되고 싶다"고 했다. 주위의 격려로 여러 차례 개인 시화전도 열고 지방 방송에 사연이 소개되기도 하면서 이미 삼척의 '장애인 시인'으로 자리매김한 상태. "한편으론 나보다 더 불행한 사람은 없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입으로 그리고 발로 그리는 예술인들을 생각하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모든 것을 다 내어주신 예수님을 생각하며 마지막 인생을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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