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만난 러시아 교회, 어떻게 돌봐야하나

강도만난 러시아 교회, 어떻게 돌봐야하나

[ 선교 ] 테러, 물가상승 등 선교에 장애... 관심과 지원 절실

차유진 기자 echa@pckworld.com
2010년 04월 15일(목) 22:12
지난 3월 29일 모스크바에서는 39명이 숨지는 폭탄 테러가 일어났다. 31일에는 12명, 그 다음날에도 2명이 사망했다.
 
현재 외교통상부는 체첸 등 러시아 북카프카스 지역을 복잡한 정세와 무장 단체 활동을 이유로 '여행제한' 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또한 나머지 지역도 지난 2~3월 일어난 한국 유학생 사고 이후 '여행유의' 구역으로 지정했다.
 
유학생들의 피해는 외국인 혐오에 따른 우발적인 행동으로 추정되지만, 최근 일어나는 테러는 체첸과 러시아, 이슬람과 러시아정교회의 갈등이라는 좀더 복잡하며 양상을 띄고 있다.
 
지난달 지하철 테러에 대해 체첸 무장단체 '카프카스에미리트'는 자신들의 소행임을 주장했고, 러시아 언론들은 '히잡'이나 '차도르'를 착용한 여성들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1990년대 초반부터 러시아와 체첸의 싸움이 지속된 것을 감안하면 이들은 전쟁에서 남편이나 자녀를 잃은 여성일지도 모른다. 피를 피로 갚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인구 대다수가 이슬람교도라는 체첸인이 러시아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 정도. 러시아는 이들의 지속되는 독립 요구를 무력으로 억눌렀고, 이는 테러의 씨앗이 됐다.
 
러시아 인구 중 정교회의 비율은 85%, 개신교는 0.7% 정도이다. 대부분의 지역에서의 이슬람교도의 활동은 기독교인에 비해 미약한 편이지만, 체첸 등이 속해 있는 카프카스 지역을 중심으로 이슬람인들의 규합과 독립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는 무장투쟁이 이어지고 있어 무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러시아에 있는 우리 교민은 6천여 명으로 이중 유학생은 2천여 명이며, 본교단 선교사도 24가정이 사역하고 있다. 특히 유학생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고 있어 위험에 노출되기 쉬우며, 이들 중 상당수가 기독교인으로 지난달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은 학생도 감리교인이다.
 
오는 20일 히틀러의 생일을 앞두고 외교통상부는 "최근 러시아의 일부 극우단체들이 남여노소를 구분하지 않고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며, 가급적 단독외출과 심야 이동을 피하고 무리지어 있는 청년들을 발견하면 신속히 대피할 것을 당부했다.
 
극심한 빈부 격차, 높은 물가, 실업률 증가 등이 민족 갈등을 촉발하고 있으며, 최근 몇년간 러시아를 떠나는 선교사들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총회 파송 김정희선교사는 "지난 2007년부터 비자법이 강화됨에 따라 선교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여러 선교사들이 높은 임대료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법적으로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지만 타종교에 있어서는 여전히 배타적이다.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대형할인매장이 들어서고 있는 동시에 빈부의 격차도 더욱 커지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처럼 열악해지는 선교 여건에 한국교회가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총회 파송 김창식선교사가 교회 앞에서 현지인들의 싸움을 말리다가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김 선교사의 뜻을 이어받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사역을 전개하고 있는 부인 박은희선교사(생명교회 시무)는 지난 7일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일부 후원교회들이 지원 중단을 통보해 왔고, 배우자를 잃은 상실감과 재정적 어려움이라는 이중고를 이겨내야 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말했다. "교단과 교회가 선교지의 위급상황에 대비해 적절한 물질적 정신적 지원책을 마련해 주었으면 하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선교사를 우선순위에 두고 끝까지 믿어주었으면 하지만 그것도 여러가지 교회 사정상 쉽지 않을 것입니다. 선교사들은 교단도 교회도 원망하지 않습니다. 오직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 뿐입니다."
 
한국교회가 러시아에서 일어나는 테러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 이웃이 테러를 당했을 때 어떻에 해야할지는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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