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은 가고 그의 성품 닮은 물건들만....

주인은 가고 그의 성품 닮은 물건들만....

[ 아름다운세상 ] 추양 유품 1백여 점 오는 21일부터 한달간 일반에 공개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0년 04월 14일(수) 15:27
   
▲ 한경직목사가 '70년대 정신혁명 전도대회'를 마치고 남한산성 자택에서 쓴 친필 휘호. 영락교회 내 한경직기념관 벽면에 설치되어 있는 작품을 촬영했다. 사진/장창일차장
그가 떠난 자리에 남아 있는 유품들 속에서 10년 전, 마지막 추양의 체취가 있을까 생각하며 남루한 양복 저고리 하나를 집어 든다. 안 그래도 낡아있던 양복은 긴 세월 주인의 손길에서 떠나 있어서인지 더욱 초라한 모습으로 서랍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었다. 옷이라고는 '남루한 양복' 몇 점이 전부이며, 남한산성의 찬 바람을 막아줬던 두툼한 털옷과 털신 몇점이 전부다. 주인은 사라졌지만 그가 사용하던 물건들이 지금까지 남아 주인의 성품과 삶을 보여주는 듯 하다.
 
한경직목사의 트레이드 마크라면 무엇보다 일생동안 즐겨 사용했던 반뿔테 안경이 아닐까. 그의 몇 안되는 유품들 속에서 반뿔테 안경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안경의 윗부분을 감싸고 있는 뿔테의 곧은 느낌이 생전 한경직목사의 강직한 성품을 보다 돋보이게 했을 것이라는 추측은 큰 무리가 아니다.
 
이미 1973년 1월, 70세로 정년이 돼 영락교회 강단에서 은퇴한 한경직목사는 이후에도 교회연합 활동에서 큰 역할을 감당하는 등 현역에서 활약하지만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부터는 눈에 띄게 건강이 나빠지면서 남한산성 거처 근처에 머무는 시간이 부쩍 많아졌다. 연로해 지기 시작하면서부터 보청기는 추양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지는 몰라도 그의 귀를 대신해 줬던 보청기가 눈에 밟힌다. 보청기 근처에 쓸쓸하게 남아있는 휠체어와 지팡이도 불편한 추양의 노구(老軀)를 끝까지 지켜준 동반자였으리라.
 
무엇보다 시선을 붙잡는 것은 추양 한경직목사의 손때가 깊이 남은 낡디 낡은 성경이다. 그의 성경에서는 한경직목사의 삶과 신앙, 신학의 깊이가 동시에 느껴진다. 이 성경에는 또한 한경직목사의 친필 기도문이 담겨져 있어 더욱 큰 가르침을 주는 듯 하다. "서울 영락교회는 진리의 등대, 생명의 원천으로서 영원히 민족 복음화의 중심, 자유민주주의의 보루, 사회정화의 원천이 되게 하소서" 이 짧은 글에서 추양은 영락교회가 나가야 할 신앙의 방향성을 깊은 울림으로 담아냈고 이를 실천했다.
 
그의 신앙과 신학이 빼곡하게 남아 있는 설교노트도 눈여겨 볼만 하다. 1958년 12월 14일(주일) '인권사상의 기초'를 주제로 한 설교를 준비하면서 남긴 메모에서 한경직목사는 세계 인권운동주간의 의미를 평가하고 인간이 가지고 있는 천부의 인권이 얼마나 중요하고 기독교인들이 인권을 지키고 신장해 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기록했다.
 
유품 중에는 1992년 템플턴상 수상자로 선정된 한경직목사를 템플턴상 본부가 초청할 때 보냈던 초청장도 있다. 1992년 3월 3일 발송한 이 초청장에는 "한경직목사가 한국 기독교계의 뛰어난 지도자로서 세계 복음화 운동과 월드비전을 통한 고아 구호활동, 국가와 교회를 위한 헌신적인 삶, 북한 쌀 나누기 운동 등의 공적으로 수상자로 선정했음을 밝히고 있다.
 
현재 그가 남긴 서적과 몇 점의 의류, 안경과 보청기, 자필 서신 등은 별세 10주기를 맞이해 보다 체계적인 분류작업에 들어가 있다. 그중 일부가 숭실대학교에서 영락교회와 (사)한경직목사기념사업회 등과 공동으로 오는 21일부터 5월 20일까지 한 달간 숭실대 내 한국기독교박물관 2층 전시실에서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물론 자신의 이름으로 된 집 한채도, 예금통장 하나도 가지지 않았던 한경직목사가 남긴 것 자체가 많지 않다보니 이번 전시에서도 새롭게 공개되는 특별한 유품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가 남긴 소박한 삶의 흔적들을 통해 추양의 정신적 유산을 더듬어 보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수 있는 것의 전부다. 전시에서는 그의 목회와 기독교 교육, 영락교회 설립, 구호와 애국ㆍ애족활동, 나눔과 섬김 등으로 세분해 1백여 점에 가까운 유품이 전시된다.
 
최병현박물관장(한국기독교박물관)은 "한국 기독교사와 현대사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한경직 목사의 소천 10주기를 맞아, 이번 유품전은 한 목사님이 그 어려운 시기에 기독교를 통해 고통 받는 이웃과 민족과 나라를 위해 어떻게 사랑을 실천하였는지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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