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받은 축복 잊지 않을 것"

"한국에서 받은 축복 잊지 않을 것"

[ 인터뷰 ] 주방란 하달리교수 정년 퇴임, 미국으로 출국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0년 03월 30일(화) 19:55
   
▲ 주방란교수(左)와 하달리교수(右). 부부는 "한국에서 아름다운 추억과 경험에 감사한다"는 말을 전했다.

지난 30여 년간 교수 및 선교사로 한국의 학생들을 가르치며 섬김의 도를 실천해온 주방란 하달리교수(한일장신대) 부부가 정년을 마감하고 지난 26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출국 직전 미국장로교단(PCUSA) 사무실에서 만난 부부는 지난 밤 오랜 한국생활을 정리하고 짐을 꾸리느라 힘들었는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얼굴 한켠에 정든 이들을 떠나가는 것에 섭섭함도 엿보였다. 하지만 부부는 "떠남은 슬프지만 그동안 너무나 많은 축복을 받았다"며 "한국에서의 아름다운 추억과 경험들에 감사한다"고 했다.

1970년 미국에서 결혼한 대만 처녀와 미국 총각은 지난 1983년부터 한일장신대 교수로 재직해왔다. 1984년 전주 한일신학교로 명칭이 변경되기전 한일여자신학교 시절에서부터 인연을 맺은 셈. 부부는 "그동안 학교가 정말 많이 발전했다"며 "30년 전과는 1백% 다르다"고 말했다. "27년 전 영어를 배운 한 여학생이 학교로 돌아와 다시 제자가 된 일도 있었어요. 결혼 후 남편을 암으로 잃고 사역의 길에 접어든 것이었죠." 부부는 그런 제자가 이번 봄노회에서 목사안수를 받았다며 기뻐했다.

동양과 서양의 만남으로 가정을 이룬 부부에게 타문화에 대한 열린 마음은 기본적인 소양일터. 이들은 한일장신대 아시아태평양국제신학대학원(APGS)의 외국인 학생들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드러냈다. "우리 한일장신대에는 APGS가 있어서 정말 자랑스러워요." 서툰 한국말로 부인 주방란교수가 말했다.

부부는 그동안 APGS 외국인 학생들의 교육에서부터 교내 외 생활 전반에 이르기까지 지도를 맡아왔다. 낯설고 물설은 먼 이방땅에서 문화의 차이를 넘어 한 가족이 될 수 있도록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준 것. "외국 학생 석사 되요. 박사 안되요." 한일장신대에 온 외국인 학생들이 박사 과정까지 공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인듯 했다. 미얀마 캄보디아 대만 베트남 등 아시아 학생들이 한일장신대의 지원을 받아 공부한 뒤 졸업 후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 봉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계획을 묻자, 부인은 "건강이 허락한다면 미얀마와 인도, 일본 등에 가서 가르치고 싶다"고 했고 남편은 "'한국신학의 역사'에 관해 영어로 된 책을 쓰고 싶다"고 했다. 지난 23일 한일장신대 대강당에서는 부부의 정년퇴임식이 거행됐다. 학생들은 '스승의 은혜'를 부르며 은사를 떠나보냈고 학교는 이들을 명예교수로 추대했다.

정든 학교를 떠나며 부부는 학생들을 위해 도서관에 3천여 권의 책을 기증했다. 정장복총장은 "두 분 사이에 자녀가 없었지만 30여 년 동안 함께해 온 모든 학생들을 당신들의 자녀로 삼아 사랑과 헌신으로 훌륭히 가르쳐 오셨다"며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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