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도 함께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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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 대한성서공회 정년 마감한 서원석장로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0년 03월 24일(수) 17:48

   
▲ 지난 24년 7개월간 "즐겁고 신나게, 행복하게 일했다"고 말하는 서원석장로.
38살의 나이에 대한성서공회와의 인연을 시작한지 어느덧 24년 7개월. 지난 19일부로 정년을 마친 서원석장로를 20일 새문안교회에서 만났다. 사실 서 장로와 성서공회의 사이에는 24년 7개월을 뛰어넘는 깊은 인연이 있다. 조선땅에 선교사 보다 성경을 먼저 들어오게끔 한 권서인 서상륜의 후손인 그는 성경배달 민족의 후예다. 처음 성서공회에 들어올 때 권유를 쉽게 뿌리칠 수 없던 이유도 이때문.

그는 "참 행복했고 즐겁고 신나게 일했다. 성서공회에 와서 일한 것은 행운이었다"는 말로 운을 뗀 뒤 "지금 와서 얘기지만 그때는 모험이었다"고 털어 놓았다. "(아내에게도 하지 못했던 얘기지만) 실패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당시엔 전공분야에서도 미래가 밝았는데 당장 미래가 보이지 않는 일에 뛰어든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죠." '조상들처럼 의미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결국 그를 움직였고 그렇게 살아낸 결과 이제는 자신있게 "삶의 가치, 명분은 현실을 뛰어넘는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5여 년간 그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성서반포사업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은 박해 속에서도 생명을 걸고 믿음을 지켜온 이들을 만나는 기쁨으로 인해 가능했다. 가난한 나라, 신앙생활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나라들을 찾아 그들의 삶을 마주할 때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는 생각에 도전을 받았고 "그들을 도울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고.

서 장로는 방문국가중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를 가장 인상적인 나라로 꼽았다. 모두 사회주의 체제의 영향권 아래 있는 나라들로 그는 "초기 한국교회에 성서보급이 비밀리에 진행된 것처럼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전한 뒤 "아직도 86개 나라에 성서공회가 조직되지 않은 상태로 한국교회가 할일이 많다"고 총회와 전국교회의 관심을 요청했다. 특히 최근 아이티성서공회의 요청을 받아 8천권의 성경을 제작, 지원한 것을 언급하며 그는 "성서공회의 몫이 따로 있다"며 성경보다 구호물품이 시급하게 요청되는 재해현장에도 "말씀이 함께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3의 인생'의 출발선에 선 그는 "아직 아무 계획이 없다"고 했지만 당분간은 새문안교회의 건축준비에 집중해야할 상황이다. "어머니교회로서 한국교회가 수긍할만한 교회를 건축해야 할 것"이라고. 4대째 신앙을 이어온 서씨 가문에 성경배달의 바통을 이어갈 다음 주자는 없는 걸까. 딸이 이번에 목사고시에 응시할 예정. 사위도 목사, 조카는 신대원에 재학 중으로 후보는 있는 셈. 물론, 결정은 어디까지나 이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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