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커피 한잔, 제3세계 어린이의 한 끼'

'당신의 커피 한잔, 제3세계 어린이의 한 끼'

[ 아름다운세상 ] 공정무역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09년 11월 17일(화) 17:30
   
▲ 멕시코 치아파스에서 커피를 재배하고 있는 이들(上)과 공정무역 커피를 판매하고 있는 커피밀 매장.

미래학자 패트리셔 애버딘은 저서 '메가트랜드2010'을 통해 단순히 편리함만 추구해온 지금까지의 소비 풍토가 점차 사회, 환경, 더 나아가 지구촌을 고려하는, 깨어 있는 가치를 추구하는 경제 형태로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돈을 소비한다면 보다 의미있는 곳에 소비하려는 의지가 단순한 트랜드를 넘어 전세계 전반적인 흐름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최근 교회와 NGO를 중심으로 윤리적 소비(Ethical Consumption)에 대한 운동이 거대한 조류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특히 선진국을 중심으로 공정무역에 대한 관심이 양식있는 소비자들 사이에 번지기 시작하면서 제3세계를 살릴 수 있는 대안 혹은 새로운 선교방법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공정무역(公正貿易, fair trade)'이란 '국가 상호간 무역혜택이 동등한 가운데 이루어지는 무역'으로 풀어 말하자면 선진국의 소비자들이 저개발국의 생산자들과 직거래를 통해 정당한 가격을 주고 구입하는 거래 시스템을 말한다. 신자유주의의 기치 아래 다국적 기업의 극단적 이윤 추구로 제3세계의 노동력이 착취당하고 가난의 대물림 현상이 지속돼 삶을 개선하지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자는 것이 이 운동의 중심 취지다.
 
커피의 경우, 1년에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커피는 4천억 잔 가량 되지만 그 중 99%는 대기업, 중간거래상 등 커피의 생산과 관련없는 자들이 다 챙기고, 정작 커피 생산에 노력했던 빈국의 농가는 단 1%에 해당하는 이윤만 돌아갈 뿐이다. 이러한 불공정 거래는 상대적으로 노동력이 싼 어린이들과 여성을 희생시키고, 생계를 유지하기에 급급한 돈만을 벌기 때문에 가난의 사슬도 끊을 수 없게 되는 것.
 
교계에서도 이러한 구조적인 부정의 틀에 기대어 개인의 이익을 취하기를 거부하고 제3세계의 가난을 위해 공정무역 운동에 뛰어든 기독교인들을 만날 수 있다.
 
교계 공정무역 운동의 선두주자로 커피전문점 '커피밀'을 운영하고 있는 윤선주목사(디딤돌교회)를 꼽을 수 있다. 현재 7호점까지 오픈한 커피밀은 남미, 아프리카, 인도네시아 현지 커피생산자협동조합에서 구매한 공정무역 커피를 사용하며 커피생산자들의 권익향상과 정당한 가격을 보장하고 있다. 또한, 전체 수익금 중 10%는 제3세계에 커피농장을 준비하기 위한 기금으로 적립하는 한편, NGO 및 공익 단체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수익금 중 20%를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윤 목사는 "기존의 선교방식을 바꿀 수 없을까 고민을 하다가 빵을 던져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빵을 만들어 먹게 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그들이 자립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가 제3세계에서 대부분 재배하고 있는 커피를 매개로 하자고 결심하게 됐다"고 커피밀 사역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공정무역을 하게 되면 생산자들에게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되지만 커피밀에서는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에 2천원이다. 오히려 일반 커피전문점보다 싸다. 현재 인도네시아,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코스타리카 등에서 커피를 보통 구매할 때보다 3배 비싼 가격에 들여오고 있지만 모든 공정을 자체적으로 하고 가격에도 거품을 빼 싸고 맛있는 커피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현재 윤 목사는 착한소비운동 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교인들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공정무역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홍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아대책(회장:정정섭)에서도 북한과 남미, 아프리카에서 공정무역 상품을 들여와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현재 기아대책에서는 함경북도 라진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북한주민들을 고용해 콩 된장 및 간장을 재배하고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멕시코 치아파스,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커피를 수입해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기아대책의 박찬욱간사는 "멕시코의 치아파스는 사파티스타라는 반군이 점령해 국가 복지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며 마약상들도 많은 상황"이라며 "커피 또한 다국적 기업에 의해 정당한 노동력 보상을 받지 못하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 익투스라는 엔지오를 통해 공정무역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기아대책은 공정무역 상품들을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최의팔목사(서울외국인이주노동자센터 대표) 또한, 공정무역에 큰 관심을 갖고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이들 중 한명이다. 현재 그가 섬기고 있는 서울외국인이주노동자센터에서는 동티모르와 네팔의 커피를 아름다운재단과 YMCA 통해 수입해 로스팅해서 판매하고 있다. 최 목사가 공정무역 운동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한국의 이주노동자 중 장애인이 된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다.
 
최 목사는 "한국의 이주노동자 중 장애인이 된 사람들은 한국의 사회복지에서 소외되고, 본국에 돌아가도 복지수준이 미흡하기 때문에 이들을 도울 방안을 모색해야 했다"며 "결국은 이들이 잘 살기 위해서는 이들의 나라가 경제적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려 공정무역 운동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최 목사는 "영국교회에서는 교회가 나서서 공정무역 물품을 쓰겠다고 선언한 곳이 4백여 곳에 이를 정도로 이 운동이 확대되고 있다"며 "한국교회도 선교지의 사람들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이 운동에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지난 7월 2일에는 젊은 목회자들이 주축이 되어 공정무역기독인연합을 출범시켜 교계 안에서 공정무역을 알리고 교회와 NGO, 생산자를 이어주는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공정무역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는 아름다운가게, 두레생협, (주)페이트레이드코리아, 아이쿱생협, 한국YMCA 등이 있다.

 

   
▲ 동부제일교회 커피숍에서 첫달 이익금으로 성미를 사서 구청에 전달하고 있는 임은빈목사와 교인들.

# 공정무역에 동참하는 동부제일교회 카페

제3세계 선교의 한 방법으로 공정무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본교단 교회에서도 이에 동참하는 교회가 생겼다. 서울동남노회 동부제일교회(임은빈목사 시무)가 운영하는 교회 카페에서 공정무역 커피를 사용하며 일반인들에게 경제정의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지난 9월 개업예배를 시작으로 문을 연 동부제일교회 카페 '커피밀 하남 1호점'은 공정무역 커피전문점 커피밀의 체인점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그 수익금으로는 지역의 불우이웃을 도와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는 선행을 하고 있다.
 
동부제일교회는 지난 10월 이익금을 하남시청에 기증해 지역의 불우한 이웃을 위해 사용해줄 것을 부탁했다.
 
담임 임은빈목사는"우리 기독교가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선교 초기 선교사들이 교육시설과 병원 등을 통해 사람들의 생활을 개선해주면서 좋은 이미지를 얻었기 때문"이라며 "선교지에 복음과 함께 궁극적으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기독교인의 선교적 의무"라고 강조했다.
 
또한, 임 목사는 "공정무역 커피 한잔을 마시면 선교지의 사람들에게 한끼 식사를 제공해줄 수 있다"며 "교회가 자기들만의 행사와 축제를 벌이는 것 보다 교회 밖의 사람들과 우리나라 밖의 사람들에게 선교적 관심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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