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가 직업(Job)되면, 비극"

"목회가 직업(Job)되면, 비극"

[ 인터뷰 ] 세계적 영성신학자 폴 스티븐스교수 내한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09년 10월 26일(월) 20:40
지금으로부터 10년전 '현대인을 위한 생활영성(IVP)'을 펴내고 한국교회에 신선한 자극을 선사했던 폴 스티븐스교수(리젠트대). 지난 18일 새세대교회성장연구원(원장:곽요셉) '단순한 목회' 세미나 강의차 내한한 그를 만났다. 어젯밤 모기 두 마리와 씨름을 하느라 잠을 설쳤다는 말이 무색할만큼 그는 인터뷰 내내 번뜩이는 통찰력의 조언들을 쏟아냈다.

그의 눈에 비친 한국의 목사들은 "늘 피곤에 지쳐있는 모습"이다. "28개 국가의 목회자들을 접했지만 한국의 목회자들이 제일 지쳐 보입니다. 월요일 아침에 이들을 가르칠 기회가 있으면 항상 졸린 모습이에요. 내가 그렇게 나쁜 선생인가 자문하곤 한답니다.(웃음)"

   
▲ 그는 "한국교회 목회자들을 향한 주위의 기대가 너무 크다"며 애정어린 조언을 건넸다.

학업에 지친 손자를 측은히 바라보는 할아버지처럼 "목회자들을 향한 주위의 기대가 너무 크다"며 염려를 표한 그는 한국교회 목회자를 향해 "굉장히 실행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처방전을 건넸다. 첫째, 일주일에 한번은 휴대폰 인터넷을 모두 끊고 '진짜로 쉬는 날'을 가져라. 둘째, 가능한한 매일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해라. 셋째, 혼자서 하려 하지말고 일을 분담해라.

폴 스티븐스교수는 성직자와 평신도간 서열적 관계구도를 거부한 '하나의 백성론'으로 유명하다. 그는 "목회자와 성도들이 서로를 자유롭게(mutual liberated) 해야 한다"고 했다. 성도들은 목회자가 불가능한 일을 하지 않도록, 목회자는 성도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사역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종교개혁은 완성되어져야 한다"고 말한 그는 "어떤 종교개혁자들은 주일 밤에 교회 문을 닫고 다음 주일까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며 일상생활 속에서 빛과 소금으로 사는 삶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칼빈 탄생 5백주년을 기념하는 한국교회를 향해 그는 돌연 루터의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칼빈이 목회자의 특별한 소명을 강조하며 평신도와의 경계선을 긋는 결과를 낳은 반면, 루터는 신자(信者)가 불신자 사이에 있다면 성직자가 아니더라도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가르쳤다며 그는  "한국교회가 칼빈과 함께 루터의 가르침도 균형적으로 계승할 것"을 주문했다.

"예전에 대학교회를 떠나 목수가 되었을때 사람들은 제가 사역을 떠났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저는 여전히 사역자로 쓰임받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73세의 노령의 교수는 "목사가 되는 것을 하나의 직업으로 생각한다면 비극"이라며 "목사 아니면 할 일이 없다는 말은 목사가 아니면 이웃을 사랑할 수 없다는 말과 같다"고 일침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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