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 사랑 그대로 이웃과 교회에 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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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세상 ] 은퇴 앞둔 노 목회자의 아름다운 기부- 강화성광교회 천병선목사

차유진 기자 echa@pckworld.com
2009년 10월 21일(수) 09:22
   
▲ 다음달 8일 원로목사로 추대되는 천병선목사와 후임 유영일목사가 밝게 웃고 있다.

강화군 강화읍 관청리에 위치한 서울서남노회 강화성광교회 앞 계단을 두 명의 목회자가 함께 내려온다.
 
한 손에 지팡이를 든 노 목회자와 양복을 입은 중년의 목회자는 다음달 8일, 31년 간의 사역을 뒤로하고 원로목사로 추대되는 천병선목사와 새롭게 성광교회에 부임하는 유영일목사다.
 
1979년 4월 이 교회에 부임해 감리교의 텃밭이라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1백명 이하의 교인들로 한때 7백명의 교세를 이루기도 했던 천 목사. 20년 간 앓아 온 당뇨 때문에 이날 오전에도 투석(透析)을 하고 나온 그의 손을 유 목사가 꼭 붙잡고 있다.
 
1988년에 현재의 교회 건물을 세워 강화 복음화에 전념하던 그는 2001년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2006년 넘어져 고관절이 부러지며 2년 동안 세 차례의 수술을 받아야 했다.
 
   
"거의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장로님과 교인들이 한 번도 싫은 내색하지 않고 휠체어에 탄 나를 예배때마다 강단에 올려주어 목회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한 동안 앉아서 설교를 했는데 올해 들어 서서 말씀을 전하다가 은퇴하게 되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은퇴를 앞둔 천 목사는 담임목사 청빙 광고를 냈다. 주변에서 많은 추천과 부탁도 있었지만 순수하게 하나님이 보내준 사람을 후임으로 세우겠다는 평소의 소신을 실천한 것이다. 지원자들을 당회원과 교인들이 함께 살펴 최종적으로 선택한 사람이 지금 천 목사를 부축하며 계단을 내려오는 유영일 목사다. 교회 앞 마당에 다달아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짓는 두 목회자의 모습은 오랫동안 함께해 온 부자지간처럼 보였다.
 
지난 6월 천 목사는 치료를 위해 19년 간 생활한 교회 옆 사택을 떠나 부천으로 이사했다. 이후 사택이 신임 목회자의 거처로는 너무 낡았다고 생각한 천 목사는 1억 원이 넘는 사재(私財)를 사택 구입비로 교회에 내놓았다. 또한 남은 재산 중 일부는 지난 1980년 성광교회가 개척한 월곡교회의 건축비로 사용토록 했다. 이와함께 대전신학대학교와 그가 활동해 온 범양선교회, 온세계선교회에도 마지막 후원금을 보냈다.
 
최근 그의 고향교회인 안동 의일교회는 그가 30년 동안 매달 10만 원씩 보내준 헌금을 모아 새롭게 성전을 건축했다는 소식을 전해오기도 했다.
 
"나의 삶은 하나님이 살펴주실 것입니다. 교인들과 신임목회자가 긍정적인 마음으로 하나님을 바라보며 합력하여 지역 선교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나의 소망입니다."
 
   
강화도에서 받은 사랑을 다시 교회와 이웃들에게 모두 돌려준 천 목사는 한참 동안 본당 의자에 앉아 기도를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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