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순환을 끝내는 사람

악순환을 끝내는 사람

[ 논설위원 칼럼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09년 06월 24일(수) 15:14

허원구/목사ㆍ산성교회

우리 몸이나 자연계, 경제계도 순환이 잘 되어야 건강하다. 건강을 불러 오는 '좋은 순환'이 있다. 좋은 순환은 잘되면 잘될수록 좋다. 그러나 정상적이지 않고 해를 불러 오는 순환은 계속 될수록 건강에 해롭다. 이런 악순환은 건강에 치명적이다. 이 원리는 교회에도 세상의 정치에도 같이 적용될 수 있다. 한번 잘못된 악순환의 주기가 시작되면 여간해서는 그 악순환을 막을 수 없다. 놀랍도록 정확하게 악순환은 반복된다. 분열의 악순환, 갈등의 악순환, 분쟁의 악순환이 계속된다. 이런 악순환에는 일정한 공식이 있다.

힘을 쥔 사람은 그 힘을 이용하여 자기 기득권을 지키고 힘을 가지지 못한 자들을 누르는데 사용한다. 힘을 가지지 못한 자는 쉴새없이 힘을 가진 자를 향하여 비판의 포화를 쏟아 낸다. 그리고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그 힘을 자기가 가지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러다가 힘의 이동이 진행되어 힘을 가지게 되면 그전의 사람들이 하던 그대로를 꼭같이 반복한다. 자기를 합리화하고 자기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다시 힘을 잃은 자들은 자기들이 전에 그토록 미워했던 가지지 못한 자들의 논리를 그대로 답습한다. 이들은 다시 도전자, 비판자, 공격자의 자리에 서서 악순환의 역사가 계속 진행되게 만든다. 최근에 일어 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로 인하여 나라안이 소란스럽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심지어 교회 안에서까지 마음이 나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같은 기독교공동체 내에서도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며 서로를 비방하는 모습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길은 없을까? 그 해법은 바로 최후의 만찬이 있었던 그 다락방공동체 속에서 발견된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누가 크냐는 갈등 속에 있었다. 아무도 발 씻길 사람은 없고 대접받고 높임받을 사람만 있었다. 그때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직접 씻으시므로 다락방공동체의 갈등을 해결하셨다. 발을 씻는다는 것은 내가 낮아짐을 의미하고 상대방의 더러움을 지적하고 비방하는 대신 내가 용납하고 내가 감당하며 내가 해결한다는 의미이다. 예수님이 바로 악순환을 끊으신 분이다. 오늘 한국의 교회와 사회에 바로 그분의 정신이 필요하다. 누가 잘못하고 누가 잘했는지의 이야기를 계속해서는 곤란하다. 이제는 악순환에 종지부를 찍어야 할 때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서로 다투고 있는 두 어린 형제가 각자 어머니를 찾아가서 서로의 입장을 항변하고 있다. 그 주제는 상대방이 잘못했다는 내용이다. 자기가 먼저 싸움을 걸지 않았고 상대방이 먼저 시작했다는 주장이다. 그때 어머니가 말했다고 한다. "나는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관심이 없고 누가 먼저 싸움을 끝내는가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 않는가.

이 갈등의 시대에 요구되는 사람은 먼저 끝내는 사람이다. 계속해서 비방하고 편가르기를 하고 줄서기를 하면 악순환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 다락방에서 일어난 사건처럼 우리는 권위의 옷을 벗어야 한다. 그리고 섬김의 수건을 허리에 둘러야 한다. 내가 먼저 낮추고 숙여서 상대방의 결점과 허점이 내가 감당하고 씻어야 할 발이라고 여겨질 때 비로소 악순환은 끝나게 될 것이다. 교회는 마땅히 색깔을 밝히고 줄서기를 강요하여 편가르기 하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 그 주장이 무엇이든지 새로운 악순환의 고리를 또하나 더 만들 뿐이다. 문자메시지를 일방적으로 보내놓고 이것을 반대하는 사람은 이름과 함께 반대라는 의견을 반드시 밝혀달라는 내용은 우리를 서글프게 만들고 있다. 반대 메시지를 보내지 않으면 도매금으로 찬성자의 명단에 넣어서 세를 불리려는 얄팍한 머리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성경적인 방법이 아니다. 교회를 가르는 일은 중단돼야 한다. 잘잘못을 따지는 끝없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교회는 마땅히 화해와 평화를 만드는 일에 앞장 서야 한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