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인간ㆍ교회 위해 하나님이 세워"

"국가, 인간ㆍ교회 위해 하나님이 세워"

[ 칼빈탄생5백주년 특집 ] -칼빈의 국가관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09년 06월 11일(목) 16:43

16세기 종교개혁 시대에는 국가가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것 이상의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프로테스탄트들은 중세 세계를 지지하고 있었던 가톨릭 교회에 근본적인 신학적 문제를 제기하면서, 성경적이고 교부들의 가르침과 연결되는 교회를 형성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이 시기는 동시에 유럽의 신성로마제국으로부터 근대적 의미의 민족 국가들이 출범하는 역사적 발전의 시기이기도 했다. 따라서 어느 국가(혹은 도시 국가)의 시민이 개신교와 로마 가톨릭 교회 중 어느 신앙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는 곧 국가적인 사안이기도 했던 것이다.
 
칼빈에 의하면 하나님은 '창조주'이시자 '구속주'이시다. 이 하나님의 왕권은 모든 창조 세계와 인간의 사회에 미친다. 칼빈은 인간 사회를 영적인 부분과 정치적인 부분으로 나누었는데, 영적인 영역을 다스리는 정부(regimen spirituale)를 '교회(church)'라고 하였고, 정치적인 세계를 통치하는 정부(regimen politicum)를 '시민정부(civil government)' 혹은 '국가(state)'라고 보았다.
 
이 둘은 서로 다른 체제를 가지고 있고 또 각각 다른 법적 지배를 받는다. 이 두 세계는 경건과 하나님을 공경하는 영적인 부분과, 법을 제정하는 책임이 있고 인간성과 시민성에 대한 의무가 있는, 일시적이고 정치적인 영역이다. 그것은 영적인 정부와 정치적 정부로서 곧 교회와 국가이다. 칼빈에 따르면 이 두 기관은 하나님이 제정하셨으며, 마치 예수 그리스도라는 한 목자 아래 있는 두 개의 다른 목자들처럼 궁극적으로는 그리스도의 통치에 귀결된다. 칼빈이 말하는 그리스도의 왕권은 본질적으로 영적인 것이지만 국가도 하나님이 세우신 기관으로 보았기 때문에 이 국가는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뜻을 수행해야 한다.
 
칼빈에 의하면 국가는 사회 내에서 평화와 질서를 유지한다. 기독교강요 초판(1536년)에 보면 국가는 인간들 사이의 화해를 도모하며, 사회의 공적인 평화를 유지하는 일을 한다. 국가가 사회 속에서 평화와 질서를 유지해 주어야 한다는 칼빈의 주장은 기독교강요의 최종판(1559년)까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칼빈의 성경 주석도 국가는 인간의 복지를 위해서 하나님에 의해 세워진 기구로 보고 있다. 국가는 그리스도인들이 세상 사람들과 살아갈 때 자신의 삶을 정의와 일치하도록 하며, 서로 화해하여 포괄적인 평화와 평온함을 증진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칼빈에 의하면 국가는 일차적으로 국민들이 평안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질서를 지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국가는 그 외에 종교적인 사명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국가의 두 번째 목적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며 참된 종교 보호하는 것이다. 칼빈이 이해하는 국가는 인간의 존엄성을 보존하고 교회의 예배를 보호하기 위해서 하나님이 세우신 기관이다.
 
칼빈이 사역하고 있었던 신생 독립국가인 제네바는 외부의 사보이 공국과 로마 가톨릭의 압력을 막아내고, 내부에서 칼빈에게 도전하는 세력들을 조율하면서 종교개혁적 신앙을 유지해야 했다. 또한 칼빈의 조국 프랑스의 칼빈주의자들이 국가로부터 모진 박해를 겪고 있었다.
 
이런 역사적인 맥락에서 칼빈은 국가가 신앙을 보호할 것을 점차 강조했던 것으로 보인다. 칼빈의 후기에 갈수록 만약 국가가 인간의 존엄성과 국민의 신앙을 보호하는 역할을 감당하지 못할 때, 그 정부는 하나님에 의해서 세워진 정부가 아니라는 강조점이 발견된다.
 
국가를 통치하는 국정 책임자들은 하나님에 의해 임명 받은 사람들이다. 따라서 '하나님의 대리자'라고 까지 표현되고 있는 이들 위정자들의 권위는 하나님에 의해서 인정된 것이다. 칼빈이 볼 때 그들은 국가를 섬김을 통해서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다. 국가를 운영하는 위정자들의 의무는 국가가 하는 일에서 도출된다. 따라서 국가의 위정자는 인간 사회의 평화를 유지하는 일과 인간의 존엄성과 국민의 종교적 삶을 보호할 의무를 하나님께로부터 부여 받은 자들이다.
 
칼빈의 교회와 국가의 관계에 관한 사상을 잘 해석하기 위해서는, '영혼과 육체의 유비'라는 이론이 필요하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도표 참조> 이처럼 교회와 국가를 영적인 정부와 육적인 정부로 봄으로 해서 이 두 정부의 관계를 명확하게 규정한 것은 칼빈의 독특한 점이다.
 
교회와 국가는 영혼과 육체와 같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칼빈을 따르면 교회는 소극적이든 혹은 적극적이든 간에 국가의 정치에 참여하게 된다.
 
교회의 소극적 정치 참여는 첫째로 국가가 사회의 평화와 질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교회가 순종하고 협력하는 것이다. 둘째로 교회는 국가가 인간의 존엄성과 종교적 활동을 보장할 수 있도록 생기를 불어넣으면서 국가의 양심의 역할을 해야 한다.
 
교회의 적극적 정치 참여는 첫째는 불의한 정부가 있을 때 그 정부는 더 이상 하나님의 위임을 받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칼빈은 그 정부에 불복종 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의 사역의 후반부로 갈수록 그와 같은 뉘앙스가 강조되고 있다.
 
칼빈은 교회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의 두 번째로 사회 복지 활동을 제시하고 있다. 칼빈에 따르면 국가 지도자는 공적인 선을 행하고 사회 속에서 하나님의 보호와 공의를 나타내기 위해서 하나님에 의해서 임명되었다.
 
한편 칼빈은 교회 안에 구제 및 사회 복지를 전담할 수 있는 집사(Deacons)를 세워 활동하도록 만들었다. 따라서 칼빈의 신학에서 교회와 국가는 서로 구별되는 신적 기구들이지만, 가난하고 병든 자들을 위한 사회 복지 활동은 서로 협력하도록 제도화 되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가 사회 복지 활동을 담당하게 될 때 그것은 적극적 의미의 교회의 정치 참여의 또 다른 측면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안인섭

▲ 총신대학교 교수
▲화란캄팬신학대학교(Th.D)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