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조은의 눈물

변조은의 눈물

[ 선교 ] 에큐메니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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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6월 11일(목) 11:31

금주섭/목사ㆍWCC 선교와 전도위원회 총무


지난달 말 호주연합교회와 연합신학교가 공동 주최한 선교신학협의회에 주제 강사로 초청받아 시드니를 다녀왔다. 출장길에 총회장님과 임원회의 하명을 받아 총회 사무총장과 더불어 WCC 10차 총회유치와 총무선거에 대한 홍보활동도 병행했다. 호주연합교회(UCA)는 아시아 교회의 일원으로 WCC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남태평양 지역에도 많은 영향력을 지닌 세계적인 교단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일찍이 캔버라에서 WCC 총회를 유치한바 있고, 이번 WCC 총무선거에도 세계교회에서 많은 존경을 받는 총회장 그레거 핸더슨 목사가 출사표를 던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무총장과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홍보활동을 펼쳐야 될지 고심을 거듭하였다. 총회 유치 홍보야 그렇다치고 연합교회의 총회장이 출마한 마당에 어떻게 뻔뻔스럽게 한국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말을 꺼낼 수 있을지 몹시 난감하였다. 이런 와중에 한국으로부터 핸더슨 목사가 여섯 분의 최종 후보 명단에 들지 못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래서 우리는 핸더슨 목사의 멘토이자 호주연합교회의 정신적 지주라고 할 수 있는 전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였던 변조은(John Brown) 선교사를 먼저 찾아뵙기로 하였다.

그분은 노구에도 불구하고 예의 학자적 자세를 잃지 않고 마치 입학시험을 치르듯 왜 한국교회가 WCC 총회를 유치하려고 하는지, 대한예수교장로회가 에큐메니칼 운동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으며, WCC 총무를 추천함으로써 세계교회에 무엇을 기여하고자하는지 깐깐하게 꼬치꼬치 물어 보셨다. 동행한 조성기 사무총장의 직접적인 은사가 되시고 본인이 오랫동안 한국 선교사로 사역하셔서 "아이구 두(頭)야!"를 거침없이 사용하실 정도로 한국 사정에 훤하시면서도 도무지 봐주시는 점이 없었다.

"선생님, 선생님과 호주 선교사님들이 목숨을 바쳐 복음을 전해주신 한국교회가 식민지 설움과 전쟁, 가난과 독재를 이겨내고 하나님의 은총으로 오늘 이렇게 성장하고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주님의 그 크신 은혜를 세계교회와 나누고자 합니다. 자리를 차지하거나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겸손한 종으로 섬기며 그 복음의 빚을 조금이나마 갚고자 합니다." 사무총장께서 이렇게 답하실 때 곁에 앉아있던 나는 보았다. 변조은 목사님의 안경너머로 굵은 눈물이 글썽거리는 것을. 그리고는 "이제 돌아가십시오. 호주에서 시간을 낭비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우리의 친형제 되는 한국교회를 두고 유럽교회나 다른 교회의 총회 후보지나 총무 후보를 지원할 수 있겠습니까?" 그 순간 자리에 동석했던 모든 사람들은 그분과 호주연합교회의 한국사랑에 말을 잃고 함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사실 WCC의 실무자로서 총회 유치와 총무선거 홍보활동을 한다는 것은 대단히 조심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 우리를 선교해 준 세 교회, 미국장로교회, 캐나다장로교회, 호주연합교회의 한국교회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과 사랑에 늘 새 힘과 감동을 얻었다. 그들의 뿌리인 유럽교회나 아니 어쩌면 그들의 조국교회의 후보들보다도 한국교회를 더 지지해주는 깊은 한국 사랑 앞에 몇 번씩 숙연해지는 경험을 하였다. 철모르던 시절 함부로 선교사들을 비판하던 어리석음을 후회하고 또 후회하였다.

구한말 데이비스라는 호주 멜번의 한 청년이 스코틀랜드 에딘버러대학 신학부 뉴칼리지로 유학을 떠났다가 그곳에서 존 로스 선교사의 선교보고를 듣고 한국에서 그를 부르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 호주 최고의 엘리트 청년 중의 한 명이었던 그가 한국선교를 떠나 꽃다운 나이에 순교하였고, 이 거룩한 죽음은 수많은 호주 젊은이들을 한국으로 향하게 하였는데 그중에 한분이 변조은 목사시다. 교회사가 정병준 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변 선교사는 60년대 경남 지방의 극심한 기아를 이길 방도를 찾기 위해 씨알이 굵은 호주 돼지를 한국에 소개하려고 무역선에 돼지를 싣고는 그 돼지들을 안전하게 살려서 한국에 데려오기 위해 수십 일을 돼지들과 먹고 자며 태평양을 종단하여 부산항에 도착한 적이 있다고 한다.

육대주에 우리 총회의 많은 동역교단들이 있다. 우리는 과연 우리를 선교해 준 이 세 교회들처럼 그 교단들을 갚게 사랑하고 있는가? 오늘 세계교회의 선교 책임을 맡고 있는 본인과 한국 선교사님들께 한국 돼지들과 두 달간 아프리카로 선교여행을 떠나라면 어떤 반응을 할까? 선교의 기초는 다름 아닌 깊은 사랑에 몸부림치는 것이다. 세상을 사랑하셔서 독생자를 내어주신 그분처럼 선교지에 대한 깊은 사랑 없이는 그 어떤 선교도 하나님의 선교로 불려지기에 합당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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