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라 향한 문화 만들라'

'하나님 나라 향한 문화 만들라'

[ 칼빈탄생5백주년 특집 ] (18)칼빈의 문화관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09년 05월 21일(목) 09:31

'문화(文化)'를 일반상식에 근거하여 쉽게 설명하면, 문화는 인간이 자신의 목적에 따라 자연을 변형시킨 것이다. 강(江)이 자연에 속한다면, 운하(運河)는 문화에 속하며, 돌이 자연에 속한다면, 화살촉은 문화에 속한다.

라틴어에서 '문화'(cultura, cultus)는 경작과 양육, 마음의 배양과 교육, 그리고 신에 대한 예배행위라는 뜻을 지니고, 영어에서 '문화'(culture)는 라틴어 '콜로'(colo)에서 파생되었으며, '콜로'의 동사형은 '콜레레'(colere)로서 '경작하다, 배양하다'(cultivate)로 번역되지만, 영어에서 '문화'는 심지어 수백 가지 다르게 정의될 수도 있는데, 문화인류학자 타일러(E. B. Tylor)는 문화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인간에 의해서 획득된 지식, 신앙, 예술, 도덕, 법률, 관습 및 다른 모든 능력들이나 습관들을 포함하는 복합총체(complex whole)"라고 정의했다.

'문화'에 대한 정의의 어려움과 그 의미의 다양성을 전제한 이수영목사(새문안교회)는 깔뱅의 문화이해와 기독교 문화이해에서 문화를 "인류(혹은 어떤 특정한 사회나 공동체)가 그 이성, 감성, 의지 등의 능력을 통해 이룩한 윤리적, 종교적, 사회적, 기술적, 학문적 진전과 그 결과 및 특성을 총체적으로 일컫는 말"로 간단하면서도 핵심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문화에 대한 다양한 정의들을 참고하면서, 칼뱅의 문화 개념을 네 가지 관점, 즉 구속사적 관점, 성령론적 관점, 신학적 인간론의 관점, 종말론적 관점에서 살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깔뱅은 '창조→ 타락→ 구속'이라는 구속사적 관점에서 문화를 이해하고 있다. 깔뱅에 의하면, 하나님은 모든 피조물을 무로부터 선하게 창조하신 창조주 하나님이신 동시에 만물을 자신의 뜻대로 다스리시는 섭리주 하나님이시다.('기독교 강요'(1559), I xiv 20) 그러나 인간은 사단에게 속아 창조주 하나님을 배반하여, 자신만이 타락한 것이 아니라, 이 세상도 인간과 함께 타락하게 되었다고 깔뱅은 말한다. 그러나 비록 하나님께서 죄지은 인간에게 형벌을 내리셨지만, 하나님은 여전히 인간에게 은혜를 베푸셔서, 땅에서 수고와 노동을 통한 문화적 삶을 허락하셨을 뿐만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속죄 희생을 통한 구원의 길도 열어 주셨다는 사실을 깔뱅은 창세기 4장 23절의 주석을 통해서 밝힌다. "하나님께서 땅에서 거주할 집을 아담에게 제공하시고, 땅의 문화로(culture of the ground-비록 그것이 노동을 통한 문화일지라도)부터 오는 삶의 방식을 아담에게 지정하심으로써, 은혜롭게도 에덴동산으로부터 아담의 추방을 완화시키신다 … 또한 생명나무와는 완전히 단절되었으나 새로운 치료책이 희생 제물들 속에서 아담에게 제공되었다."(창3:23절에 대한 깔뱅의 주석)

둘째, 깔뱅은 문화를 성령론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다. 신자와 불신자를 막론하고, 모든 인간들에게 하나님께서는 성령을 통하여 일반 은총 또는 자연은총을 허락하셔서, 인류는 정치, 경제, 예술, 문화, 기술 등을 포함하는 문화를 발전시킬 수가 있었다.

깔뱅은 유일한 중보자시며, 성육신 하신 구속주 예수 그리스도 없이는 인간의 구원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실하게 주장하면서도, 타락한 인간에 의하여 이루어진 지상의 일과 인간 사회의 형태에 대해 오성의 능력의 노력은 아무 결과도 없을 정도로 항상 무가치한 것이 아닌 것으로 이해한다. 인간의 "오성은 하늘의 일들을 탐구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 여기서 말하는 '지상의 일'이란 정치와 경제와 모든 기계공작기술과 문예 등에 속하는 지식을 포함한다. 반면, '하늘의 일'이란 하나님과 하나님의 뜻과 우리의 생활을 하나님의 뜻에 합하게 하는 원칙에 속하는 지식이다. 그러므로 "학술과 기예에 관한 지성도 신자들과 불신자들 모두에게 똑같이 부여되므로 선천적인 능력으로 인정하는 것이 옳다"고 깔뱅은 주장한다.

깔뱅은 인간이 학술과 예능에서 발휘하는 능력들을 성령께서 주셨으며, 이것들을 하나님의 은사(선물)로 이해한다.('기독교 강요'(1559), II ii 15-16) 깔뱅이 문화를 성령론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다는 말은 깔뱅이 문화를 '자연 은총'(natural grace) 또는 '일반 은총'(common grace) 또는 '보존 은총'의 차원에서 이해하고 있다는 말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셋째, 깔뱅은 문화를 신학적 인간론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다. 이 관점은 앞의 두 가지 관점들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선하게 창조되어, 탁월한 문화 창조가 가능했다. 그러나 타락으로 하나님의 형상이 심히 훼손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하나님의 일반 은총을 통하여 여전히 문화 활동이 가능하다. 그러나 인간이 창조한 문화는 죄의 오염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하나님의 형상이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으로 중생한(회복된) 인간에게 신앙으로 문화 활동을 통해서 하나님의 나라의 구현을 가능케 하는 길이 열렸다.

넷째, 깔뱅은 문화를 하나님의 나라의 관점에서 이해했다. 깔뱅에 의하면, 문화를 일으키는 인간의 능력은 하나님의 은혜의 선물이며, 그 능력은 하나님의 영광과 인간의 행복을 위하여 주어졌으며, 그 능력은 하나님의 뜻에 일치하게 사용되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문화는 인간을 번영시키기는커녕 도리어 인간을 황폐화시킬 것이다.(이수영,'개혁신학과 경건', 756) 깔뱅은 신학 작업에서 학문적 영역밖에 있는 보통 사람들을 위하여 프랑스어를 사용함으로써, 프랑스어 발전에 문학적으로 큰 기여를 하였다. 음악을 하나님의 은사로 이해한 깔뱅은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신기하고도 거의 믿을 수 없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이해했다.

비록 깔뱅의 정치사상과 경제사상에 대한 해석을 둘러싼 논쟁이 있지만, 깔뱅의 정치사상과 경제사상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깔뱅의 정치사상에서 견제와 균형의 민주적, 신중심적 원리가 돋보이는가하면, 경제 사상에서 하나님의 청지기 사상에 근거한 사회복지와 근면과 절약 정신이 돋보인다.

무엇보다도 깔뱅은 학문을 중요시하였다. 깔뱅은 단순히 성경을 연구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연구하기 위해서도 학문은 중요하다고 생각하였다. 인문과학 분야의 연구는 그리스도인이 무관심해도 되는 분야가 아니라,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독교적 순종의 행위였다. 제네바에서 깔뱅이 성취한 것 가운데 가장 의미 있는 것들 중에 하나는 1559년에 이룩된 아카데미의 설립이었다. 또한 점성술은 미신으로서 거부되어야 하지만, 천문학은 과학으로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깔뱅은 자연과학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었고, 그 가치를 인정하였다.

결론적으로 구속사적으로, 성령론적으로, 신학적 인간론적으로, 종말론적으로 이해된 깔뱅의 문화의 목적은 하나님의 영광과 사랑 및 이웃사랑에 기여하는데 있다. 성령으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중생한 그리스도인은 믿음을 통해서 하나님의 나라의 문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도 하나님의 영광과 이웃사랑을 해치는 문화는 배격하고, 유익한 문화로 변화시켜야한다.

오늘날 한국교회와 사회 속에서 문화에 대한 두 가지 극단의 사람을 만날 수가 있다. 현대 문명의 이기(利器)를 무조건적으로 거부하는 반과학적(反科學的)인 사람이 있는가하면, 과학을 지나치게 맹신(盲信)하고 우상화하거나 현대 문명의 이기(利器)에 노예가 된 사람도 발견된다. 성령으로 중생한 그리스도인과 교회는 세상 문화를 무조건적으로 거부해서도 안 되겠지만, 또한 무조건적으로 수용해서도 안 될 것이다. 항상 하나님의 말씀과 복음과 성령으로 하나님의 나라의 관점에서 모든 문화를 비판하고, 모든 문화를 하나님의 나라를 지향하는 문화로 적극적으로 변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최윤배
▲ 장로회신학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 네덜란드 Apeldoorn 기독교개혁신학 대학교(Dr.The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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