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의 10년 투쟁, 다큐로 탄생

위안부 할머니의 10년 투쟁, 다큐로 탄생

[ 교계 ] 송신도할머니의 한 맺힌 인생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정보미 기자 jbm@pckworld.com
2009년 02월 18일(수) 10:42

   
▲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영화 포스터.

앳되보이는 여성의 얼굴에는 표정이 없다. 정략혼이 싫어 신랑에게서 도망친 16세 소녀는 "전장에 가면 결혼하지 않고도 살 수 있다"는 꾀임에 넘어가 중국으로 향하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다다른 곳은 중국 무창의 '세계관'이라는 위안소. 칠흙과 같은 어둠속, 사방이 콘크리트로 막혀있는 좁은 방에서 그녀는 일본군에게 '위안'을 강요당했다.

군인들에게 맞아서 고막이 찢어지고 등에는 칼로 그어진 흉터가, 팔에는 '가네코(金子)'라는 문신이 새겨졌다. 뱃 속에서 사산된 아기는 뒷 산에 올라가 혼자 처리했다.

두 남자아이도 출산했지만 키울 수 없어 생면부지의 중국인 손에 맡겼다. 그녀의 꽃다운 청춘은 그렇게 7년간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짓밟혀졌다.

"그 일만 생각하면 통 잠이 안와. 분해 죽겠어."

일본에 생존하고 있는 위안부 중 유일하게 '커밍아웃'한 송신도 할머니(1922년 충남 출생), 그녀의 굴곡진 인생 여정을 다룬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일본에 이어 국내 대중들에게도 선보여진다.

영화는 시민단체들과 송 할머니가 일본 정부에 호통치며 10년간 벌여온 재판과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1992년 일본군이 위안부를 동원했음을 증명하는 정부 문서가 발견되고, 일본의 4개 시민단체들은 '위안부 110'이라는 신고전화를 개설한다.

미야기현에 살고 있던 송 할머니는 이때 익명의 제보를 통해 밝혀졌다. 이후 시민단체들은 '재일 위안부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을 만들고 할머니와 함께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청하는 멀고도 긴 투쟁에 나선다.

진실 밝혀지는 그날까지….

   
▲ 영화 주인공 송신도할머니(가운데)와 '재일 위안부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
비록 재판은 졌지만 송 할머니는 "나의 마음은 아직 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또 "제발 부탁이니 두번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지 말라"며 더이상 어떠한 이들도 희생당하지 않도록 전쟁을 멈춰줄 것을 부탁한다. 영화는 2007년 8월 일본 전역 80곳에서 먼저 상영됐다.

그녀의 호소에 일본관객들은 "전쟁을 해서는 안된다", "내가 총리가 되서 모든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사죄하고 싶다"고 소감을 남겼다. 일본 시민 6백70여 명의 자발적 후원으로 만들어진 영화, 한국판 내레이션은 영화배우 문소리씨가 맡았다.

안해룡감독은 "여성ㆍ민족ㆍ계급 차별이라는 역사적 편견과 집요하게 싸워온 여성들의 이야기"라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세계에 알리는 경종이자 함께 싸워나가자는 독려의 메시지"라고 이 영화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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