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기만 하던 삶, 이제는 베풀며 삽니다"

"받기만 하던 삶, 이제는 베풀며 삽니다"

[ 인터뷰 ] 노숙의 과거 떨치고 가정 폭력 피해 여성 등에 도움

정보미 기자 jbm@pckworld.com
2008년 12월 16일(화) 17:54

흑암같은 환경속에서 빛을 찾은 이들이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IMF 때부터 8년간 노숙을 했다는 정재수씨(45세)도 그중 한명. 정씨는 노숙인 쉼터 들무새공동체 대표 김홍기목사를 만난 후로 인생이 1백80도 바뀐 케이스다.

   
▲ 들무새공동체 정재수씨.
"알코올 중독에 폐결핵까지 앓았어요. 8년을 술로 보냈습니다. 용돈주는 재미에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는데 들무새공동체에 온 뒤로 하나님의 은혜를 깨달았죠."

술을 끊은지 딱 한달, 규칙적인 생활에 정씨의 몸이 점점 회복되기 시작했다. 또 노숙인들을 친형제처럼 돌보고 섬기는 김 목사를 통해 예수님이 사랑이 무엇인지 알아갔다. 망치에 얻어맞은 듯, 정씨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이제까지의 삶을 청산할 때가 왔다는 것을.

"지금은 임대아파트도 얻었어요. 전에 중국요리집에서 일하던 실력으로 일자리도 얻었는데 과거 8년간 몸을 방치했던 후유증이 요새 찾아오나봐요. 몸이 안좋아져서 잠시 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전혀 쉬고 있지 않았다. 들무새공동체의 모든 수발을 도맡고 있기 때문. 누구의 강요도 아니었다. 마음속에서 부터 우러나오는 뜨거운 무언가가 정씨를 움직이게 하고 있었다.

정씨는 현재 들무새공동체의 하루 세끼 식사준비를 도맡아 하고 있다. 구청 등의 공동체 행정업무도 모두 담당한다. 또 우유 빵 런닝 팬티 양말 등을 모아 김 목사와 함께 서울역 노숙인들을 찾는다.

과거 자신이 노숙인이었을 때를 회상하며 방황하는 그들에게 상담자가 되어준다. 스물네 명 들무새공동체 식구들은 이러한 정씨를 보고 도전을 받는다. 오는 성탄절에는 '상패라도 드려야 하지 않겠냐'며 입을 모아 칭찬한다. 김 목사는 정씨를 '작은 예수'라고 칭했다.

경기 안양 희망사랑방(안승영목사)을 통해 새 삶을 찾은 정연규씨도 봉사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한다. 4년전, 쉼터에 입소해 안승영목사를 만난 뒤 따뜻한 보금자리를 얻게 된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안 목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보답하고 싶었다.

   
▲ 희망사랑방 정연규씨.
때문에 희망사랑방에서 운영하는 나사로무료급식과 푸드뱅크 사역 전면에 나서 헌신하고 있다. 노숙인 및 독거노인에게 급식을 나눠주고 먹거리 운반 등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안 목사는 "대기업에서 경제적 여건으로 실직하게 된 뒤 어쩔수 없이 노숙의 길로 접어들었던 분"이라고 안타까워하며 "평생 함께 섬기고 섬김받아야 할 소중한 일원"이라고 정씨를 소개했다.

한편 가정 폭력 피해를 입어 여교역자전국연합회 쉼터에 입소하게 된 한 여성은 가출 청소년들의 스승이 되었다. 지난 2002년 10월,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집에서 뛰쳐나와 쉼터로 오게 된 장승원씨(서울 강북구 미아동).

당시 몸과 마음이 지쳐 낙심하고 있던 그녀를 한온교목사와 쉼터 식구들은 어머니 자궁처럼 따뜻하게 품어주었다. 쉼터 식구들의 온정으로 기력을 점점 회복하던 장씨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다가 같은 건물안에 있던 가출 청소년 그룹홈 '또하나의집' 학생들의 학습지도를 시작했다.

"전직 학원강사였어요. 맨몸으로 도망쳐 나왔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감에 빠져 있었죠. 그런데 쉼터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거예요."

장씨의 눈에 그룹홈은 먹거리도 풍족하고 생활하기에도 불편함이 없어보였으나 한창 공부할 시기인 중고등학생들이 지도해줄 사람 없이 방치돼 있다는 게 안타까웠다.

베테랑 학원강사였던 만큼 장씨가 아이들을 한명 한명 붙잡고 열의를 다해 가르치자 효과가 바로 나타났다. 진로에 대해 막연했던 아이들이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교에도 두 명이나 진학했다.

"그즈음 그룹홈에서도 지원을 받게돼 아이들을 학원에 보낼 수 있게 됐죠. 저는 기초만 잡아줬을 뿐이에요." 절망의 그늘로부터 벗어나 희망을 되찾게 해준 학생들이 오히려 고맙다고 했다.

"지금은 두 아들과 함께 새 집도 얻고 일자리도 찾아 열심히 살고 있어요. 쉼터는 나에게 살아갈 용기를 찾아줬죠."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