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덕분에 웃음 되찾았어요"

"한국교회 덕분에 웃음 되찾았어요"

[ 피플 ] 논현동 고시원 참사 유가족 방일성군 한국교회 도움으로 화상치료

정보미 기자 jbm@pckworld.com
2008년 12월 16일(화) 17:07

   
▲ 논현동 고시원 참사로 숨진 고 이월자씨의 아들 방일성군(18세)이 15일 치료차 입원했던 한강성심병원을 방문했다. 상태가 호전된 것을 보고 활짝 웃고 있는 누나 혜란씨와 일성군, 레지던트 강상구씨, 한국교회봉사단 사무처장 김종생목사. /사진 정보미기자
15일 서울 영등포구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 논현동 고시원 참사로 숨진 고 이월자씨의 아들 방일성군(18세)이 병원을 방문했다. 길고 긴 한달간의 치료를 끝내고 엊그제 막 퇴원한 참이었다. 이젠 통원치료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

퇴원해 통원 치료를 받게 된 소감을 묻는 질문에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어머니 이씨가 떠난 뒤 한동안 찾아볼 수 없었던 미소였다.

"워낙 내성적이라 말도 없었는데…. 이젠 말도 많아지고 웃음도 다시 찾았어요." 방군이 머뭇거리자 옆에 있던 누나 혜란씨(28세)가 대신 답했다.

"겁내지 말고 물로 잘 씻으세요. 한달 후에 오시면 됩니다." 발 상태를 살피던 레지던트 강상구씨의 말에 긴장이 풀어졌는지 방 군이 활짝 웃어보였다.

중국동포인 방 군은 두 살때 가마솥에 발이 빠지는 사고로 왼쪽 다리에 화상을 입었다. 발목 사이가 붙어 발바닥이 땅에 닿지 못한 채로 십 수년을 불편하게 살았다. 방 군의 어머니 이월자씨는 생전 당시 아들의 화상치료를 위해 그간 옷 한벌 제대로 사입지 않고 매달 월급을 꼬박꼬박 모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교회봉사단(대표회장:김삼환 단장:오정현)과 한강성심병원 화상재단은 이러한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고인의 뜻을 이어 방군의 다리화상 치료를 지원키로 한 바 있다.

방 군은 11월 10일 입원해 12일 첫 수술을 받았다. 오른쪽 허벅지 살을 어릴적 화상입었던 왼쪽 발에 이식하는 대수술이었다. 붕대를 푼 곳에는 아직 선명한 수술자국이 남아있었지만 남들과 같은 평범한 발의 모습이었다.

방 군이 입원해 있는 동안 그를 향한 사랑의 손길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명성교회(김삼환목사 시무) 병원선교팀이 매주 두 세차례 과일 떡 등의 간식을 챙겨왔고 누나와 매형이 그를 지극정성으로 돌봤다. 또 병실에서도 같이 입원해 있던 환우들에게 막내라는 이유로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심지어 간호사들은 발도 씻겨주고 머리도 감겨줬다.

방 군의 지원을 도운 한강성심병원 김시내 사회복지사는 "사람 만나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기며 어두웠던 그가 기운을 차린 것 같아 다행"이라면서 "회복만 잘하면 발 기능이 개선돼 생활에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교회봉사단 사무처장 김종생목사도 "어머니 사고소식에 우울증 등 심리적 질환으로 이어질까 걱정했는데 오늘 보니 얼굴에 표정이 생겼다"면서 안심했다.

방 군은 당분간 경기 금정동에 있는 혜란씨의 집에 묵을 예정이다. 그녀는 "체류 연장이 가능하다면 같이 지내고 싶다. 돌아가봤자 있을 곳도 없다"고 마음 아파했다. 잠자코 있던 방 군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한국에 더 있고 싶어요. 택시 운전하면서 누나랑 매형이랑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다시 찾은 그의 미소에서 희망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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