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이슬람화 8단계 전략'은 국산 이론?

'CIA, 이슬람화 8단계 전략'은 국산 이론?

[ 선교 ] 이슬람포비아 진단 세미나, 통계 자료 위험성 등 과장
체계적 연구 필요성 대두, 역선교의 기회론도 제기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08년 12월 11일(목) 16:58
   
▲ 이슬람포비아의 실체를 밝힌다는 주제로 지난 10일 열린 세미나에서 장신대 선교학 한국일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이슬람포비아를 조장하는 근거들이 대부분 과장되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장창일차장

우후죽순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슬람포비아(Islamphobia, 이슬람공포증)를 생산해 낸 각종 통계수치들이 상당부분 과장되었거나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주장은 청어람아카데미와 바른교회아카데미 공동 주최로 지난 10일 명동 청어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나왔으며, 그동안 이슬람포비아를 견인해 온 'CIA 발표자료'  '국내 무슬림 숫자' 등 거의 모든 종류의 통계수치가 사실과 다르거나 부풀려진 것이라는 것.
 
이번 발표에 따라 국내 이슬람 포교현황에 대한 객관적이면서도 면밀한 조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이슬람에 대한 보다 공개적인 포럼의 기회가 확대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본보는 지난 10일 세미나를 비롯해서 최근 열린 이슬람 관련 세미나들의 논의 내용들을 중심으로 문제점과 대책 등을 모색해 본다.

△과장된 부분은 무엇인가.
이날 발표를 한 중동지역 전문 저널리스트 김동문 씨는 국내에 있는 무슬림의 수를 정확히 파악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그동안 이슬람포비아의 큰 축이었던 국내 무슬림의 수는 십만명을 상회했으며, 그중 1만5천명이 선교사, 2천 명이 다와선교사(교리교육 전담 선교사)인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에 대해 김동문 씨는 입국신고서나 외국인등록증, 학적부 등에 종교를 명기하는 란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면서, 결과적으로 국내 체류 외국인의 종교 통계를 과학적으로 수집할 근거자료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특히 무슬림이 다수 거주하는 국가 출신이라고 해서 무슬림이라고 단정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전체 무슬림의 숫자도 정확한 근거없이 만들어진 허수인데 그 중에 선교사(혹은 선교를 목적으로 입국한 자)들이 몇명인지를 밝혀 내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물었다.
 
CIA의 이슬람화 8단계 전략은 피터 하몬드(Peter Hammond)가 자신의 책 'Slavery, Terrorism & Islam-The Historical Roots and Contemporary Threat'에서 주장한 자료에 누군가가 CIA가 실제로 발간한 바 있는 The World Fact Book(CIA는 홈페이지를 통해 책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정치ㆍ경제ㆍ종교현실을 통계자료로 정리한 보고서)에 나온 국가별 종교인구비율 통계를 접목해 가공해 낸 출처불명의 자료라는 게 김동문 씨의 지적. 다시 말해 CIA가 발표했다는 이슬람 8단계 전략은 '한국발 과장 정보'라는 결론이다.
 
국내 대학에 이슬람 국가-특히 사우디아라비아나 파키스탄 등-들이 의도적으로 많은 수의 유학생을 파견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견이 제기됐다. 오히려 한국의 대학들이 먼저 유치를 원했다는 것이 문제제기의 골자. 2007년 5월말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 팔레스호텔에서 중동에서는 최초로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 성균관대 등 11개 대학이 참가한 가운데 한국유학 박람회가 개최됐고, 이후 유학생의 수가 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세대 신학과 김상근교수는 "오히려 더 많은 유학생들이 한국에서 유학할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면서, "이슬람권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유학생들이 전혀 동화되지 못하는 데 오히려 이들에게 기독학생들이 따뜻한 관심을 준다면 선교의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며, 역선교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슬람포비아, 신앙의 본질 회복으로 극복해야
이슬람과 원치않는 갈등만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이슬람포비아만큼이나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 10일 세미나에 참석했던 한 대학원생은 "한국교회가 가지고 있는 이슬람에 대한 공포가 심각한 수준인 것 같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중국이나 인도에서 들어오는 불교도나 힌두교도들을 막자는 논의는 한적도 없고 해당 국가 출신들을 모두 불교도, 혹은 힌두교도로 단정하지도 않았는데 유독 이슬람 문제에 있어서는 공포감과 일반화의 오류가 범람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특히 근거없는 공포심이 기독교 신앙의 무기력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김상근교수는 "그리스도교의 복음은 아무나 건드려서 넘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전제하고, "만약 무슬림들이 단시간 내에 한국을 이슬람화해 낸다면 그것은 우리의 신앙에 문제가 있거나 신앙인 각자가 그리스도인답게 살아내지 못했다는 증거일 것"이라고 말하며, 신앙의 본질 회복을 촉구했다.
 
또한 다종교 사회인 우리나라의 여건상 타종교에 대한 근거없는 비방이나 자극은 영구적인 평화를 저해하는 결정적인 요인을 제공하게될 것이라는 우려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향후 대책은
10일 세미나에 참석했던 익명을 요구한 J모 중동권 선교사는 "그간 회자되던 데이터들이 과장됐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존재하지 않는 논의들은 아니라고 본다. 우리가 이슬람포비아를 겪으면서 반드시 제대로된 이슬람 포교 전략을 조사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 한차례 모임을 가진 바 있는 5개 장로교단 선교부 총무단 모임에서는 이슬람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본교단이 구성한 이슬람교 연구위원회도 이슬람에 대해 제대로 배우고 교인들에게 정확한 사실을 알리는 것이 활동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활동 목표를 정리한 바 있다.
 
한편 이슬람포비아의 열기를 잠재우고 보다 건설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에 이슬람 위기론을 제기했던 전문가들과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나선 측이 한자리에 모여 이슬람 포교전략을 두고 일종의 '끝장 토론'을 벌이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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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비아(phobia)의 사전적 의미는 공포증(恐怖症)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외국인혐오증(Xenophobia), 에이즈공포증(AIDSphobia) 등의 표현이 폭넓게 사용돼 왔다. 이슬람포비아는 최근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슬람에 대한 공포증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합성어다.
장창일 jangci@pck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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