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재일동포 3·4세 청년들의 '삶'과 '신앙'

[기획] 재일동포 3·4세 청년들의 '삶'과 '신앙'

[ 교계 ] 선교 2세기 주역들 "일본 품으며 차세대 리더 준비 박차"

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8년 10월 21일(화) 00:00

   
 
재일대한기독교회 청년회전국협의회 소속 청년들. 좌로부터 김성태, 윤선박, 유호미, 김경호, 강혜정, 김영민씨.
 
【일본 오사카=정보미】 재일대한기독교회가 선교 1백주년을 맞았다. 선교 1세기 동안에는 재일동포 1세들이 낯선 땅 일본에 복음의 터전을 일궜다. 각종 탄압과 차별, 인권침해 속에서도 일본 땅에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아끼지 않았다.

당장 내년부터 선교 2세기의 시작이다. 재일대한기독교회의 2백주년을 바라보며 일본 선교 2세기의 주역인 재일동포 3ㆍ4세 청년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지난 12일 오사카교회에서 재일대한기독교회 청년회전국협의회 소속 청년들과 이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청년들은 때마침 13일 열릴 1백주년기념식 행사 찬양 연습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고 있었다. 그들을 통해 일본 선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 보았다.

기자: 일본에서 재일동포 3ㆍ4세로 살아가는데 힘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김경호(23세ㆍ요코스카교회): 힘들다기 보다는 동포들이 하나로 묶여지지 않는 점이 있다. 현재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배경이 모두 다르다. 일제치하 때부터 일본에 거주해 온 전형적인 재일동포도 있지만 '뉴커머'(newcomer, 일본 경제 고도성장기인 1980년대에 이민 유학 취업 등 일본으로 이주한 한국인들)의 자녀들도 같은 청년회 안에 소속돼 있다. 때문에 청년들이 갖고 있는 고민이 다양하다. 이전에는 민족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는 이념 하나로 일치 됐었는데, 이제는 민족운동 개념만으로는 각자 고민이 다양화되서 문제를 제기해도 청년들이 하나로 뭉쳐지지 않는다. 한사람 한사람의 고민을 1대 1로 얘기하면서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남들은(일본인) 우리를 전형적인 재일동포라고 생각하는데, '과연 내가 재일동포인가'하는 정체성의 문제도 있다.

기자: 모국을 방문해 본 적이 있나. 어떤 느낌이었나.

유호미(27세ㆍ나고야교회): 유학 등으로 5년간 살았다. 한국에서 살며 신앙이 더욱 깊어졌다. 새문안교회에 출석하면서 온누리교회 일본어예배도 드렸다. 한국은 전반적으로 사람들이 열정적인 것 같다. 특히 기독교의 모습이 그랬다. 공부, 운동 뿐만 아니라 교회 봉사에도 열심인 모습을 보고 재일동포나 일본인들도 배워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자: 재일동포로 태어난 것으로 인해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나.

유호미: 요즘 시대에는 재일동포라서 '이지메(괴롭힘)' 당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일본인들과) 서로 교류하며 배울점이 많다. 하지만 취업에 있어서는 어느정도 제약이 있는 것 같다. 현재 일본 공립 유치원 교사로 근무하는데 한국 이름을 쓸 수 없게 되어 있어서 '야나기 요시미'라는 일본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기자: 모국어를 할 수 있는가. 재일동포 3ㆍ4세에겐 모국어를 한국어라 할 수 있나.

김영민(26세ㆍ오사카교회ㆍ재일대한기독교회 청년회전국협의회 회장): 어릴적부터 할머니가 공부해 두라고 하셔서 조금 할줄 안다. 모국어는 당연히 한국어다. 하지만 먼저 배우고 사용했던 언어는 일본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일본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기자: 한석진목사, 조만식선생 등 일본 선교를 위해 앞서 걸어간 믿음의 선배들을 알고 있나.

김경호: 조만식선생은 '동양의 간디'로 불렸다고 들었다. 해방 직후에 평양에서 일본으로 건너 왔고 인민위원회 부회장을 역임하며 신탁통치를 반대했던 해방직후의 역사적인 인물로 알고 있다.

김성태(23세ㆍ후세교회ㆍ간사이학원대학원 신학과 유학중): 일본인이나 재일대한기독교회를 위해 헌신한 인물도 있다. 오다 나라지 목사님은 이름을 '하나님 밭에 영원히 복음을 전하겠다'는 의미로 이름도 '전영복'으로 개명하며 복음 전파에 매진했던 목회자다.

기자: 올해 재일대한기독교회 선교 1백주년을 맞았다. 앞으로 일본에서의 선교 과제, 선교하기 위해 큰 걸림돌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강혜정(28세ㆍ오사카교회): 일본은 한국과 문화가 많이 다르다. 이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일본에서 사이비 종교나 기타 타종교가 강한 이유도 있다.

윤선박(26세ㆍ오사카교회 전도사): 일본에 오는 한국인 선교사들이 한국교회의 성공 케이스를 일본교회에 그대로 적용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교인들과의 갈등이 생긴다. 일본에서는 교회 성장보다 개인들의 신앙의 깊이를 본다. 한국이 일본보다 늦게 복음이 전파됐는데도 불구하고 훨씬 큰 부흥을 이뤘지만 굳이 이것을 일본과 비교할 필요는 없다. 자꾸 이런 경향으로 치우치다 보니 일본교회들의 안좋은 부분만 보게 되는 것 같다. 개인이 얼마나 하나님과 교회와 관계를 잘 맺어나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것에 관해서는 한국교회 교인들과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김영민: 선교사들과 재일동포 출신 목회자들 간의 괴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선교 2세기를 바라봤을때 양측간이 다툼없이 한 마음 한 뜻으로 교류하면서 교회를 성장시켜 나갔으면 좋겠다. 어떻게 하면 일본 선교를 위해 노력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 나갔으면 한다. 또 청년들도 이에 대해 공부하며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재일대한기독교회의 역사 등 기독교에 대한 공부를 전문적으로 하기 위해 청년회전국협의회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단계다.

기자: 한국교회에서는 초ㆍ중ㆍ고등학교 시절에는 열심히 다니다가 청년기가 되어 교회를 떠나는 현상이 비일비재하다. 일본은 어떠한가.

김영민: 일본도 흡사하다. 청년들이 점점 교회를 떠나는 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며 각종 놀이문화를 접하기 때문이다. 반면 교회에 다니는 청년 중에는 친구 만나는 재미로 나오는 청년들도 있다.

유호미: 어린시절부터 부모를 따라 어쩔수 없이 교회에 나오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청년이 된 후 타지로 나가게 되면 교회를 떠나게 되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다.

기자: 이에 대한 대책은 없는가.

김영민: 일본에서는 교회가 소규모일수록 청년이 한 명 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청년회전국협의회의) 전국 수련회에 가서 큰 교회 청년들이 서로 즐겁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 질투 날 때가 있다고 한다. 우리는 교회에 나가면 언제든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지만 그들에겐 이런 교류의 장이 일년에 두 번 뿐인 것이다. 때문에 각 지방회에서 전국교회를 방문하는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청년회 소속 각 지방회 임원들이 소외된 청년들을 찾아다니며 바베큐파티, 야구게임 등으로 친목을 다지면서 함께 예배 드리고 있다.

기자: 일본도 대학 캠퍼스 내 선교단체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가. 한국에서는 CCC, IVF, 예수전도단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김영민: 일본에서는 '종교'라는 단어를 들었을때 먼저 의심하고 보는 경향이 짙다. 옴진리교 등 일본 사회 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사이비 종교가 많기 때문이다.

   
 
청년회전국협의회 소속 회원들이 지난 13일 열린 재일대한기독교회 1백주년 기념식에서 찬양을 부르고 있다.
 
김성태: 일본인 이이다목사를 중심으로 '제이하우스(J house)'라는 펑키클럽 선교 동아리가 와세다대학, 관서학원대학 등에서 활발히 진행중이다. 와세다대학 내에는 CCC나 YMCA같은 선교단체도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대학에서는 JMS 등 이단문제로 캠퍼스 내 종교활동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사이비 종교들이 선교비 명목으로 일본에서 자금을 만들어 가기 때문이다. JMS로 인해 여학생 두 명이 성폭행 당했던 일은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기자: 앞으로 선교 2세기를 끌어나갈 주역이다. 이에 대한 사명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유호미: 한국에 있을 때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일본은 전도하는게 정말 힘들다. 친구를 믿기도 힘든 시대에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믿게 하는 것은 더 힘들다. 안믿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위대하심과 한국에서 받은 감동을 그대로 전하고 싶다. 청년회전국협의회 임원으로서 성경공부 시간을 늘려나가는 등 청년들이 조금씩이라도 기독교에 관심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기자: 앞으로 일본선교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윤선박: 재일동포 1세가 고령화로 별세하고 있다.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 잘 모르기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알면 고민 안할 것이다.

기자: 마지막으로 한국교회나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유호미: 한국에 있을 때 느낀 것이지만 역사적 아픔으로 인해 일본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세대의 청년들이 한 일이 아니라 과거의 일이니 일본 청년들과도 가까운 사이로 생각하고 친해졌으면 좋겠다. 모국어처럼 일본어를 많이 사용하니 일본인이 남이 아니다.

강혜정: 한국에서 많은 선교팀이 오고 있는데 일본인이나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재일동포 청년들은 부끄러워 하는 경향이 많다. 때문에 한국 청년들이 왔을 때 '우리를 안반겨준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함께 교류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우리가 쑥스러움을 많이 타기 때문이다.

김영민: 섣불리 말했다가 괜히 미움당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부분도 있다. 조심스러워 하는 거다.

김경호: 한국기독교청년협의회(EYCK)와 교류를 하고 있다. 올해 2월엔 함께 금강산에 다녀왔다. 일본 기독교협의회에서도 7명이 참여했다. 서로 역사의식 차이 등 배운 점이 많다. 함께 생각을 공유하며 배우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깨달았다. 앞으로도 교류하면서 함께 배워나가고 싶다.

김영민: 일본 속담 중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말이 있듯이 서로 선입견 없이 만나자. 편견 없이 만남을 통해 한국교회 청년들과 좋은 만남을 이어나가고 싶다.

윤선박: (한국말로) 사랑해요.

재일대한기독교회 청년회전국협의회는 1963년 조직됐다. 13명의 임원과 함께 일본 전역 1백개 교회 청년들이 연합하며 차세대 선교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인터뷰에서는 '모국어'의 정의에 대한 논란이 잠시 일기도 했다. '태어난 나라의 언어인가, 자신이 가진 국적의 언어인가,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언어인가.' 재일동포 3ㆍ4세들은 한국인이지만 태어나자마자 일본어를 배웠다. '엄마'보다 '마마(ママ)'가 더 친숙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정체성의 혼란 보다는 한국인이라는 데에 자부심을 가지며 마이너리티(minority, 소수자집단)를 넘어 일본 사회에서 확고한 자리를 굳혀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들은 교회에 오는 성도 한명 한명이 '보석'이라고 말했다. 보석을 진정으로 품을 수 있는 '마인드', 일본 선교 2세기의 주역들에게 다져지고 있는 '마음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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