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기름 한 방울까지 닦겠습니다"

"남은 기름 한 방울까지 닦겠습니다"

[ 교계 ] 주민 위로와 소망의 날 잔치 한켠 방제작업 복구활동 진행

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8년 06월 03일(화) 00:00

【태안=정보미기자】 5월 31일 오전 7시. 의항해수욕장에는 검은바다 대신 하얀색 물결이 넘실거렸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 물결은 방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빛이었다. 남은 기름 한 방울까지 모두 닦겠다는 일념으로 1천명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태안으로 쉴 새 없이 몰려들었다.

   
 
이날 오전 7시부터 의항해수욕장에서 방제작업을 진행한 대학생들이 "태안 주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정보미기자
 
희망과 의지에 찬 그들의 눈빛은 태안을 예전처럼 생태계의 보고(寶庫)로, 주민들의 귀중한 삶의 터전으로 삽시간에 바꾸어 놓을 듯 했다. 잿빛이던 모래도 덩달아 기름을 씻고 은빛으로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래도 기름이 많이 걷혀 있어서 다행이에요. 이렇게 깨끗해지기 까지 자원봉사자 분들의 수고가 얼마나 많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돌을 주어 자루에 담고 있던 신지혜씨(서울여대 식품영양학과 3)가 깨끗해진 바다를 보고 놀랐다며, "작은 도움들이 모이면 정말 큰 일을 이룰 수 있다는 진리를 이곳에 와서 다시 한번 깨우쳤다"고 말했다.

한국교회봉사단 주최로 만리포해수욕장에서 열린 '주민 위로와 소망의 날' 잔치 한 켠에서는 '다시 서는 서해안'을 만들기 위해 방제작업이 진행됐다. 1천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의항과 모항해수욕장으로 집결했다.

   
 
태안 개목항과 모항 일대에서 진행된 방제작업 활동. /사진 정보미기자
 
전국 방방곡곡에서 대학생들과 개 교회 성도들이 몰려 들었다. 이날 방제작업의 풍경은 지난 겨울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자원봉사자들은 바위에 묻은 기름 때를 닦는 것이 아니라 해변가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돌을 줍고 있었다. 자루에 돌이 가득담기면 굴착기가 파놓은 모래 구덩이 속에 쏟아넣는다.

"돌의 무게로 모래를 누르면 땅 속 깊게 베어있는 기름이 위로 떠오른데요. 그렇게 올라온 기름은 바닷물에 밀려 들어올때 모래사장 위로 길게 이어놓은 흡착포에 흡수되는거죠." 언뜻 보기에는 소꿉장난을 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돌 하나라도 더 주워 바다를 살리려는 봉사자들의 의지는 이마에 땀방울을 송글송글 맺게 했다.

이날의 방제작업을 위해 멀리 전북에서 왔다는 김호문집사(정읍중앙교회)는 "생각보다 많이 깨끗해져서 안심이지만 어짜피 우리가 놀러올 곳이니 마지막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을 전했다.

박찬영씨(한서대 미용학과 3)는 "오늘 작업에 많은 사람이 참여한 것을 보니 봉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뿌듯하다"면서 "우리의 노력이 태안 주민들의 용기를 북돋는 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봉사자들의 소박한 바람과 함께 해수욕장에는 노을이 짙게 깔리며 태안에 곧 뜨게 될 내일의 희망찬 태양을 예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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