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투자, '사회책임투자'가 떠오른다

교회 투자, '사회책임투자'가 떠오른다

[ 교계 ] 술 담배 포르노그래피 등 네거티브 기업에 투자 안해

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8년 05월 27일(화) 00:00

술과 포르노그래피 등의 쾌락 사업으로 이익을 내는 A회사가 있다. 객관적으로 보기에도 도덕적 문제가 의심되는 이 회사는 알고보니 직원들에게도 저임금으로 평균 시간 이상의 과도한 업무를 시키고 있었다. 게다가 최근 비오는 날 인근 강가에 폐수를 몰래 갖다버린 혐의로 환경부로부터 경고조치도 받은 상태다. 회사의 비윤리적인 태도에 화가난 직원들은 노조를 결성해 파업 상태에 돌입했다. 회사 담벼락 너머로는 북소리와 함께 직원들의 성난 음성이 연일 밀려올 뿐이다.

한편, 건너편 B회사는 종이 펄프 제조가 주력사업이다. 공책, A4용지, 휴지 등을 생산하는데 이 과정에서 배출되는 폐수를 정화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하수처리시설을 정비했다. 환경오염을 염려한 이 회사는 전문연구원을 따로 두어 질산을 이용한 무공해 펄프 제조 기법을 개발해 냈고, 유일하게 정부로부터 특허도 받았다. 여성과 장애인을 중점적으로 채용하고 있으며, 매년 수익의 5%를 아동복지기관 등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자, 현재 자신에게 투자할 수 있는 여유자금이 1억원 있다고 치자. A와 B기업 중 과연 어느 곳에 투자하겠는가?

요즘 재테크 시장에서는 '사회책임투자펀드'가 떠오르고 있다. 일명 'SRI(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 Fund)'라 불리는 이 펀드는 '돈에도 윤리가 있다'는 전제 하에 기독교 윤리를 기초로 투자처를 선별하는 것. 술, 담배, 포르노그래피, 전쟁무기, 도박 등 반사회적ㆍ인류적 기업은 '네거티브 스크린(Negative Screen)'이란 호칭을 붙여 투자를 금지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사회 환경적으로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는 '착한' 기업은 '포지티브 스크린(Positive Screen)'으로 규명하고 적극적으로 투자해 경제적 이윤을 남긴다.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기업일수록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SRI 펀드의 가설인데, 실제로 전 세계 지속가능경영 수준 상위 10%만을 대상으로 선별한 다우존스 지속가증성 지수(DJSI)에서 글로벌 펀드 투자기준(MSCI) 지수보다 연평균 7%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에서는 1995년 이후 연평균 13.6%씩 성장하고 있으며 2005년 말에는 2조3천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2006년부터 2007년까지 사회책임투자 평가기관 '서스틴베스트'가 A등급을 매긴 국내 우수기업 78개의 투자수익률이 코스피(한국종합주가지수, KOSPI)를 25.48%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의 SRI 펀드는 지난 1971년 미국 감리교 목회자 두 명이 반인류적 기업에 투자를 금지하기 위해 설립한 '팍스 월드 펀드(Pax World Funds)'. 이미 미국에서는 이보다 훨씬 앞선 1920년대부터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상품을 파는 기업의 주식을 '죄악주식(sin stock)'으로 칭하며 투자대상에서 제외하는 캠페인을 벌여왔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인종차별정책에 반대하는 펀드가 생기면서 급부상하기 시작한 SRI 펀드는 기독교를 중심으로 북미 유럽 등 금융선진국에서 보편화 되어 있다. 1999년 '에코펀드'를 도입하며 사회책임투자펀드를 시작한 일본도 11개 SRI 펀드에 약 12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편이지만 지난 2007년 6월 기준으로 12개 사회책임투자펀드에 약 3천억원 규모가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투자 열기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책임투자펀드를 향한 국내 증권회사의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삼성증권의 경우 '한국 선한 청지기 SRI 주식투자신탁 1호'란 이름으로 펀드 상품을 마련해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이 펀드는 사회책임투자펀드가 명시한 '네거티브 스크린'에 해당되는 기업엔 투자를 철저히 금하고, 환경친화적이며 장애인과 여성을 중점적으로 채용하는 기업에 가산점을 주어 투자하고 있다. 또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기업의 사회책임 활동을 유도한다.

국내 대표적 사회책임투자 기관 오이코크레디트 한국위원회(회장:김영태)는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지키고 저개발국에 있는 가난한 사람들이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기업에 우리 기독교인들이 적극 투자해야 할 것"이라면서 "지난 80년간 세계교회가 벌여온 사회책임투자 운동에 이제는 한국 교회가 동참하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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