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치 더 드쎄요~" 외국인노동자 '밥퍼' 눈길

"킴치 더 드쎄요~" 외국인노동자 '밥퍼' 눈길

[ 교계 ] 외국인노동자의집·중국동포의집 '밥 나눔' 사역 5개월

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8년 05월 14일(수) 00:00

   
 
태안 봉사현장에 함께 한 외국인노동자들의 모습. /사진제공 외국인노동자의집
 
작년 12월 15일, 밥차와 함께 외국인노동자와 중국동포 10여명이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개목항 끝자락에 진을 쳤다. 서울에서 이들이 내려온 이유는 단 한가지, 태안 기름유출 사고 후 시름에 젖어 있을 주민들과 기름을 닦아 내느라 연신 땀을 흘리는 한국 교회 성도들을 먹여살리기 위해서였다.

"외국인노동자들이 '봉사하면서 비로소 처음으로 사람 대접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한국에서 눈치보고 욕먹고 차별당하던 그들이 이 사회에 봉사의 손길을 내밀자 존중받게 된거죠. 고맙다며 자신들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사람들을 보고 '살맛'을 느꼈다고 하더군요."

외국인노동자의집ㆍ중국동포의집 대표 김해성목사는 태안 사태 직후 외국인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태안에 밥상공동체를 꾸렸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봉사자들은 한국에 온지 7년 정도 된 외국인노동자들인데 이곳에 와서 돈도 벌고 꿈도 이뤄가고 있기 때문에 고마운 마음에 스스로 선택해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게 전개된 봉사활동은 외국인노동자들의 인생관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남은 인생도 이렇게 봉사활동을 하면서 살겠다고 결심한 이에서 부터 최근 미얀마 사이클론 피해를 보고 현지에 봉사하러 갈 수 없겠느냐며 제안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외국인노동자들의 '밥 나눔' 사역은 이제 5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이들의 무료 자원봉사는 지역민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한국인도 쉽지 않은데,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위해 장기적으로 봉사하는 것을 보고 어떤 주민은 대통령에게 상주라고 편지를 띄우기도 했대요. 아들삼은 분도 계시고요."

맛도 일품이란다. 김치찌개, 미역국 등이 주 메뉴인데 현지 주민이 요리 비법을 묻자 봉사자 중 한 방글라데시 인이 "손맛이지요"라고 대답해 웃음꽃이 만발하기도 했단다.

이처럼 많은 미담사례를 배출하고 있지만 봉사활동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자원봉사자들이 먹었던 쌀과 김치는 외국인노동자들이 겨우내 지내려고 비축해 두었던 음식들이었다. 때문에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외국인근로자센터에는 현재 물자들이 고갈되어 가는 형편이다. 또한 봉사자들이 현지에 기거하는 비용만도 1천여만 원이 넘었다. 요리에 사용된 가스비도 만만치 않게 들었다.

김 목사는 "태안에는 대부분의 자원봉사자들이 철수한 상태지만 외국인노동자들은 지역주민들이 필요없다고 할 때까지 봉사활동을 이어가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도움을 받아야 할 대상들이 거꾸로 우리를 대접하고 있다는 사실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면서 "그들은 과부가 두렙돈 내놓는 심정으로 봉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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