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일러스트 기부문화 창출 '하트비' 강복숭대표

[피플]일러스트 기부문화 창출 '하트비' 강복숭대표

[ 교계 ] "돈 말고 나눌 게 얼마나 많은데요" NGO에 일러스트 후원, 깜찍한 디자인 후원아동에 인기만발

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8년 04월 29일(화) 00:00

   
 
디자인멘토링그룹 '하트비' 대표 강복숭씨.
 
흔히 '기부'나 '후원'이라는 단어를 접하면 '무엇을 도왔나'보다 '얼마를 기탁했나'라는 물음을 떠올리기 일쑤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돈으로 남을 도와주는 것에 익숙한 편이다. 하지만 '일러스트 후원'이라는 신선한 기부문화를 창출하며 어린이들에게 아기자기한 그림을 선사하는 이가 있다.

디자인멘토링그룹 '하트비(Heartbee)' 대표 강복숭 씨(35세ㆍ온누리교회 출석). 지난 2005년부터 한국월드비전(회장:박종삼)의 국내아동 생일카드, 성탄카드, 소식지, 홍보물 등에 삽입되는 다양한 일러스트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월드비전을 통해 한 아동을 후원하고 있었어요. 어느 날 결연아동에게 보내라며 월드비전에서 생일카드를 보내왔는데 밋밋하기만 할 뿐 안예쁜거예요. 일부러 그렇게 만든 줄 알았어요. 후원을 독려하기 위한 컨셉인줄 알았죠."

광고대행사에서 5년간 근무한 경력덕분에 톡톡 튀는 아이디어는 그의 전문분야였다. 일러스트로 도움을 줄 수는 없는지 고민하다가 그간 만들었던 작품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월드비전 사무실의 문을 두드렸다. 전화로 문의할 때까지만 해도 반신반의하던 월드비전 직원들은 강 씨의 실력을 두눈으로 직접 확인하자 일러스트를 주문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러스트 봉사'라는 새로운 기부문화가 탄생한 것.

"'과연 아이들이 좋아할까'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예쁘게 만들고 싶었어요. 친구들에게 보여줬을 때 '나도 받고 싶다'는 부러움을 살만한 카드를 갖게 해주고 싶었죠." 조그만 컷으로 시작하던 봉사활동은 생일카드, 소식지, 로고 등으로 점점 범위가 확대됐다. '좀 더 예쁘게 만들 수는 없었을까'라는 의문이 다채롭고 아기자기한 일러스트 작품을 만들어 냈다. 초록 바탕에 두개의 카드를 엇갈리면 모빌 모양이 만들어지는 생일카드는 후원아동들에게 인기만점이었다.

현재 강 씨는 일러스트를 이용해 한국월드비전과 샘의료복지재단(대표:박세록)에서 매월 발행하는 소식지 제작을 돕고 있다. 또한 샘의료복지재단에는 '사랑의 왕진가방'이라는 새 로고를, 한국희귀ㆍ난치성질환연합회에는 '엔젤스푼(Angel Spoon)'이라는 새 이름과 홍보 책자의 내부 디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호기심에 시작한 봉사라지만 강 씨가 대표로 운영하고 있는 '하트비'는 삼성, 현대, SK, 대한항공 등 대기업에서 부터 국회, 우체국 같은 정부기관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한마디로 '잘 나가는 회사'다.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마시멜로이야기(한국경제신문사 펴냄)' 겉표지도 '하트비'가 내놓은 결과물이다.

그는 이제 일러스트에 이어 기부문화를 확산할 수 있는 다채로운 아이템도 제시하고 있다. 재작년과 작년에 연이어 발표된 월드비전의 기부상품 'USB 나눔'과 'MP3 나눔'도 강 씨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이 두 상품은 구입 금액 백퍼센트 그대로 기부금으로 환원되는 말 그대로 '나눔' 상품이다. 'USB 나눔'의 경우 3억4천92만 원의 수익금을 창출하며 국내 저소득가정 아동 40명에게 학자금을 지원한 월드비전의 효자상품이었다.

강 씨는 "우주선을 발사시킬 때 막대한 로켓 연료가 들어가듯이 아이디어를 제공할 때는 그 아이템이 실현되도록 디자이너와 후원기업까지 함께 제공한다"면서 달랑 아이디어만 던져주면 NGO 직원들이 막막할게 아니냐고 말한다. 혹자는 차려논 밥상에서 밥만 먹었다지만 강 씨는 아예 밥상을 차려주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외가쪽에서 보육시설을 크게 운영하셨거든요. 때문에 보육원에 가서 형 누나 동생들과 허물없이 어울려 놀았어요. 그들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보았기 때문에 이 사역에 더욱 애틋함이 생겨요. 적선하듯이 봉사하는 차원이 아니죠."

물론 다양한 아이디어가 생산되는 만큼 자금운용의 문제가 뒤따른다. 이를 위해 강 씨는 회사의 인지도를 높이려고 부단히 노력중이다. 얼마전에는 홈페이지도 개설했다. 고객인 기업들을 통해 NGO의 후원 협력을 수월히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인도의 일류기업인 타타그룹은 이익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해요. 많이 베풀어야 복을 받는다는 자신들의 신앙에 기본을 두고 기부하는 셈이죠. 저희 회사도 수입 중의 많은 부분을 돕는 기업이 되고 싶어요."

때문에 히트할 수 있는 제품을 많이 만들고 싶다고 했다. 회사가 성장해야 더 많이 기부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한국의 '타타그룹'이 되고 싶다는 그는 기업이 이웃을 돕지 않으면 머지않아 살아남기 힘든 사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고 싶어요. 사람들이 일러스트를 보며 '이 사람이 믿는 하나님은 어떤 분일까' 궁금해했으면 좋겠어요." 궁금증이 낳은 또 하나의 사랑이 어린이들의 마음속에 심겨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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