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화재참사 1주년, 이주노동자 인권 유린 심각

여수 화재참사 1주년, 이주노동자 인권 유린 심각

[ 교계 ] '작고 초라한' 여수 화재참사 1주기 희생자 추모식

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8년 02월 14일(목) 00:00

"한국에 인권이 있습니까?"

지난 11일 여수 출입국관리사무소 현관 앞에서는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1주기 희생자 추모식이 열렸다. 이주노동자 및 시민단체 회원 30명 남짓이 참석한 조촐한 행사였다. 서울 광화문 중앙정부청사 앞에서도 민주노동당, 이주노동자인권연대,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동조합 등을 포함한 45개 단체가 '야만적 강제추방 중단, 출입국관리법 개악저지, 이주노동조합 표적탄압 분쇄 비상대책위원회'라는 이름의 조직을 구성, 추모회와 더불어 반인권적 이주정책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주노동자와 시민단체 회원 등 30여 명이 참석한 지난 11일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추모식에서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사진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은 지난해 12월 5일부터 한달여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사무실 앞에서 농성집회를 열며 이주노조 간부 3명을 석방하고 이주노동자 강제추방을 중단할 것을 요청한 바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공식 노조단체이다.

비상대책위 측은 "이주노동자들이 수용소나 다름없는 여수 외국인보호소에 갇혀 억울하게 죽어간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들은 저임금에 장시간 노동, 임금체불, 단속 강제추방 등과 이유없는 차별로 짓밟히고 있다"고 개탄했다. 비상대책위는 "여수 화재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동시에 더이상의 차별과 죽음을 끊기 위한 투쟁을 오는 24일까지 진행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비상대책위는 오는 20일 '한국 정부의 이주민 정책 무엇이 문제고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24일에는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단속추방을 중단하는 결의대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여수 화재 참사 1년 후, 전국에 위치한 외국인 보호시설에는 여수 출입국관리사무소를 포함해 불연 및 내화재로 내부시설이 교체됐다. 천장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됐고 여수 화재사고 부상자 중에서 중국인 14명이 재입국해 후유장애를 치료받고 있다. 하지만 법무부 측의 이러한 대응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며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은 여전히 침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명절을 맞아 고향과 가족을 더욱 그리워할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지난 설에는 기독교 외국인근로자 선교단체들이 따뜻한 명절 맞이에 나섰다. 나섬공동체(대표:유해근)는 지난 6~7일 경기도 양평 나섬선교훈련원에서 1백여 명의 이주노동자들을 초청해 '2008 외국인근로자 신앙사경회'를 개최했다.

외국인노동자의집(대표:김해성)는 KB국민은행의 후원을 받아 1만여 명의 이주노동자를 초청,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CCC태권도단의 태권도 시범 및 평양민속예술단의 공연 등을 펼쳤다. 안산이주민센터(대표:박천응)도 지난 7일 '국경없는 마을 설 잔치' 행사를 개최하고 각 나라의 전통음식을 나누는 등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다채로운 행사를 가졌다.

안산이주민센터 사무국장 류성한목사는 "이주노동자 본인들의 명절은 아니지만 모처럼만에 휴가를 얻게 되는 그들을 초청해 매년 설과 추석마다 한국인과 차별없이 함께 어우러지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성한목사는 "이주노동자들은 오늘 현재 같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이웃들"이라며 "열악한 환경속에서 한국사회 경제를 위해 일하는 그들에게 한국교회가 따뜻한 이웃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해외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에 직접 들어온 외국인들에게 우리의 문화를 전하자는 '내향적 세계화'라는 말처럼 교회도 이주노동자들이 기독교에 호감을 가지고 귀향했을 때 자국민선교사로서의 역할을 감당하도록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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